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

사랑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른 셋 그녀와 나는, 친구 같은 사이다. 나이야 내가 조금 더 많지만, 오랜 시간 속마음을 나누고 허울 없이 지내다 보니 만나면 무척이나 편안하다. 그녀는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와의 관계를 두고 고민 중이다. 처음에는 호감을 갖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단점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더 나은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마음을 뺏기고 있다. 그녀와 난 닮은 구석이 있다. 연애에 관해서는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닮았다. 결혼을 로망으로만 생각하는 환상과 끊임없이 더 나은 파트너를 찾으려는 욕심이 그렇다.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마음속에 서현과 결혼하기를 꿈꾸는 마음이 있다"고. 여전히 마음속의 공주님을 상상하고 있는 마음인데, 그녀는 바로 이해하고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래요." ..

나의 전도사님 친구 이야기

1. D를 만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다. 교보문고에서 만나 가까운 카페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나는 그를 만나기 직전에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받아 든 광고 전단지를 D에게 건네 주었다. 녀석이 내게 물었다. "이게 뭐니?" 일단 질문을 이끌어냈으니, 성공적인 장난이었다. 나는 히죽거리며 대답했다. "쓰레기." "역시,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오는군. 어이구! 이 쓰레기통 같은 놈." 녀석은 나를 짓밟는 유머를 했다. 쓰레기통에서는 쓰레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는 투로 던진 녀석의 말은 무지 웃겼다. D는 덧붙였다. "예수님도 말씀하셨지. 속에 가득 찬 것이 밖으로 나오게 마련이라고." 나는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2. D는 전도사님이다. 그도 교회에서는 점잖은 전도사님이겠지. 나도 와우스토리연..

결혼에 관한 지식

교회 후배에게 안부 문자를 보냈다. 문자치는 속도가 느려 잘 보내지 않는 편이지만, 3일 전에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를 격려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긴장도 되고 할 테지만 힘내라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답문자가 왔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알려 주었다. 멍... 해졌다. 나는 강남 교보빌딩 사거리에서 경복아파트 사거리로 가는 택시 안에 있었다. 늘 그렇듯이 강남다운 교통 정체, 그 사이에서 천천히 기어가는 차량들. 문득, 내 삶(의 한 영역)이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나를 실은 택시의 속도처럼 아주 미미한 성장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였고, 아주 가는 비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결혼 소식의 주인공은 옛 연인이다. 하하.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