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fe is Travel

Think About Your Future!

카잔 2013. 8. 22. 21:37

 

 

시드니 여행일지 (2013년 8월 22일)

 

1.

오전 시간을 MSM 카페에서 보냈다. 시드니 헤이마켓 인근의 호텔에 묵으면서 자주 애용한 카페다. My Sweet Memory라는 말의 이니셜을 따온 이름만큼이나 내게는 달콤한 기억으로 남을 공간이다. 로맨스를 만났거나 애틋한 추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글을 썼고, 잠시 책을 읽었고, 차를 마셨을 뿐이다.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잔의 여유는 삶의 즐거움이다. 내게는 충분히 달콤한 추억이다.

 

시드니에 도착한 첫날, '마켓시티'(차이나타운에 있는 쇼핑몰)에서 저녁 식사를 먹고서 '조지 스트리트'의 남단을 거닐었다. 대부분의 카페가 9 문을 닫았기에, 11시까지 영업한다는  MSM 직원의 말에 흐뭇하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오늘 숙소를 변경하기까지 삼일 연속으로 MSM 갔다. 잔의 여유를 즐기며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좋은 장소였다. ! 오늘 작은 '로맨스도 있었다.

 

오늘 내가 있는 동안에는 줄곧 한국 아이돌이 부른 노래가 흘러나왔다. 매장을 정돈하는 직원이 왔을 , 한국말을 아는 직원이 있는지 물었다. 그냥 궁금해서 물었던 것인데 그는 '잠시만요' 하는 말을 남기고 쏜살같이 카운터로 달려갔다. 아마도 있나 보다. 누군가를 데리고 와 달라는 말은 아니었기에, 나도 얼른 따라갔다. 카운터에는 한국인 청년이 있었다. 훤칠한 키에 생긴 외모, 매력적이었다.

 

까만 뿔테 안경 덕분인지 지성미도 느껴졌다. 호감을 주는 외모였다. 워킹 홀리데이 중이냐고 물었더니 영주권자란다. '그럼 호주에 대해 이리저리 많이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이 인사를 끝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문득 그와 함께 식사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호주에 대해,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테니까. '카페를 나서면서 약속을 봐야지.'

 

다음 수요일이나 목요일 점심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카페를 나가며 그에게 물었다. 일주일에 며칠 일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합니다. 낮에도 계속 일하겠네요? . 그의 말에 나는 신속하게 식사 계획을 포기했다. 그는 낮에 근무를 하니 식사를 수가 없을 것이다. 약속 얘긴 꺼내지도 않고 나가려는데 그가 말을 걸어온다.

 

여행 오신 거예요? . 멜버른에 갔다가 시드니로 왔어요. 이런 류의 말이 오갔다. 그러다가 말을 꺼냈다. 다음 주에 식사 살께요. 어때요? 시간 돼요? 예상대로였다. 그는 근무 때문에 시간을 수가 없었고, 나는 조금 아쉬웠다. 연락처를 물어서 받았다. "나이는 제가 많겠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하면 좋을 같아서요" 내가 많음을 알고 건넨 말이었다. "저는 89년생이예요." , 싹싹하다. 묻지 않아도 대답해 주는 센스.

 

그의 이름은 '우수한'(가명)이다. 스물 다섯, 건강한 체격의 청년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물었더니 한글이름이란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식사를 제안한 사람인데 아쉽게 됐다. 그래도 종종 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으며 , 아우로 지낼 있으면 좋겠다. 그를 다시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건강하게 그리고 기쁨을 누리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여행 만난 인연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MSM에서의 마지막(?) 주문

 

2.

Think About Your Future! 시드니 버스 옥외광고판에 붙어 있는 광고 메시지다. 귀한 메시지라 생각하여, 얼른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버스는 내가 카메라를 집어드는 속도보다 빨랐다. 네 미래를 생각하라, 는 말... 음. 그래야지.

 

과거를 들여다보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생각하는 삶.

 

 

과거 속에는 자기이해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그냥 있지 않고, 숨겨져 있기에 우리는 과거를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1장과  파커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의 책의 앞 절반은 과거를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현재는 삶의 현장이다. 자기경영의 최전선이라는 말이다. 어제를 후회하거나 내일을 염려하는 것은 결국 현재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여행에서 만난 '세이꼬'는 동물원에 갈 교통편을 걱정하느라 울루물루 베이의 풍광에 몰입하지 못했다. 

 

미래는 욕망을 발견하는 창고다. 이미 있었던 현실도 아니고, 지금 진행되는 현실도 아니다. 미래는 가상의 공간이고, 그러니 우리의 욕망이 투영된 공간이다. 미래를 생각하면 나의 욕망을 발견한다. 내가 이런 것을 욕망하는구나! 욕망은 중요하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채로 이룰 수 있는 행복이란 없기에!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다.

 

광고 메시지가 준 오늘치의 교훈이다. 한 줄의 메시지로 생각을 이어가는 것은 좋은 사고 훈련이다. 세상은 버스 광고로도 우리를 배움으로 인도한다. 멋진 구석도 있는 세상이다.  사유가 이어지면 즐겁다. 하지만 사유로 살 수는 없다. 오늘치 생각은 이제 끝이다. 이제는... 살자. 하지만 생각없이 살지도 말자.

 

 

3.

킹스크로스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나흘을 묵을 것이다. 객실에 들어서니 기분이 환해진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숙소를 구했다는 생각에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 Aaron Hotel 에 비해 3~4만원을 더 투자한 것인데, 비교할 수 없이 좋다. 이곳엔 수영장이 있고, 은은한 조명등이 있고, 멋진 로비가 있고, 객실 내에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먹지는 않지만 룸 서비스가 있다. 거기엔 이 모든 것이 없었다. 없다가 있으니 기분 좋다. 있다가 없어도 행복에 영향 받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새로운 호텔의 객실 소파에 앉아 생각했다.

 

새로운 숙소에 흡족한 나

 

호텔을 나섰다. 새로운 숙소를 정하면 거리로 나와 무작정 걸어보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나는 이것을 중요한 여행 팁이라 생각한다. ) 무작정이라 하지만, 이것 저것 정보를 입수한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곳을 물색하기도 하고, 아침에 산책하기에 좋은 곳을 체크하기도 하고, 교통수단을 파악하기도 한다. 버스정류장이 나오면 시간표를 사진 찍어두면 이튿날 시간 활용에 좋다. 거리의 이름을 확인하며 내가 가진 지도에서 표시해 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지역의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생겨난다.

 

두어시간 쏘다니다가 들어왔다. 금새 어둑해져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들어간 햄버거 가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별도의 포스팅으로 올려야 할 중요한 것들을 많이 얻었다.) 호텔이 큰 거리가 교차하는 커브 구간에 위치하여 길눈이 밝은 나도 헷갈렸지만, 나의 두 발로 걸어다니다보니 방향 감각도 익혔다. 콜스(Coles, 대형마트)의 위치도 알아두었으니 이만하면 됐다, 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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