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구미에서 우정을 나누다

카잔 2008. 7. 2. 11:11

친구들과 함께 구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했다. 시합은 아니고 셋이서 공을 던지고 받거나 혹은 한 녀석이 배트로 공을 치면 두 놈이서 그 공을 잡으러 뛰어다니며 놀았다. 20년 전에 나는 이렇게 놀았다. 수업이 끝나면 나는 늦게까지 그렇게 학교 운동장에서 놀았다. 축구를 하거나 야구를 했고 반대항 야구 혹은 축구 시합도 자주 있었다. 그 때는 참 승부근성이 강했는데, 그래서 승리에 참 집착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악바리 같은 근성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나는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 듯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네. 나는 강연을 줄이고 보다 많이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강연 준비를 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갑자기 이런 결론으로 흘러가 버리다니, 으악! 내가 요즘 게으르게 사나 보다. 20년 전의 놀이를 하던 모습에도 배울 것이 있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깐 동안의 야구였지만 즐거웠고 땀도 흠뻑 흘렸다. 곧바로 샤워를 하지는 못했지만 잠깐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쉬며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잠시 휴식 후, 우리는 쌈밥 5인분을 먹고 다시 당구장으로 향했다. 이것은 이미 만나기 전부터 친구가 생각해 둔 코스였다. ^^ 오랜만에 당구를 쳤다. 살아가다가 가끔씩 고향에 올 때만 치는 당구지만 10년 전 즈음에는 나는 이렇게 당구를 치며 놀았다. 나는 친구들과 당구를 치는 이 시간이 재밌다. 평소에는 이런 여유가 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분 좋게 함께 당구를 칠 사람도 없다. 이 놈들과 당구를 칠 때는 당구만 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놀리고 농담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참 좋다. 당구가 더욱 재밌으려면 그날 모두가 자신의 실력을 한껏 발휘해야 한다. 한 녀석이 그날 공이 잘 맞지 않으면 무엇보다 그 자신이 재미가 사라지고 시합의 긴장감이 사라져 그날의 게임에서는 모두가 운동의 스릴을 맛보지 못한다. 자신의 실력을 한껏 발휘해야 즐겁고 신이 나는 것은 당구에서나 인생에서나 마찬가지다. 10년 전의 취미였던 당구를 통해 인생의 진리 한 가지를 되새긴다. 잘 하는 것에 재미가 깃든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삶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라도 재능은 발견되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구장을 나오니 꽤 늦은 시각이 되었다. 11시 경이었던 것 같다. 어디에 갈 것인지를 두고 우리는 한참을 고민했다. 노래방? 술 한잔? 10분을 주차장에 앉아 고민하다가 결국 집앞 치킨 집에서 맥주 한 잔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오랜만에 만나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모른 채 결정하느라 시간을 보냈지만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 나는 이 놈들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편안하고 즐겁고 신이 났다. 치킨 집에서 치킨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우리는 함께 TV를 보기도 하고 지난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맥주를 마셨다. 어젯밤의 느낌이 기억난다. '아, 이렇게 옛날 얘기 하니 참 좋다. 오늘은 이렇게 남자 셋이서 추억을 안주 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생각을 했던 것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지금은 아침이고 방에 놓여있는 상을 보니 맥주 6캔 중에 3개가 남아 있다. 내가 마셨던 맥주 캔을 들어보니 묵직하다. 두 모금 정도 마셨나 보다. 우리는 이야기를 제대로 풀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던 것이다. 아이고, 아쉬워라! 모처럼만의 만남인데 너무 일찍 잠든 것이 아쉽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만나러 곧 다시 이곳에 올 것이다. 플래너를 펼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날짜를 꼽아 본다.

아마도 내가 가장 먼저 잠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12시 즈음이 고비다. 그 때에 몰려드는 잠을 이기지 못할 때가 많다. 잠자고 있는 친구 녀석이 깨면 어쩌다가 맥주를 저렇게 아무도 안 마셨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러면 아마 이런 답변이 돌아올테지. '이 자식, 니가 먼저 잤잖아.' 어제 낮에도 내게 물었었다.  12시에 자는 것 아니냐고. 나는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맞았다. 일어나면 한 대 쥐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해야지. "조만간 또 한 번 내려올께."
이것이 장거리 우정을 나누며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서울에도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향에서 학교를 함께 다니며 어린 시절을 함께 친구들은 이 놈들 밖에 없다. 열차 요금이 올라도, 먹고 살기에 바쁘고 힘들어도, 다시 만나러 오게 되는 친구들. 이들의 존재가 참 고맙다.

글 : 한국성과향상센터 이희석 전문위원 (시간/지식경영 컨설턴트)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