™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니체, 낮잠 그리고 피부관리

카잔 2013. 8. 4. 16:26

 

1.

휴일 오후, 낮잠을 자려고 드러누웠다. 얼른 잠들기 위해 철학책 한 권을 엎드려서 읽었다. 아뿔사! 책 선택을 잘못했다. 책은 달콤한 낮잠을 원하는 나를 빨아들였다. 잠이 달아났고, 40~50분 동안 책장을 넘겼다. 역시,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다. 졸음까지 깨뜨리다니.

 

읽은 책은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다. 니체의 주저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정작 가장 어려운 책이다. 니체라는 산맥의 첫번째 책으로는 『이 사람을 보라』가 제격이다. 쉬운 언어로 자신의 생각과 삶과 저서를 소개한다. 

 

실소를 자아내는 목차가 유명한데,

 

- 나는 왜 이렇게 현명한가

-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들은 쓰는가

- 왜 나는 하나의 운명인가

 

라는 4개의 책터로 구성된 책이다. 나는 책세상 출판사에서 출간된 판본을 읽는데, 약 150페이지의 얇은 책이니 도전해 볼만 하다. 서문과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가 특히 쉽게 읽힌다. 널리 알려진 몇 구절을 옮겨 보면, 친숙함이 들려나.

 

"영원히 제자로만 머문다면 그것은 선생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내가 쓰고 있는 월계관을 낚아채려 하지 않는가?" - 서문 中

 

"인식하는 인간은 자신의 적을 사랑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벗을 미워할 줄도 알아야만 한다."  - 서문 中

 

"가능한 한 앉아 있지 말라. 야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생겨나지 않은 생각은 무엇이든 믿지 말라. 모든 편견은 내장에서 나온다." -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 中

 

2.

결국 낮잠을 자긴 했다. 나는 잠을 사랑한다. 최소한 6시간 이상 자는 것이 매일의 자기경영 목표 중 하나다. 서른 살까지만 해도 나는 다소 성취지향적으로 살았다. 잠을 적대시했다. 과장되이 말하자면, 일하는 시간을 잡아먹는 해충으로 여기며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잠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궁극적 지향점 중 하나는 행복인데, 잠자리에 드는 순간에 나는 지극한 평온을 느낀다. 잠을 잘 취해야 신체적 활력과 더불어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나는 오래 살고 싶은데, 적당한 양질의 수면이 장수를 돕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서른 살 이후에 알게 된 렘수면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피천득 선생의 수필 중 '잠'을 읽는 것이 인식의 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3.

요즘 잠자리에 들 때면, 꼬박꼬박 로션과 스킨을 바른다. 내가 하는 유일한 피부관리다. 피부 건강을 위해 선크림은 발라야 한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가 참 힘들다. 올해 들어 3~4번은 발랐던 것 같다. 그나마 스킨 로션은 찍어 바르고 있으니 예전보다는 낫다. 

 

삼십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는 '동안'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사람마다 확 늙는 시기가 있는가 보다. 나는 최근 수년 사이에 폭삭 나이가 들었다. 요즘엔 나더러 동안이라 말하는 이가 없다. 피부관리를 시작한 이유다. 동안 회복이 아니라, 더 확 늙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다.

 

피부관리라고 해 봐야 앞서 말한 스킨 로션 사용의 일상화가 전부다. 나는 엘지생활건강 제품인 보닌(VONIN)을 쓴다.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돈을 좀 더 얹으면 2개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해서 선물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 하나를 교회 후배에게 주었고, 나도 열심히 쓰고 있다.

 

이번 포스팅을 계기로 선크림과도 친해져 볼 생각이다. 제주도에서 선크림도 하나 구입했겠다, 마음의 준비도 되었겠다, 지금은 피부관리의 새로운 단계로 성숙하기에 맞춤한 시기다. 호주 여행을 다녀오면서는 양태반 아이크림도 구입해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