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넷째 날이 되니 빨랫감이 하나 둘 생겼다.
볼(BOL) 해수욕장에서 입었던 수영복과
수영 가방 안에 들었던 맥주캔이 찢어지는 바람에
수영복과 수건 등이 몽땅 맥주에 젖었던 게다.
조금 피곤했지만, 호텔 욕실에서 빨래를 했다.
관광과는 달리 여행은 해야 할 일을 해내야 한다.
4박 5일 정도의 짧은 일정이라면
집에 돌아가서 빨래해도 되지만,
오십 여일 되는 긴 여행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빨래를 해야 쾌적하게 옷을 입을 수 있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삶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기에, 짧지 않은 여행이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꼭 해야 하는 일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인생의 지혜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그 때마다 해결해야 한다.
어떤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것도 있다.
자신은 안다.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중인지,
문제를 직면하기가 두려워 회피하고 있는 것인지.
시간의 흐름으로 해결되지 않는 중요한 문제들은
반드시 직면하여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한다.
'해야 하는 일'을 의무와 책임이라 불러도 좋다.
이것은 부담을 주는 단어가 아니다.
자유를 연상하길 바란다.
실제로 의무와 책임은 우리를 자유로 인도한다.
의무를 미루게 되면
자유를 누릴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게 된다.
책임을 못 다하는 것은 세상에 공헌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두 가지 모두 자유의 기쁨을 상실하는 일이다.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의무를 조기 완수하여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빨래감이 있으면 미루지 말자.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내일로 미루지 말자.
일감 바구니가 차고 넘지는 일은 스트레스다.
잘 관리해야 할 스트레스를 스스로 만들며 사는 것은 어리석다.
해야 할 일을, 중요한 일을 미루는 것은
불행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삶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임을 명심하자.
나는 지금 여행 중이다.
곧, 삶을 공부하는 중인 게다.
- 넷째날 밤 11시 15분 (8월 9일 일요일)
호텔에서 빨래를 하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