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2017년 16주차 성찰일지

카잔 2017. 4. 23. 20:40

1.

화요일에 와우 독서수업이 있었다.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를 읽은 소감을 나눴다. 몇몇 대목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도 했다. 책의 저자들(토니 슈워츠, 짐 로허)은 탁월한 책을 썼다. 자기경영에 대한 통찰이 깊고, 구체적인 사례가 풍성하다. 이들의 통찰 하나만 소개하자면, 저자들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그것은 세 가지다. 자신을 전율시키는 비전을 가질 것, 자신에 관한 진실에 헌신할 것 그리고 꾸준히 실천할 것! (아, 책 얘기를 하니 할 말이 쏟아지는구나. 서평을 하나 써야겠다.)

 

2.

나는 23년째 모 은행의 고객이다. (24년인가?) 그 은행에서 인문학 특강을 했다. 중요한 파트너가 될지도 모를 컨설팅 사의 의뢰라 여느 때보다 조금 더 준비에 신경을 썼다. 교안을 업데이트한 것. (구체적인 자료의 시각화에 힘썼다.) 근무 후  저녁에 3시간 동안 진행되는 특강이라 만만찮은 강연이다.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 “일찍 마쳐주세요. 대선 토론 봐야 해요.” 압박이 아닌 부드러운 요청의 말투로 느껴졌다. “다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조금 일찍 마쳐볼게요.” 나는 열심히 진행했다. 강연 후에 적어 둔 간략한 메모는 이렇다. “교안 업데이트를 완료했다. 꽤 선전했다. 청중 분들의 피드백만 좋다면 희열!” (강연에 대한 셀프 피드백의 기준은 이렇다. 희열 - 선전 - 선방 - 절망)

 

3.

목요일과 금요일은 학습조직 교안 제작에 몰입했다. 일찌감치 매달렸으면 결과물에 더욱 만족할 텐데! 아쉽기는 하나, 마무리되고 나니 홀가분하다. 덕분에 오랜만에 편안한 휴일을 보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아니 나아져야 할 나의 치부다. 그것은 중요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습관이다. 매번 그리 살다보니 이제는 ‘습관’이라 표현해야 할 정도로 반복적인 패턴이 되어 버렸다. 부끄럽지만 들여다보아야 할 주제다. 더 늦기 전에 고치고 싶다.  

 

4.

토요일에는 독서 수업을 했다. 대상 도서는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이다. 수강생 분들이 책을 열심히 읽고 토론을 성실하게 준비해 와서 고마웠다. 텍스트를 세 번씩 읽고 오신 분이 여럿이었다. 우리는 한 페이지를 두고 한 시간 가까이 토론하기도 하고, 책장을 여기저기 오가며 저자의 메시지를 찾으려 노력했다. 나는 독서 수업을 할 때 행복해진다. 연말이면 내 식견을 따라 '올해의 책 Best 10'을 선정할 텐데, 『인생의 발견』은 상위권에 오르지 싶다.


요즘 ‘내가 책을 잘 읽는 편인가’ 하고 질문하게 된다. 사실일까? 착각이면 또 어떤가 싶다가도(인간은 착각하는 존재니까) 이것만큼은 착각이 아니면 좋겠다. 나는 정말이지 책을 잘 읽는 독자이고 싶으니까. 서재인에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서재인이 되지 않고서 지성인이 되기는 쉽지 않을 터! 자연스레 그리고 새삼스레 다짐하게 된다. '독서 실력을 업그레이드하자!' 독서가로서의 최고 목표는 '니체와 푸코 읽기'다. (그 다음은 벤야민이다.)


책을 잘 읽는다는 느낌이 착각까지는 아닐지라도,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음도 깨닫는다. 나에게 니체 읽기는 어려운데, 세상에는 니체를 잘 읽어내는 이들이 부지기수일 테니까. 현실인식이 짙어지니 의욕이 솟는다. (이것이 나의 기질이다. 어느 사회심리학자는 칭찬보다 진실한 피드백에 자극받는 이들을 '안정지향(prevention focus)'이라 칭했다. 내가 그런 부류다.) 지성에 관한 나의 꿈은 교양인이 되는 것이다. (통용되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리버럴 아츠주의자다.


5.

바쁜 한 주였다. 폭풍 같은 일정들이 지나갔다. 책 한 장 읽을 여유조차 갖기 힘들었다. 절정은 주말이었다. 새벽부터 오후 4시까지 워크숍 교안 작성에 매달렸다가 잠시 눈을 붙인 후 저녁 강연에 참석했던 금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수업과 저녁 뒤풀이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한 토요일! 그러고서 맞이한 오늘의 이 꿀맛 같은 휴일!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듯, 열정적인 노동이 휴식을 아름답게 만드는구나.

 

오늘은 아침의식을 자발적으로 건너뛰었다. 오후에 있던 약속마저 연기되어 종일 편안한 하루가 됐다. (진작 취소되었더라면 하루짜리 여행을 하고 왔을 텐데, 약속일에 임박한 취소여서 아쉽다.) 아침에는 느긋하게 신문을 읽었다. 모처럼만의 여유다. 대추토마토를 씻고, 오렌지와 사과 껍질을 깎았다. 4월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3종류의 과일을 먹었다. 건강을 위한 작은 노력을 실천하는 중이다.

 

오후에는 프로야구를 시청하다가 낮잠을 잤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즈음에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그리워 카페를 찾았다. 『인생의 발견』 한 챕터를 읽었다. 챕터마다 영감을 안긴다. 읽을 때마다 사유거리가 풍성해져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커피를 마시며 한 주를 성찰했다. ‘성찰’은 늘 나의 자기경영을 돕는다. (성찰을 주제로 특강을 열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가오는 한 주를 위한 계획마저 세우고 나니 행복해진다. 좋은 하루를 보냈다는 만족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