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

나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가?

카잔 2010. 2. 12. 10:02

사람들은 내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 말한다.
친한 친구들이 내게 하는 말도 비슷하다. 아무말 없이 참 잘 들어준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하지 말고, 그저 말없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들어 줄 때에 고마움이 느껴진단다.
'아무 말 없이'에 방점이 찍힐지, '잘 들어준다'에 방점이 찍힐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얘기다. 

나는 스스로를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아마도 내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 친구들과 사람들의 오해에 대해 몇 마디 하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 안에는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있고, 남을 격려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내가 무엇인가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의 원형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엌으로 통하는 문지방에 앉아 식사를 준비하시는 엄마에게 쫑알대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엄마에게만은 그렇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보다 격려하고 싶은 욕구가 조금 더 강렬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와 대화할 때에는 격려와 도움이 되는 나의 조언인지, 그저 경청인지 잘 알아내는 편이다.

세상에는 우리를 향한 조언과 충고가 넘쳐나지만, 우리를 애정으로 들어주는 경청은 많지 않다.
두 종류의 사람이 많을 뿐이다. 애정이 깃들어있지만, 시의적절하지는 않은 조언을 하는 사람들,
그저 다른 이의 삶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나는 두 종류의 사람들보다는 보다 지혜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다. 

오는 길이 막혀 짜증스러웠다는 이야기, 나의 실수로 데이터를 날려 버렸다는 이야기 등은
누군가를 만나 자기도 모르게 툭 튀어나올 수 있는 말이지만, 실제로 말로써 늘어놓고 싶지 않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만약, 내가 자주 지각을 하거나
데이터를 날려 버린 전적이 이미 화려한 경우라면, 그들은 나의 이야기에 더욱 따분해할 것이다.

내 친구 중에는 만나면 함께한 모든 이들을 웃음으로 몰아 넣는 재치 넘치는 친구가 있다.
우리는 그 놈 덕분에 아주 유쾌한 웃음을 여러 번 가진다. 그야말로 박장대소 말이다.
나도 센스가 없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혹은 착각)하지만, 그 놈을 따를 순 없다.
아주 소극적으로 생각하지만, 나의 바람은 대화 분위기를 절대로 망치고 싶진 않다.

대화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 수 있는 피상적인 방안들은 세 가지다.
1) 나의 삶을 바꾸어 하소연하고 싶은 일을 줄여 나가는 것 
2) 자주 반복되는 사소한 나의 실수들까지 귀담아 들어줄 친구를 찾는 것.
3)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야기를 즐겁게 꾸며대거나 과장하여 말하는 것.

2) 번은 쉽지가 않고, 주도적인 방법도 아니기에 탈락,
3) 번은 진솔한 인간 관계를 원하는 나의 가치와 맞지 않기에 역시 탈락.
나는 첫번째 방법을 택했다. 2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멋진 대화를 하는 비결 중 하나는 승리의 삶을 사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것은 친구들에게 승리의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위함이 아니다.
자기 안에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와 활기찬 에너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근심이 있지만 애써 웃는 것과 근심 없는 건강한 미소는 다르다.
나는 친구와 만날 때마다 삶의 즐거움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다.

내가 잘 들어주는 사람인가? 를 스스로에게 물으니 대체로 그랬다.
이 글은 말이 많은 사람인 내가 어찌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이다.
답변의 핵심은 이것이다. 좋은 삶을 살다 보니 이야기를 들을 만한 여유와 에너지가 생겨났다는 점.
잘 듣지 않는 사람이 여유와 에너지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나의 경우를 말한 것이다.


: 한국리더십센터 이희석 컨설턴트 (자기경영전문가) hslee@ekl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