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첫째주 <책을 이야기하는 남자> 조르바 원고는 '피터 드러커'를 다뤘습니다. 기초적인 정보만 다뤘지만, 드러커를 잘 모르는 분들이 헷갈릴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구분해 두었으니 유용한 점은 있으리라 생각하는 글입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무료' 앱 <책을 이야기하는 남자>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조르바 원고를 실시간으로 이곳에 포스팅할 수는 없어서 6개월 이상 지난 글들을 종종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오늘은 2013년이 밝으면서 썼던 글을 옮겨 봅니다. 많은 분들이 읽었을 법한 <습관의 힘>인데, 당시에 소개글을 이렇게 썼더군요.
"올해 자기계발서를 딱 한 권만 읽으신다면, <습관의 힘>을 추천합니다. 시간이 없다면, ‘습관을 바꾸기 위해 알아야 할 황금률’(97~143쪽)만이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습관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여 좋은 습관 하나를 갖게 되시기 바랍니다."
올해, 단 한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으신다면
-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을 읽고
자기계발서에는 3가지의 약점이 있습니다. 인과관계의 편협한 해석,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 간과, 비과학적 연구태도가 그것입니다. (21세기의 첫 10년 동안에 출간된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그렇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면,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는데도 왜 자기계발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오늘은 인과관계에 대한 이야기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어떤 일의 원인과 결과를 깊이 연구하지 않습니다. A를 투입하면 B가 나온다고 주장하지만, 지나친 단순화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보물지도’ 덕분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성공요인은 복합적입니다. 심지어는 저자의 주장과는 다른 요인 덕분에 성공했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관계, 기회를 붙잡는 힘, 글쓰기 능력이나 훌륭한 스피치 능력 등.
『달과 6펜스』를 쓴 서머싯 몸은 “소설을 쓰는 데는 세 가지 법칙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스티븐 킹도 비슷한 말을 했지요. “나를 포함하여 소설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에 대하여 그리 잘 알지 못한다. 소설이 훌륭하거나 형편없다면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 대다수도 자신의 성공요인을 잘 모릅니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요인들을 몸과 영혼에 갖고 있고,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은 A를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C와 D가 더 중요한 작용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성공하는 것과 성공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능력이 요구되니까요.
2.
라트비아 출신의 영국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원인과 결과는 매우 복합적인 요소로 얽혀 있음을 간파한 사상가입니다. 그는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인과관계의 사슬을 모두 알 수는 없다고, 그리고 이것은 ‘행복한 무지’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확실하게 안다면 우리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는데도 변화와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면, 무엇 때문일까요? 이제 두 가지의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다. 독자가 시원치 않아서 그리고 저자가 시시해서. 독자의 시원찮음은 읽기만 했지, 자기 것으로 만들거나 실천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저자의 시시함은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일화와 자기사례 몇 가지를 주장하며 책을 썼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에 세 가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1) 정말 성장하기를 원하는가? 아니라면 재밌는 소설을 읽거나 더 많은 위로를 주는 요즘의 힐링을 주제로 한 베스트셀러를 읽는 게 낫겠지요. 2) 성장을 위한 대가, 즉 실천할 마음이 있는가? 아니라면 삶을 변화시키고 도약을 이루기는 어렵겠지요.
3.
세 번째 질문은 저자에게 던지시기 바랍니다. 3)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검증된 것인가? 그에게만 적용될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어야 힘써 실천할 만한 근거가 될 테니까요. 그러한 책(인과관계의 편협한 해석을 벗어난 책)을 고르려면 저자가 통찰력을 갖고 있는지, 방법론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것인지 확인하면 됩니다.
통찰을 가진 저자들의 책은 인과관계를 다양하게 보여주어 결과를 불러온 진짜 원인을 밝혀냅니다. 한편 과학적 연구 결과를 담은 책은 구체적이면서도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간혹 통찰과 과학적 연구방법 모두 담은 책이 있습니다. 『습관의 힘』이 그런 책인데, 저자가 글도 굉장히 잘 써서 읽는 맛도 아주 좋습니다.
올해 자기계발서를 딱 한 권만 읽으신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드릴 것입니다. 시간이 없다면, ‘습관을 바꾸기 위해 알아야 할 황금률’(97~143쪽)만이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과학적 연구를 통해 “신호-반복행동-보상”이라는 습관의 매커니즘을 밝혀내는가 하면, 믿음과 공동체라는 비과학적인 원인까지 덧붙이는 통찰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4.
직관과 통찰은 종종 과학적 연구결과에 의해 망신을 당합니다. 철학자들이 책상에서 숙고함으로 얻은 주장이 실험실에서 증명된 과학적 연구결과에 의해 종종 뒤집힌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고대의 사상에는 깊은 지혜가, 현대의 과학에는 정확한 지식이 있습니다. 그러니 독자인 우리는 철학적 사유에서도, 과학적 지식에서도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찰스 두히그는 50쪽이 못되는 저 대목에서 두 가지 모두를 선사합니다.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는 ‘지식’에다가,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지혜’를 조화시켰습니다. ‘습관의 매커니즘’이 전자에 해당되고, ‘믿음’과 ‘공동체’가 후자에 해당됩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렵니다.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라니까요.
- 운동 습관 갖기에 도전 중인,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