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엄살 없이, 기만 없이

카잔 2016. 6. 23. 12:38

1.

6월의 자기경영 수준은 들쑥날쑥이다. 새벽 2시는 되어야 잠이 든다. 아침 8시가 다 되어 일어난다. 며칠째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5시간 40~50분 정도 취침한 셈이다. 수면 시간은 일정하나, 잠자리에 드는 시각 자체가 너무 늦다. 책읽기는 부진하고, 집필 속도도 더디다. 6월에 완독한 책은 얇은 책 두 권 뿐이다.


<리버럴 아츠를 공부하라>는 남은 6월 동안 집중하면 목표대로 초고를 완성할 테지만, 다른 주제(학습조직화)는 시작도 못했다. 독서와 글쓰기 외에도 해야 하는 일들은 많다. 중요한 업무마저도 엄청나게 미루고 있다. 어제부터 손에 잡고 있는데,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미리 했더라면 불필요한 말, "미안합니다."


2.

이것은 게으름이 아니다. 게으름과 나태함을 구분한 책은 오스 기니스의 『소명』이었던가? (정확하지 않다.) 사전적 정의로는 둘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어감 차이는 존재한다. 게으름은 행동상의 미적거림이다. 게으름은 빠릿빠릿함으로 해결된다. 반면 나태함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다. 목적의식의 부재로 인한 무기력에 가까운 상태가 나태다.


둘의 구분이 유효하다면, 나는 지금 나태함에 빠져 있다. 나는 어떠한 일에는 여전히 빠릿빠릿하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듣는 일에는 그렇다. 다른 대부분의 일에서는 나태하다. 삶의 의미와 궁극적인 목적 상실 탓이지 싶다. 내 일상에 무기력이 존재하나, 나를 장악할 정도는 못 된다. 나는 부지런한 편이니까.


3.

(여느 때와 달리 나태하기에) 지금의 내겐 문제가 있긴 하나,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보지는 않으련다. 누구에게나 삶의 굴곡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때로는 슬럼프를 겪기도 하고, 평생동안 100% 열정을 유지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의 사계절처럼 인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순환하는지도 모른다.


2016년 내 인생은 겨울일까. 삶의 어떤 영역은 봄이고, 어떤 영역은 여름이다. 무엇이라고 한 마디로 규정하기가 힘들지만, 전반적으로는 겨울이지 싶다. 나는 춥다고 불평하지 않으련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반팔로 외출하지도 않을 것이다. 춥다는 엄살 없이, 괜찮다는 기만 없이 현재를 열심히 살련다.


4.

"시간아, 먼저 떠나라! 조금 난 늦을 것 같다." 십 수년 전, 가수 테이의 '사랑은 하나다' 노랫말 중 일부다. 살다가 힘이 들어 잠시 쉬고 싶을 때, 문득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다. 늦다는 사실로 인한 조바심은 없다. 다른 이와의 비교는 무의미하고, 일의 성취보다 나의 성장에 관심을 두면 '늦음'보다는 '그릇됨'이 두렵다.


7월에는 잠시 휴식과 쉼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휴식과 충전은 창조를 잉태한다. 3박 4일 흠뻑 쉬고, 나머지 25일 남짓은 힘차게 일하는 한 달을 살고 싶다. 한 해를 잘 보내는 방법은 열 두개의 달을 잘 살아내는 것이다. 나에게는 지금 '잘 살아낸 한 달'의 표본이 필요하다. 오래 전의 일이 아닌, 바로 지금 내 눈 앞에 샘플 하나가 필요하다.




5.

다시, 6월의 계획표를 들여다보았다. 2016년 상반기가 딱 일주일 남았다. 열정의 여러 모습 중 하나는 '확실한 끝맺음'이다. 일주일 동안, 저 계획표 속의 일들을 향해 돌진해야겠다. 박력, 결단력, 과감함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던 모습이나, 일주일만큼은 내게 필요한 가치들이리라. 언제나 꿈꾸었지만 나와는 거리가 멀었던 박력의 삶! 일주일만이라도 그리 살아보자.


미리, 7월의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본다. 헤세의 책들을 읽자, 매주 한 두 편의 영화를 보자, 3박 4일 여행을 떠나자, 출판인 두 분을 만나자, 자주 와인을 마시자, 병원에 가자, 상반기를 돌아보자, 할머니랑 엄마께 다녀오자, 강의력을 글로 쓰자, 더욱 사랑하자! 7월의 첫날에 다시 꺼내어 만지작거릴 목록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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