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짧은소설 긴여운

하늘

카잔 2015. 7. 10. 11:02

 

[짧은 소설] 김씨는 이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평생을 열렬히 살았다. 이십 대부터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아 날마다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최근에는 새롭게 착수한 프로젝트에 열정을 느꼈다. 겉보기엔 괜찮은 삶이었지만 내면의 힘겨움도 컸다. 일련의 불행이 그를 덮쳤던 것이다. 처음으로 승진에서 누락됐고, 단짝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프로젝트를 둘러싼 부하 직원과도 갈등도 생겼다. 친구를 잃은 슬픔과 삶의 무상함이 몇 달간 지속되었다. 김씨는 강인했지만, 삶의 고뇌는 김씨보다 막강했다. 삶의 힘겨움과 무상함이 교대로 김씨를 찾아왔다. 격랑의 벌판에서도 그는 정신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일을 지켜 나갔다. 때때로 놀라운 집중력으로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시련은 더욱 모질어졌다. 정신적 스승이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밤이면 어머니가 몹시 그리웠다. 세상을 떠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도 여럿이었다. 또 다른 친구가 자상히 들어주었지만 깊이 공감하지는 못했다. 친구의 부덕함이 아니었다. 한 존재의 필요를 한 사람이 모두 채우기는 힘든 법이고 김씨의 고뇌는 어느 정도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씨는 어느 날 퇴근 후 낯선 동네를 걸었다. 수위가 보이지 않는 작은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한참동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빛을 두고 별인지 비행기인지 구분하는가 싶더니 오늘의 프로야구 승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김씨는 아파트에 오른 목적을 상기하고서, 자신은 깊은 밤하늘 속에서도 반짝이는 별처럼 살고 싶었다고 읊조렸다. 김씨는 어두운 하늘을 날았다. 이튿날 TV 단신 뉴스로는 비보가 전해졌고 길가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렸다. “정말 놀랐어요. 그럴 사람이 아닌데...” “긍정적인 모습이었잖아요.” “맞아요. 지난주엔가 만났을 때에도 밝게 인사를 했었거든요.” “열심히 사는 사람 같던데.” “최근에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전혀 죽을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좋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는지 모르겠어요.” 어젯밤 자살한 김 씨를 두고, 안타까움과 의아함이 묻어난 대화였다. 그들의 말은 대부분 옳았지만 좋은 사람만이 횡사하는 건 아니었다. 마음이 연약한 사람만이 자신의 삶을 관두는 것도 아니었다. 내일은 김씨의 발인 날이다. 김씨 옆집에 사는, 적당히 현실적이고 별다른 열의도 없는 최씨 할아버지의 여든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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