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수업의 정점, 그랜드 투어

- 설혜심의 <그랜드 투어>를 읽고

 

 

누구에게나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나의 놀이터는 와우스토리연구소(Wow Story Lab, 이하 와우랩)입니다. 와우랩은 자기다운 인생을 살기 원하는 직장인과 1인 기업가 80여명으로 이뤄진 커뮤니티입니다. 우리는 자기이해, 자기경영, 자기실현을 이루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어울려 놉니다. 수업도 하고, 여행도 떠나면서요.

 

나는 와우스토리연구소의 리더입니다. 연구소라는 이름에 걸맞은 형식을 갖추자면, '소장'이라는 직함이 맞겠지만, 소장이라는 호칭이 주는 권위와 무게감이 싫더군요. 수석연구원 정도의 뉘앙스가 마음에 들고 편안하지만, 역동적인 비전가로 살고 싶은 내게 ‘연구원’은 다소 정적인 호칭입니다. 이것 역시 선입견이겠지만, 나는 '리더'라는 말이 좋습니다.

 

와우랩의 리더로서 매년 신입 와우팀원을 선발하고, 매월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선발과 교육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과 하루여행 그리고 월요 조찬모임도 중요한 업무랍니다. 신입 와우팀원은 일년동안 정규수업에 참석해야 하고, 나는 얼마간의 수업료를 받지요. 와우랩은 나에게 놀이터인 동시에 일터인 셈입니다.

 

나는 프로페셔널한 리더이고 싶어서 자기이해와 자기경영이라는 교육목표 달성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영역은 정규수업입니다. 수업일이 다가오면 컨디션 조절까지 신경 쓰며 수업 내용과 개인별 피드백을 준비합니다. 수업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여행입니다. 여행지에서 함께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이 중요한 수업자료가 되니까요.

 

여행 자체가 배움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주 여행을 떠납니다. 1년에 한 번은 전체기수 MT를 떠나고, 신입기수는 서너 달에 한 번씩 MT를 떠나지요. 기수를 불문한 여행도 있습니다. 일년에 8~10회는 서울 근교로 하루여행을 떠나고, 여름이면 해외여행을 다녀옵니다. 와우랩의 리더로서 여행을 자주 기획하고 떠나려고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와우팀원들이 여행을 통해 중요한 것들을 느끼고 깨닫고 되찾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여행의 힘을 맛보아 ‘현실적인 삶’을 살면서도 자주 ‘이상적인 여행’을 떠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와우랩 리더의 여행 시도가 그들에게 하나의 좋은 모델이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놀이와 배움을 제공합니다. 나에게 여행 준비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모색입니다. 어떻게 하면 여행을 잘 즐길 수 있을까?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일까? 여행을 교육으로 여기는 관점만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대하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저 즐기고 돌아오면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에도 저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여행의 이중적 매력에 있습니다. 재미만 얻기에는 여행이 꽤나 효과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니까요. 일찍이 선조들은 여행이 중요한 교육 도구임을 여겨왔습니다. 굳이 실증적인 사료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여행의 교육적 효과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자료를 더 신뢰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의 역사적 사실을 적어 봅니다.

 

-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는 여행을 하며 얻은 지식으로 <역사>를 저술했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함은 ‘학문’과 동행교사로서의 ‘여행’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 17세기 이후 영국의 귀족들은 어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유럽여행을 보냈다.

- 18세기 조선의 실학자들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청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그랜드 투어>는 ‘교육으로서의 여행’에 초점을 맞춘 인문서입니다. 같은 주제라도 작가의 기질과 관심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지요. 실용서로 쓰였다면 실제적인 여행의 기술을, 인문서라면 교육여행의 탄생배경과 여행경로, 역사적 주요인물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를 담게 됩니다. 제목으로 쓰인 ‘그랜드 투어’의 개념을 알면 책의 내용이 짐작됩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상류 계층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해외여행 열풍이 불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만나곤 하는 위대한 인물들과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이 영국 해협을 건너 대륙으로 향했다. 그 열풍은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엘리트 사이로 퍼져가게 되었다.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로 생각된 이 여행은 ‘그랜드 투어’라고 불렸다.”

