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머니는 무능한 (혹은 무책임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시기 위해 일터에 나가셨다. 나를 퍽이나 사랑하셨지만, 함께할 시간은 많지 않으셨다. 나의 길지 않은 조직 생활도 어머니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회사 생활은 즐거웠고, 사내 인간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대체로 내 인생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4/4분기에 일이 무진장 바빠질 때면, 밤 11시를 넘겨 일하는 적도 많았다. 직장에 친구들의 모습도 나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우리는 때때로 함께 여행 한 번 가자고 말하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생일 때에는 시간은 많되, 돈이 없어 가지 못했던 여행이라면, 요즘엔 돈이 있어도, 시간이 없어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무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