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낭만 유럽여행

스승과 함께 수영하다

카잔 2009. 8. 12. 13:18

여행 넷째 날 새벽 여섯시 삼십 분.

아드리아의 해변에서 책을 읽고 싶어

책 한 권, 노트 하나를 들고 나갔다.

바다의 고요한 아침은 책 읽고 사색하기에 최적이었다.

햇살이 뜨겁기 전의 해변이라 시원하기까지 했다.



'스플리트'는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유명한 '디오크레시아'의 궁전이 있는 곳이다.

로마의 중요한 유적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렇게 오후에 방문할 곳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중,

선생님이 오셨다. "굿 모닝! 너 여기 계속 있을 거지?"

나의 짧은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옷을 하나 둘 벗으셨다.

잠시 후, 선생님은 아드리아 해를 가르며 바다로 향했다.



나도 선생님을 따라 함께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또 샤워를 해야 하고, 젖은 옷을 세척해야 하는 수고 때문에

오늘 아침에는 수영을 안 해야지, 하던 생각이

선생님의 모범(?)으로 인해 바뀌어 버린 게다.

"사부님, 잠깐만 다녀 올께요. 소요 시간 2분입니다."

얼른 호텔 객실로 가서 전신 타월 두 개를 들고 나왔다.



선생님과 나는 나란히

아드리아해를 저으며 조금씩 해변에서 멀어졌다.

스승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었고,

둘이서 함께 수영하는 느낌도 좋았다.



선생님은 어느 정도 가시더니 방향을 다시 해변으로 돌리셨다.

나 역시 다시 스승을 따라 방향을 돌렸다.



선생님은 잠시 후, 해변으로 향하셨다.

나는 좀 더 멀리 나가고 싶었다. "좀 더 갔다가 올께요."

바다를 향해 팔을 내저었다. 몸은 서서히 해변에서 멀어져 갔다.

기분이 좋았다. 아주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수영을 하기에 충분히 깊은 곳이었다.



(영향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선생님과 나는 삶에서 비슷한 길을 걷는다.

허나 몇 가지 대목에서는 다른 점도 있다.

그 때마다 나는 나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야 한다.



모든 이는 자신만의 방향을 가졌고

그 방향을 향한 전진을 시도해야 한다.

대부분은 스승의 인도를 받으며 나가겠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자신만의 길을 홀로 걸어야 할 때도 있다.

그 길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호연지기로 힘차게 내딛어야 한다.



결국 우리 모두는 해 낼 수 있다.

스승도 해내었으니 우리도 그렇다.

우리가 걷는 길이 스승과 똑같은 길이라면,

스승이 해내는 일을 우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걷는 길은 자신만의 고유한 길이기에

우리 모두는 해낼 수 있다.



선생님과 함께 수영한 오늘은 좋은 날이다.

내 길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으니 기쁜 날이다.

이 글을 읽는 어느 용기 있는 사람에게

스승과 함께 한적한 길을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날이다.



수영을 함께 하면 더욱 좋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 넷째날 (8월 9일 일요일)

아드리아해에서, 아침 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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