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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명승부, 플레이오프 3차전

카잔 2010. 10. 10. 22:53

손이 얼얼하다. 목은 칼칼하다. 박수를 치고 고함을 지르며 한바탕 난리를 쳤다.
2010년 플레이오프 3차전! 4:6으로 지고 있던 8회초, 1사 후 대타 조영훈이 나왔다.
정재훈을 상대로 하는 그 순간, 머릿 속에는 정재훈의 포스트 시즌 3패가 떠올랐다.
최근 홈런 3방으로 역전패를 허용했던 정재훈... 그에겐 미안했지만, 내심 반가웠다.

하지만 조영훈은 투 스트라이크가 되기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가볍게 친 공이 우측 담장을 넘겼다. 와우! 정재훈의 충격이 안쓰러웠지만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한 점차 승부다.
다음 타자 김상수는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진루하고 다음 타자는 박한이.

1차전 승리의 주역, 박한이가 타석에! 시즌 30개의 도루를 성공한 김상수가 1루에!
적당한 타이밍에 김상수가 도루를 하면 된다. 아웃되어도 9회 공격이 박한이부터 시작되고
성공하면 2루를 주자에 둔 상황이니 투아웃이면 삼성의 기회다.
그러나 박한이가 공의 결대로 멋지게 밀어쳐서 2루타~! 나는 고함을 질렀다.

"우와... 오오오오오!" 이건 무슨 짐승 소리 같다.
공이 펜스까지 굴러갔기에, 마음으로는 '김상수! 홈으로... 제발... 제발...' 을 외쳤다.
김.상.수. 홈.인. 점수는 6:6 무승부,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춤추며 소리치고 박수를 치는 사이 8회말 공격이 끝났다.

8회말에는 선두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안지만의 센스 만점 견제구로 1루 주자를 잡아냈다.
긴장감 넘치는 위기 상황이었기에 나는 이 멋진 플레이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안지만은 8회말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깔끔하게 끝냈다.

아! 이제 컨디션 좋은 안지만과 임태훈의 투수전으로 바뀔 듯 하다.
야구장에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만큼 멋진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9회초... 긴장되는 순간이다.
오늘의 승리를 가져가는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박빙의 승부다.

9회말 1사, 김동주.
한 방이 있는 타자라 한껏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나는 긴장감을 못 이겨 노래를 불렀다.
딱! 낮은 볼을 걷어 올린 김동주의 공이 펜스 가까이 가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2루타면 좋을 것은 박한이가 한 번 놓치는 바람에 '느린' 김동주가 3루까지 갔다.

으악! 몹시 괴로운 상황이다. 원아웃에 3루라니!
이제 3루 주자가 들어오면 게임이 끝난다. 외야플레이, 내야 땅볼 모두 게임 끝이다.
삼성은 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 보내어 원아웃에 주자는 만루! 벼랑 끝까지 몰렸다.
으악!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손은 덜덜덜 떨고 있다.


다행히도 초구를 친 손시헌의 공이 얕은 내야 뜬 공이다.
이제 투아웃 만루에 타자는 양의지. 초구 파울, 둘째 공은 바깥쪽 꽉 찬 스트라이크!
나는 안지만을 좋아한다. 2008년도부터 그를 믿고 신뢰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때문이 아니라, 예전부터 권 혁, 정현욱 보다 듬직했다.

제발... 안지만... (막아다오) 부디 양의지 (물러나 다오)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갖다 대니 심장이 요동을 친다.
딱, 양의지가 하늘 높이 공을 퍼올리고 나서도, 최형우가 공을 잡을 자리를 잡고 나서도
나는 혹여나 실책이 나오지는 않을까 가슴을 조려야 했다. 다행히도 쓰리 아웃!

이제는 승부는 연장전!

10회초 선두타자 채상병! 2차전 때 임태훈을 상대로 삼진을 당한 바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채상병은 2루타를 쳤다. 야호! 제발 1점만 내자.
허유. 가슴을 쓸어내린다. 앞서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순간 나는, 이 팽팽한 명승부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1차전과 2차전을 보지 못한 恨을 풀어내는 기분이다.
이 짜릿한 경기는 피말리는 승부이기도 하지만, 관람의 묘미를 안겨주는 경기이기도 하다.
이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패배하더라도 실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면 감사한 날이다.

무사 2루였지만, 강봉규와 김상수가 아웃되면서 2사 2루가 되었다.
박한이를 고의사구로 걸러 내고 이제 투아웃에 1, 2루 상황에서 타자는 조동찬.
제발 안타 하나만! 제발... 제발... 그는 큰 게임에 강하니 믿고 기대해 본다.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을 열어 줄 3차전의 승리를 제발 이루어 다오!

땅볼 아웃!
조동찬은 아웃되었다. 


경기는 11회초까지 이어졌다. 삼성은 천금같은 2점을 얻었다. 
2점째를 얻게 한 김상수의 기습 번트가 빛났다. 아! 이제 승리인가?
승리를 눈앞에 두었지만 삼성은 11회 말에 뼈아픈 3점을 내 주어 역전패를 당했다.
아! 패배가 아쉽다. 더욱 아쉬운 것은 11회 초가 시작되기 전

내가 보고 있는 KBS N SPORTS의 방송이 녹화 중계임을 알게 된 것이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11회초에 2점을 주어 패색이 짙었다"라는 표현을 보게 된 게다.
흥분이 가라 앉았고 '11회말 역전패'를 감을 잡았던 것이다.
최고의 명승부를, 끝까지 즐기지 못한 상황이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멋진 승부를 펼친 양팀에게 박수를를 보내다. 
결과를 알아버린 이 안타까운 상황에 탄식하며 패배를 꿀꺽 삼킨다. 
삼성 선수들, 오늘 밤 편히 쉬시길! 4차전의 승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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