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나는 '배우는 자' 로서의 모델이 되고 싶다.

카잔 2007. 5. 21. 13:35

1기 와우팀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는데, 익숙한 목소리여서 퍽이나 반가웠다.


"샘.. 오늘 스승의 날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고맙다는 말 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사투리가 구수하다. 기분이 좋다.

8년 전, 과외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로 처음 만난 이 놈은 매년 이렇게 스승의 날을 챙긴다.

나중에 와우팀 1기가 된 이 고마운 녀석은 지금 철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다.

철학과에 입학하여 한동안을 신의 존재와 인간 실존으로 고민과 방황을 거듭하더니

3학년이 된 올해부터 많이 정리가 된 모습이다.

때로는 확실한 회의가 굳건한 확신을 만든다고 믿는 나로서는 그 놈의 내일이 무척 기대한다.


요즘 영감을 주는 책이나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 있냐고 물었더니,

교수님 한 분이 아주 박학다식하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좀 더 통화를 하다가, 5월 와우모임 때 대구에서 보자고 하고 끊었다.

그 놈이 계속 생각나는 오늘이다.


'그래, 그 스승의 말을 모두 끌어모아 집어삼키렴.

지금은 인풋이 중요할 때이니 통째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워야 해.

조만간 자네만의 주견이 서면 게워내며 하나씩 체계를 정립하면 되니

그 스승 밑에서 치열하게 학문의 기초를 닦아놓으렴."


문득 나는 누구를 나의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한 때, 피터 드러커를 좋아했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생각난다.

그들의 책을 읽을 때 보다 깊이 보다 치열하게 공부하지 못했던 것이 절절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누군가가 나에게 영감과 교훈을 준다면 그가 곧 나의 스승일 것이다.

만약 나에게 지속적인 영감과 교훈을 주는 스승이라면, 어찌나 감사한 만남인가!


그 만남의 때에 치열하게 배우고, 그 분의 교훈을 가슴깊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공자의 제자는 3,000명이라고 전해내려오나 정확하지 않은 숫자다.

공자의 말씀을 그냥 한 번 들은 것이 아니라,

그의 곁에서 가르침을 듣고 질문을 하는 식의 우리가 생각하는 제자로 기준을 좁히면

[논어]와 [사기열전] 등에 나오는 70명 명 정도가 된다.

이들 70여 명은 육예라고 불리는 공자의 학문을

모두 공부한 정통 제자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70명 중에 '안연'이라는 제자가 가장 부럽다.

공자는 [논어] 자한 편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의 가르침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제자는 안연 뿐이다."


그리고 자로의 학문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


[논어]의 공야장 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자로의 원칙은 '좋은 말을 들으면 반드시 실천한다'였다.


"자로는 좋은 가르침을 듣고 아직 다 실천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좋은 가르침을 듣게 되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다."


또한 처음엔 스승으로부터 '아둔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진실하고 성실한 배움의 자세로 훗날 학문과 덕행으로 가장 널리 명성을 날린

증자의 모습도 내가 쫓아야 할 모습이다.


증자는 매일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하였다.


요즘, 나의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분이 한 분 생겼다.

강준만 교수다. 그의 책은 무지 많다. 깊이 한 번 공부해 보고 싶다.

치열하게 공부해 봐야지. 그래서 팀원들에게 배우는 자의 모델링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