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17년 동안 이어온 재즈사랑

카잔 2014. 1. 29. 15:58

 

1.

4박 5일 제주 와우투어의 마지막 밤, 재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즈에 관심을 가진 와우들만 남았던 터라 자연스레 만들어진 시간이었다. 처음엔 재즈사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과 명곡들을 소개하다가 저들이 관심있게 들어, 간략한 재즈의 역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재즈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를 휩쓸었던 루이 암스트롱과 30년대부터 활동한 엘라 리츠제럴드, 1940년 비밥의 시대를 열었던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1950년대 하드 밥 재즈의 명곡들을 소개했다. 하드 밥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 연결된 노트북 덕분에 설명 후에 바로 곡을 찾아 들었던 게 참 좋았다. 우리는 그 날 여러 명곡들을 하드 밥의 대표 주자들인 아트 블래키(트럼)의 명곡 <Moanin'>과 존 콘트레인(테너 색소폰)의 <Blut trane>을 비롯해 빌 에반스, 듀크 엘링턴의 대표곡들을.

 

여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곡을 호감도의 순서대로 적어 둔다.

 

- 존 콜트레인의 <say it>

- 듀크 엘링턴과 콜맨 호킨스의 <Limbo jazz>

-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 아트 블래키의 <moanin'>

리 모건, 엘라 피츠제럴드, 스탄 겟츠의 몇 곡도 있는데, 기억이 안 난다.

 

2.

10대 시절 내가 만난 세계는 좁았다. 재즈도 몰랐고, 책의 세계도 몰랐다. 공부는 못하는 자가 '공부'로 둘러쳐진 세계에서 산다는 것은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그 일을 12년 동안이나 훌륭하게 해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생활한 대부분의 소년들의 삶은 나처럼 단조로웠을 것이다. 학교, 집, 공부, 대중가요... 그리고 일부는 팝송, 연예, TV 등에 빠졌을 테고.

 

내 인생은, 스무 살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공부를 싫어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교과서'로 '정답'을 찾아가는 일보다는 세상사를 관찰하고 책을 읽으며 '사유'하는 여정을 좋아했던 것이다. 나는 대학생이 된 이후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가장 먼저는 역사책과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고, 복수 전공이었던 경영학도 즐겁게 공부했다.

 

그리고 나를 흥분케 하는 것을 만날 때마다 그것에 대해 공부했다. 흥분의 목록 중에는 '재즈'도 있었다. 대학교 1학년이 되어, 나는 내가 전공을 잘못 선택했음을 전공필수 과목인 <정역학> 첫 수업을 들으면서 바로 깨달았다. 전공에 치여 지루한 수업을 하던 내가 강의실을 이동하며 들었던 곡이 <Limbo jazz>였다. 곡의 경쾌함이 전공 공부의 무거움을 날려주었다.

 

이후 재즈 책을 사들여 읽고, 재즈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재즈 카페를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재즈는 자유로운 내 영혼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던 것 같다. 나는 스윙 리듬이 좋고, 뮤지션들의 즉흥 연주가 좋고, 재즈가 몰고다니는 분위기가 좋다.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이란 점, 어두침침한 카페에 몸을 눌러 앉아 재즈에 빠져드는 느낌 등등)

 

3.

스무 살 이후, 나는 줄곧 재즈 음악을 들어왔다. 몇 장의 중요한 명반을 모으기도 했지만 아주 소량이다. (당시의 나는 가난한 학생이었다.) 이번 와우투어에서 즉흥적으로 했던 재즈 미니강연은 잠들어 있던 재즈애(愛)를 조금은 흔들었다. 15년 전에 읽었던 책들을 일부라도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고, 명곡들을 소개할 때의 흥겨움도 느꼈기 때문이다. 

 

구입하고 싶은 명반 목록을 적어 둔 파일은 못 찾았다. (나는 늘 이런 목록들을 작성해 둔다. 하지만 20011년 노트북 자료 상실로 함께 날려버린 것 같다.) 기억에 남은 것들이 있다. 올해는 아래의 앨범들을 사서 운전하며 들어야겠다. 이동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줄 것 같다. 그리고 재즈바와 카페에도 종종 들러 호모 루덴스의 삶을 늘려가야겠다. 

 

(와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에도 '놀이'는 들어간다. 나는 와우리더로서 평생동안 3가지를 알리고 싶다. 자기이해를 위한 지식, 인문학의 힘, 놀이를 즐기는 법.)

 

각설하고, 구입하고 싶은 재즈 명반.

- 마일즈 데이브스의 <Kind of Blue> (콜롬비아) 50th Anniversary Legacy Edition (2CD) (구입)

- 존 콜트레인 <Ballards> (임펄스) (구입)

- 아트 브래키 & 재즈 메신저 <Moanin> (블루노트) (구입)

- 빌 에반스 <Waltz for Debby> (리버사이드)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