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몰입은 성찰의 재료다

카잔 2014. 3. 15. 08:38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사랑하는 법을 발견하라. 그러면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니체의 말이다. 자기 발견의 여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몰입과 성찰이다. 수학과를 다니는 어느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의 일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수학과를 지원하긴 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공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가 물었다. 한 학기 정도 전공 공부에 몰입한 적이 있느냐고. 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부탁의 말을 건넸다.

 

“용기를 내면 전과는 언제라도 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의 진로 변경은 빠른 축에 속하니까요. 중요한 것은 전공을 바꾸려는 이유를 발견하는 겁니다. 단지 수학이 싫어서라는 이유만으로 전공을 바꾸는 것은 아쉽네요. 수학이 왜 싫은지, 어떤 점이 자신에게 안 맞는 부분인지를 알고 난 후에 전과를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지만, 싫어하는 일을 통해서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수학처럼 문제의 정답이 하나뿐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정답이 있는 문제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왜 수학을 싫어하는지를 살피면 자신에 대한 어떤 기질을 발견하게 되죠.

 

몰입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지금의 공부에 몰입해 보지 않고 전과하게 되면, 훗날에 ‘그때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수학이라는 과목을 제대로 몰랐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자신이 걸어왔던 길에 확실하게 NO라고 말하기 위해서라도 몰입은 중요합니다. 한 학기 정도만이라도 전공 공부에 몰입해 보는 것은 어떤지요?” 고맙게도 학생은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6개월 후에 결정하면 어떤 유익과 손실이 있는지 따져보세요. 도움 될 것 같네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몰입을 위해 노력해 보자. 몰입해야 자기 발견의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과제에 대한 피드백은 제자에게는 무용한 피드백이 되고 스승에게는 시간낭비가 된다. 불성실한 레포트는 의미 있는 피드백을 불러올 수 없다. 한번 즈음은 ‘불성실을 개선하라’는 피드백으로 ‘내가 너무 게을렀구나’하고 성찰할 수 있지만, 다음에도 비슷하게 제출했다면, 같은 성찰을 하기가 민망해진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성찰하기가 싫어지기도 한다. 몰입하지 않은 삶이라면 성찰을 할 게 아니라, 먼저 성실함으로 채워야 한다. 반면, 몰입하여 제출한 학생은 교수님의 피드백을 통해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몰입이 성찰의 재료가 되고, 성찰은 몰입으로부터 교훈을 끄집어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자신의 삶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성찰할 거리가 없어진다. 자기를 발견하고 싶다면 성찰할 거리가 풍성한 몰입의 삶을 살아야 한다. 노력을 더하면 성찰로부터 얻는 것들이 많아진다. 나의 동생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떨어졌지만 그의 표정이 밝았다. 합격이 최종 목표였지만, 지난 시험보다 성적이 올라 기분이 좋았다. 시험 준비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준비에 게을렀던 첫째, 둘째 시험 결과를 받고서는 짜증을 냈던 그였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며 스스로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생각할 수 있었다. 이것이 몰입의 결실이다.

 

대학생들은, 다른 인생대에 비하여 좋아하는 일들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시기다. 자기 이해에 도움을 주는 힌트를 많이 얻는 시기란 말이다. 반면 게을러지기 쉽고 자신에게 편안한 일들만 찾아서 할 가능성도 있는 시기가 대학생활이다. 편식을 하듯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일들만 쏙쏙 골라서 하다보면, 자신을 다양한 가능성의 잣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반면, 직장인들은 여러 가지 일들을 해야 한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까지 해야 한다. 이것은 고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강제로 여러 일을 해낸 경험 덕분에 자신의 호불호를 점점 알게 된다.

 

직장인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대학생은 편한 일만 할 수도 있고 직장인들은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불평만 하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대학생들도, 직장인들도 자기 발견에 도움을 주는 그들만의 좋은 조건을 가진 셈이다. 또한 두 부류 모두 자기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도 지니고 있다. 삶에서의 만족감과 행복은 상황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비례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것에서 배우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자.

 

모든 상황은 몰입을 훈련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을 붙잡고 있거나 몰입하기 힘든 상황일 때라면 더욱 좋은 찬스일 수 있다. 누구나 잔잔한 호숫가에서 낚시질을 할 때에는 평온할 수 있지만, 불편한 상사가 있고 산더미같이 쌓인 일 속에서 평온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평정심을 훈련하고 싶다면 호수가 아닌 직장으로 가는 게 낫다. 마찬가지로 몰입을 훈련하고 싶다면 도무지 몰입하기 힘든 상황이야말로 멋진 기회다.

 

지금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딱 6개월만 몰입 훈련을 시도해 보자. 삶에 몰입이 추가될 때, 삶의 질이 개선되며 일의 성과는 높아진다. 그러니 의지를 발휘하여 몰입을 방해하는 감정을 쫓아버리자. 혼신의 힘을 다하여 하루를 살자.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을 가슴 속에 새겨두는 것은 어떤가? “Why not your Best? 왜 최선을 다하지 않으세요?” 젊음은 좋은 것이지만, 몰입은 더욱 좋은 것이다. 젊은 날의 몰입은 최고다. 나는 날마다 내게 묻는다. 오늘 하루 몰입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