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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상주의 뛰어넘기

카잔 2009. 9. 18. 17:36

나(에커만)는 지체 없이 람베르크를 찾아가서 소원을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내놓은 습작품을 보고 나서 재능을 의심치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먹고 사는 일이 예술보다 우선한다는 것과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예술을 하면서 동시에 외적인 실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망은 무척 희박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입장에서는 내게 어떠한 도움이라도 줄 태세가 되어 있다는 의사 표시를 하였다.

-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p.26


저는 람베르크의 말에 깊이 공감하였는데, 이유는 이렇습니다. 강한 이상주의자였던 저는, 남녀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다른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또한 꿈과 열정이 있다면 모든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말들을 추구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설득력도 부족한 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멋진 말처럼 들리지만, '열정'과 '진정성' 등의 단어들은 의미가 모호하여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지요. 열정적인 사람들도 '열정'에 대하여 스스로 알고는 있지만, 설명은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열정은 하고 싶은 일 때문에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이라 설명한 적도 있지만, 이 말도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이들에게만 유효한 정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나의 한계인 이상주의적 성향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이상주의가 주는 좋은 것들은 고스란히 섭취하여 맛보면서 말이지요. 람베르크의 얘기는 예술가의 삶에 대한 '현실'을 정확히 지적해 주어 반가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에커만의 꿈을 지원해 주겠다고 말해 주어 제가 괜히 고마웠지요. 억측일지 모르겠지만, 그는 현실주의를 겸비한 이상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그의 말에서 현명한 현실주의를 볼 수 있고, 젊은 청년의 꿈과 도전을 지원할 줄 아는 태도에서 앞날의 가능성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하고 있는 업(業)은 우리에게 밥과 의미, 두 가지 모두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위대한 예술가가 옹호해 주니 으쓱하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도 오늘의 끼니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꿈을 몽상으로 규정하여 경계해오고 있었거든요.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는 삶의 실존적인 문제들을 초월하여 작업에 몰두하는 예술가들이 소개됩니다. 성실히 쓰인 좋은 책이고 사명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지만, 책에 나오는 분들을 삶의 모델로 삼을 순 없었습니다. 그들은 범인인 내가 쫓기에는 비범한 분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을 좇아 취할 것은 이상을 추구하는 헌신적인 태도였습니다. 현실을 고려할 줄 아는 태도는 나이가 서른에 가까워지면서, 구본형 선생님의 영향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재능과 훈련은 필수품입니다. 타고난 재능만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순 없겠지요. 재능을 실력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훈련입니다. 예술가들에게 훈련은 기술을 고도로 연마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은 단순할 수는 있지만 간단히 끝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헌신적인 노력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요. 위대함의 수준을 꿈꾼다면 그 과정의 치열함에서 위대함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람베르크는 꿈을 이루는 과정의 만만치 않음까지 젊은 청년에게 일러 주었습니다.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가능성들을 무시하는 이상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기 가슴 속의 이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실주의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상을 실현할 방법들은 현실의 조건이나 상태를 고려하고 과정의 힘겨움을 감안하여 수립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체 게바라의 말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균형을 제대로 표현해 줍니다. 람베르크의 교훈을 나의 언어로 정리하며 마음속에 되새기며 글을 맺으려 합니다.

"하나, 일을 통해서 얻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밥과 의미. 둘, 꿈을 이루기 위한 도구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셋, 생업과 꿈의 일치를 추구하는 과정은 힘겨울 수 있다."


꿈으로 향하는 길이라면 힘겨울지라도 가장 행복한 길입니다. 이것은 이상주의자 보보의 믿음입니다.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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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람베르크는 누구인가?

요한 하인리히 람베르크(Johann Heinrich Ramberg)는 독일 북부 도시 하노버 출신의 화가입니다. 그는 영국 왕족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던 실력 있는 화가이자 유명한 삽화가였습니다. 람베르크는 1790~91년에 괴테를 만난 적이 있지요. 괴테는 람베르크에 대하여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즉흥적인 처리 능력이 아주 탁월한 화가라고 다음과 같이 경탄했습니다. "내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람베르크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네. 즉석에서 그리면서도 대상을 어찌나 정확하게 파악하던지 정말 경탄을 금치 못했네. 솔직히 람베르크의 작품을 몇 점 구하고 싶은 마음을 부인할 수 없네." (『괴테와의 대화』 p.126)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