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여덟 권이라는 놀이터

카잔 2017. 3. 1. 10:00

페이스북 지인들의 독서 행진을 보고 받은 자극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실현보다는 상상에 치우친 타고난 내 성정 탓이리라. 3월의 거창한 독서 계획을 말함이다. 도저히 한 달에 못다 읽을 계획을 세우고야 말았다. 무려 8권이다. 무지막지한 분량의 책도 3~4권이다. 게다가 나의 독서 속도는 얼마나 느리던가(이걸 다른 분들이 알 리가 없지)!

 

다른 영역의 목표는 이 지경까진 아닌데, 독서 계획은 늘 비현실적으로 세우고 만다. 나에게 독서란 목표가 아니라 일종의 가치인 셈이다. 가치는 달성하기 어렵다. 사랑, 용기, 정의를 누가 온전히 손에 넣는단 말인가! 반면 목표의 맛은 달성이다. 추구하는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목표물을 포획하지 못한 채로 계속 추구만 하는 사냥꾼을 상상해 보라. 딱한 일이다.

 

8권을 못 다 읽어도 자책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가치였으니까. (사랑을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면, 1년 365일 스스로를 볶아대야 할 것이다.) 월별 독서 목표는 일종의 놀이터다. 8권의 테두리 안에서 나는 여유롭고 치열하게 독서의 희열을 만끽할 것이다. 계획에 얽매이긴 싫어서 8권으로 늘렸고, 너무 잡다하게 읽을까 8권으로 좁혔다.

 

다시 헤세의 말을 음미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많이 읽고 많이 아는 게 아니라, 명작들을 자유롭게 선정하여 일과 후 그것에 몰입함으로써 인간이 생각하고 추구한 것들의 너비와 깊이를 깨닫고 인류의 삶과 심장의 소리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살며 사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배움은 그 후의 일이다. 생존과 번영,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움과 실천의 선순환!

 

설사 다른 책의 유혹에 빠져 8권 너머의 책들을 기웃거릴지라도 우선순위는 놓치지 않으리라.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다짐한다. 학습하는 조직, 일리아스, 그리스인 조르바는 3월 지적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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