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내 생애 마지막 글은

카잔 2018. 3. 14. 22:18

햇살이 지하철에 동승했다. 동작역을 지나 한강을 마주한 순간 빛이 열차 안으로 쏟아졌다. 오후 햇살의 나른함과 편안함 그리고 따뜻함이 차 안을 그윽하게 만들었다. 기분 좋은 봄볕이었다. 차창에 붙어 햇살을 바라보았다. 핸드폰 카메라도, 나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석양을 감상했다. 보고 또 봐도 감동과 전율을 안기는 일몰이라는 마법!



오후에 읽었던 <안식일>이라는 짧은 글이 떠올랐다. 올리버 색스는 자기 생의 마지막에 쓴 이 글에서 ‘안식일의 평안’을 예찬했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이제 쇠약해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한때 단단했던 근육이 암에 녹아 버린 지금, 나는 갈수록 초자연적인 것이나 영적인 것이 아니라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생각이 쏠린다. 자신의 내면에서 평화를 느낀다는 게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안식일, 휴식의 날, 한 주의 일곱 번째 날로 자꾸만 생각이 쏠린다. ··) 자신이 할 일을 다 마쳤다고 느끼면서 떳떳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그 날로."


이 글을 발표하고 2주 후에 색스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신경과 전문의로서 자기 몸의 상태를 모르지 않았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글임을 인지하면서 택했을 주제였기에 '안식일'이라는 세 글자는 단순한 문자 이상의 의미를 안겼다. 게다가 그는 정통 유대교의 삶을 살지도 않았다. 색스의 글은 '안식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도록 이끌었다. 그러던 터에 지하철을 타서 봄날의 햇살을 만난 것이다. 


‘아! 내 생애 마지막 글은 어쩌면 석양에 대한 찬미와 고마움을 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