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나는 가볍게 살고 싶다

카잔 2016. 6. 24. 08:54

1.

"가볍게 살고 싶다. 아무렇게라는 건 아니다."(은희경, 생각의 일요일들) 필요한 고민이라면 진중하게 대하겠지만, 불필요한 걱정마저 둘러메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무엇이 불필요한 걱정인가. 이익을 계산하면 골치 아파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 쩔쩔 맨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머뭇거린다. 모두 불필요한 걱정들이다. 사랑하면 자유로워지고, 용기를 발휘하면 힘을 얻는다. 


매일 밤마다 성찰하되, '좋은 삶'에 지나치게 신경쓰지는 않겠다. 강박스러운 관념은 사람을 뻣뻣하게 만든다. 성찰은 하루 15분으로도 족하다. 가벼워야 지속할 수 있다. 나머지 시간들은 행동하고, 실수하고, 공부하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삶을 즐기련다. 성찰은 삶을 비옥하게 만들지만, 곤두세워진 신경은 두통을 부른다.


가볍게 살고 싶다. 적절한 체중을 넘어서는 지방은 모두 덜어내겠다. 아름답거나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집안에 들이지 않겠다. 몸도, 마음도, 살림도 가벼운 사람이 되고 싶다. 가벼움이 상쾌함을 부르리라. 가벼움이 건강을 초대하리라. 가벼움이 자유를 선사하리라. 저기를 보라, 가벼운 깃털이 하늘을 난다!



2.

가만히 내버려두면 시시하고 추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만히 내버려두어도 점점 대단하고 아름다워지는 사람도 있다. 습관의 차이다. 습관은 특별한 노력 없이도 무언가를 행하도록 만든다. 어떤 이는 별도의 의지나 결심 없이도 책을 읽고, 어떤 이는 자연스럽게 TV를 켠다. 습관이 중요하다. 잘 '살아내려고 애쓰는 모습'도 가치 있지만, 좋은 습관대로 '자연스레 살아지는 삶'은 얼마나 편안하고 아름다운가!





3.

가볍게 살더라도 멋을 놓치고 싶진 않다. 가볍고 단순하긴 한데, 촌스럽거나 추레하거나 경박하다면 곤란하다. 멋은 그야말로 멋진 단어다. 멋은 "차림새, 행동, 됨됨이 따위가 세련되고 아름다움"을 뜻한다. 또한 "고상한 품격이나 운치"도 멋이다. 사전을 보니, 멋지다는 말에는 "꽤 훌륭하다" 뜻도 내포되어 있다. 가볍게 그리고 멋지게 살고 싶다.


나는 말이나 행동이 우아하지 못한 편인데, 좀 더 고상하게 말하고 행동해야겠다. 특히 자유로움을 빌미로 속된 말과 행동을 선택하지 말아야지. 멋진 옷차림,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는 데에 약간의 시간을 주어야겠다.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어주는 책들로 정신을 훈육해야겠다. 당장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과 레멘의 『할아버지의 기도』부터 읽어야지. 차츰 내가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반영된 애호품들을 구입해야지. 볼펜에서부터 자동차까지.




4.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할아버지의 기도』를 군데군데 펼쳤는데, 주옥이 가득하다. 가볍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할 법한 조언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우리 가운데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다. 돈, 명예, 권력, 성, 칭찬, 젊음 등등. 무엇이든 우리가 거기 애착을 둔다면 그것이 우리를 노예로 만든다. 의식하지도 못한 채로 그들을 주인으로 섬긴다.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많은 것들이 풍요로운 삶을 방해하고 깊이 있게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p.325)




5.

나는 이해심이 깊은 축에 속하지만, 소심하기도 하다. 결정하지 못해 미루기 일쑤고, 세심하게 신경 쓰느라 우줄쭈물할 때가 많다. 내게 필요한 것은 박력이다. 결정했으면 힘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결국엔 사려 깊은 박력을 추구하겠지만, 당분간은 박력만을 추구하리라. 문제는 박력의 삶이 내게는 참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도해 볼 만한 돌파구는 세 가지다.


첫째, 박력 있는 척하며 살 것. '척하기'는 꽤나 효과적인 방법임을 행동과학자들도 주장하기 시작했다. 둘째, 박력의 '삶'이 힘들면, 박력의 '일주일'을 살 것. 한달의 마지막 7일은 박력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며 살아 보기로 했다. (오늘이 6월의 마지막 7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셋째, 박력 있는 사람을 연구할 것. 문학평론가 김현의 일상적 모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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