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자유로운 단상노트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

카잔 2014. 4. 29. 23:57
나는 해양이나 선박 전문가도 아니고, 평소에 정부의 행보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열흘이 넘는 동안, 틈만 나면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본 일개 국민입니다. 뉴스를 보며 들었던 생각 중 일부를 적었습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그런 능력은 전혀 없습니다), 세월호의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1.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니 11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세월호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켰다. JTBC에서는 드라마 <밀회>가 방영 중이었다. 다른 방송 채널로 돌렸지만 세월호 소식을 전하는 곳은 없었다. MBC에서는 <기황후>, EBS에서는 <용서>라는 화해 상담 프로그램, TV 조선에서는 <법 대 법>을 내보내고 있었다. 먹먹했다. 세월호 참사도 이렇게 서서히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구나, 싶었다.

 

물론 한달, 두달 계속 세월호 소식만을 방송할 순 없다. 집단적인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걸 알면서도 세월호 참사를 전하는 뉴스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서글프다. 천안함이 잊혀지듯, 세월호도 잊혀질 텐데... 그러다가 가끔 관련 사건이 터질 때에만 잠시 이슈화될 텐데... 이것이 삶인가 보다, 하고 자위해야 하는가. 어느 아나운서의 말이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참사를 막는 길은 참사로부터 얻어낸 교훈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2.

뉴스나 전문가의 견해를 주워 들으며,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니 세 가지다. 복원력 상실, 리더십 부재, 엉터리 지휘체계. 복원력 상실의 주범은 탐욕이다. 평형수를 빼냈든, 과적을 했든, 선체를 불법으로 변경했든 모두 돈이라는 탐욕의 노예가 되어 벌어진 일이다. 

 

뱃사람으로서의 리더십이 있었더라면, 다시 말해 선장이 최소한의 퇴선 명령이라도 내렸더라면 인명 피해가 훨씬 줄었을 것이다. 앙대홍 사무장과 승무원 박지영 양이 끝까지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겠지만, 아쉽게도 선장의 퇴선 명령이 미치는 영향력보다는 작았을 것이다. 

 

엉터리 지휘체계! 이것 또한 선장의 행동 만큼이나 화가 난다. 언딘 측이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민간 잠수사의 공적(?)을 가로챘다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이해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이 늘상 저질러오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구조를 체계적으로 지휘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은 정말이지 답답하다. (무조건 불러모아 열흘 넘게 서 있기만 했던  해상 크레인을 보라! 난 처음엔 크레인이 도착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는 줄로만 알았다.)

 

3.

재독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세월호 참사의 살인자는 '신자유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규제완화, 국가기관의 사유화, 비정규직 등을 근거로 들며 신자유의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공공심이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신자유주의 개념의 고안자인 알렉산더 뤼스토우에 따르면, "사람들이 단지 사회를 시장에 내맡기면, 사회는 더 비인간적이고, 더 마비될 것"이라는 얘기다. 복원력 상실, 리더십 부재, 엉터리 지휘체계가 눈에 보이는 원인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더욱 근원적인 원인 분석을, 한 교수는 해 준 셈이다.

 

[한병철 교수 관련기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74144]

 

4.

원인분석은 중요하다. 처벌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실무자들만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져야할 관료들의 징계도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실무자들이 덮어쓰고 책임져야할 관료들은 재취임되거나 유관기관으로 버젓이 중용되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엄정한 문책 없이는 개선도 개혁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문책은 유족의 하소연이다. <유족 한 명은 박 대통령을 보자 무릎을 꿇고 “자기 목숨 부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해경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해달라”면서 “어느 나라 경찰에, 군대에 우리 아이들 살려달라고 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중앙일보 4월 29일자 기사 中)

 

5.

2014년 4월 16일엔 세월호만 침몰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위기대처능력에 대한 신뢰도 침몰했다. 이준석 선장의 비겁함만 드러난 게 아니다. 해경의 무능함도 드러났다. 오늘(29일) 어민이 공개한 21분짜리 동영상을 보며 해경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가슴을 쳐야 했다. (해경은 조타실에 가서 안내 방송도 하지 않았고, 선실 진입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시도하지도 못했다.)

 

선체를 인양하기 전에 먼저 총체적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위기대처 능력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관련 기관을 전면 개혁할 의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무능력을 타파할 개혁이 아닌 미봉책에 그치고 만다면, 많은 국민들이 다시 한 번 깊은 슬픔에 잠기게 될 것이다. 지금은 분노와 슬픔에 차서 정부를 탓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결국 어느 나라의 정부를 믿겠나. 조국일 수 밖에 없다. 정부여! 힘내시라.

 

[PS] 그리고 제발, 무능력과 실수를 감추려고 하지 마시라.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노력의 1/10 이라도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데에 보여 주시라. 제발!  (억장이 무너지게 만든 아래의 동영상을 추천합니다. 어머님의 흥분인지, 해경을 비롯한 구조단의 이기심과 무능함인지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