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 3

친구에게(3) 나의 우유부단함

친구야. 나는 어제와 오늘, 결정 하나를 하지 못해 많은 시간을 우물쭈물하며 보냈다.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오랜 약점이었지.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에 운동화 하나를 살 때에도 그랬잖우. 겨우 선택하여 구입한 운동화를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선택에서 밀린 다른 운동화를 떠올리곤 했지. '혹시 그게 더 내게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그 때, 옆에 있던 네가 "난 아까 그게 더 낫던데.."라는 말이라도 하면... 으악, 난 최악의 카오스로 빠져 들곤 했다. 물론, 너는 좋은 장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말야.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후에도 20대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다행스럽게도 20대 후반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할 때도 많다. 결정이 ..

결단을 내리는 능력

장면 #1. 무슨 영화를 보지? 영화 뭘 볼까? 저는 아무거나 봐도 상관없어요. 그래? 그래도 보고 싶은 거 없어? 저는 영화 다 재밌게 봐요. 이렇게 해서 베이징 여행에서 만난 우리 일행은 그저 시간에 맞는 영화를 선택했다. . 젊은 놈이 왜 이다지도 현실적이란 말인가! 로맨틱 코미디의 비약적인 전개에 지루해하며 결국 졸고 만다. 영화 다 재밌게 본다는 말이 무색해지게. 쿨쿨. ^^ 장면 #2. 언제쯤이면 나의 이상형이 내게 데이트를 신청할까? 우리는 이틀 동안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다. 작은 동산에 올라 바닷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맛있는 일식집에서 정식을 시켜 분위좋게 식사를 하기도 했다. 버스 여행을 하며 낭만적인 분위기에 빠져 보기도 했고 영화 를 관람한 후 감동에 잠기기도 했다. 헤..

모순

"사람의 가장 우스운 점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모순이죠. 어렸을 땐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하다가도 막상 어른이 되어서는 잃어버린 유년을 그리워해요. 돈을 버느라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가도, 훗날 건강을 되찾는데 전 재산을 투자합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살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가죠." - 『흐르는 강물처럼』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 줄 아는 지혜,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는 분별, 지혜와 분별력으로 오늘을 빛내며 살아야지. 비슷한 리스트는 얼마든지 더할 수 있다. 삶의 변화와 도약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연습은 마다하는 사람들. 사람들과 더욱 친밀해지기를 갈망하면서도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