 

그랜드 투어는 유럽 귀족들의 어린 자녀를 위한 교육 여행입니다. 어린 귀족들은 동행교사, 하인과 함께 파리와 로마를 필수 코스로 하여 유럽의 주요 나라를 2~3년 동안이나 여행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제자였던 알렉산더와 함께 떠났던 여행을 제외하면, 오늘날의 조기유학의 원조인 셈입니다. 이제, 책의 특징을 3가지로 알아보죠.

 

1) 책은 그랜드 투어를 둘러싼 방대하면서도 구체적인 역사적 정보를 담았습니다. 40페이지에 달하는 미주와 참고문헌은 저자가 성실하고 정직한 학자임을 보여주어 책에 대한 신뢰를 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석을 책의 말미에 모아둔) 미주보다 (본문 아래에 적어둔) 각주를 더 좋아하지만, 저자는 독자들의 일반적인 성향을 배려하여 미주로 처리했습니다.

 

2) 전공서 위주의 집필을 해온 저자가 일반 독자를 배려한 점이 책이 지닌 또 다른 특징입니다. 저자인 연세대 사학과 설혜심 교수는 <그랜드 투어>를 작심하고 썼습니다. 작심의 정체는 노년의 부모님도 재밌게 읽으실 책을 쓰겠다는 마음입니다. 술술 읽히는 책인데, 읽다보면 그랜드 투어에 관한 박학한 정보를 얻습니다. 가독성의 비결이 세 번째 특징입니다.

 

3) “나는 그랜드 투어의 정형을 도출하기보다는 실제로 그랜드 투어를 떠난 사람들의 경험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여행자 개개인의 족적을 되살리고 당시의 맛을 살리기 위해 당시 문헌의 일부분이나마 가능한 있는 그대로 많이 싣고자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구조나 인과관계에 함몰되어 잃어버렸던 ‘이야기로서의 역사’가 얼마나 재밌는가를 새삼 깨달았다.”

 

책의 특징을 3가지로 살폈습니다. 저자가 성실한 학자인데서 오는 내용의 신뢰성, 쉬운 언어로 쓰인 높은 가독성, 이야기로서의 역사가 주는 재미! 나는 설 교수님의 시도, 다시 말해 ‘성실한 인문학자의 대중적인 인문교양서 쓰기’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다른 저서보다 판매량이 높을 거라 예상하고, 재미와 전문성을 모두 건졌다고 판단하니까요.

 

<그랜드 투어>를 즐겁게 읽기 위한 준비물은 두 가지가 아닐까요? 첫 번째 준비물은 여행의 기능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뿐만 아니라 ‘훌륭한 교육 도구’라는 것에 동의하는 마음입니다. 두 번째로는 ‘내가 그랜드투어를 떠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해?’하는 실용적 접근보다는 ‘그랜드 투어를 둘러싼 역사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입니다.

 

지적 호기심보다는 실용적인 제안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이 책을 꼼꼼히 읽는 것보다 서점에서 책의 챕터 구성을 살피며 힌트와 아이디어를 얻고 실제로 그랜드 투어를 떠나야겠지요. 일반적인 방법론은 무용합니다. 직접 체험하면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최고의 노하우는 정통의 방법론을 실천하며 자신에게 적합한 것으로 다듬어낸 것이니까요.

 

나는 와우스토리연구소에서 떠나는 해외여행을 ‘Wow Grand Tour’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2013년 와우 그랜드투어의 목적지는 호주입니다. 우리는 9일 동안 애들레이드,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멜버른을 여행할 것입니다. 한껏 즐기면서도 무언가를 느끼고 배워서 돌아오겠지요. 그랜드투어를 와우랩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잘 키워가야겠습니다.

 

- 와우그랜드투어 가이드, 조르바.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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