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평온한 일상에 대한 고마움

카잔 2010. 11. 29. 10:13

[주간성찰] 평온한 일상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다. 주간성찰은 주일 오전에 하는 편인데, 와우친친(7기 와우팀)들과 토요일 밤을 함께 새어 주일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다행히도' 월요일 오전인 오늘은 할 일이 있긴 하나, 약속이 없어 잠시 시간을 내었다. 사실, 월요일 오전에는 대체로 약속이 없는 편이다. 일면 내게는 당연한 일이 '다행'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금 누리고 있는 참으로 평범한 일상이 결코 당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준 일들이 있기도 했다. 

여유롭고 평범한 이 하루가 얼마나 고마운지!

지난 주에는 만나야 할 여러 사람을 만났다. K는 고마운 이다. 일전에 와우 MT가 중요한 결혼식과 일정이 겹쳐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결혼식은 대전에서 있었고, 와우들은 기꺼이 대전 근처로 MT 떠나는 것을 이해해 주었다. 충청도 인근으로 가서 잠깐 결혼식에 갔다가 다시 MT로 합류하는 방법을, 잠깐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실천해 온, 이중 약속을 잡지 않기로 한 것 때문이다. 얼굴만 잠시 비추고 온다는 식으로 여러 약속 장소로 뛰어 다니는 삶은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니었다. 나는 와우 MT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는 단양 8경의 멋진 풍광을 구경하고 왔다. 만족스러웠다. 결혼식은 어떻게 했냐고? 대전에 사는 K에게 부탁했다. 대신 축의금을 전달하고 축하해 달라고. K는 즐거이 부탁을 들어 주었고, 결혼한 후배는 참 고마워했다. K 덕분에 두 가지의 일을 모두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다. 

업무 차 K가 서울에 온 김에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중에는 가슴 아픈 소식도 있었다. 사촌 언니가 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는 암의 무서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암은 말 그대로 무서운 질병이다. 지인들을 둘러 보면, 암 투병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동료의 부모님에서부터 또래의 친구들까지. 와우팀만 들여다 보아도 그렇다. 배우자가 암에 걸린 분(다행히도 초기에 발견하여 치유되셨다), 30대 초반인데 친구가 암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 암으로 어머니를 하늘 나라로 보내 드린 이까지. 이 모든 일이 지난 해와 올해 일어난 일들이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테헤란로에는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들 중에서 암 투병자를 찾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럼 이들은 어디에 있나?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우리는 자기 삶의 현장에 있는 이들만이 세상의 전부라 착각하며 산다. 여행을 떠나 보아야 배낭 여행객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테헤란로에서 배낭여행자를 만날 리는 없다. 여행자는 길 위에 있다. 평일에 휴가를 내어 단풍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들은 기대한다. 자신과 함께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으니 한적한 단풍 나들이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무너진다. 산을 알록달록 수놓은 것은 단풍 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몰려 든 아줌마 부대의 등산복도 관광지를 오색으로 물들인다. 우리는 평소와는 다른 공간에 머물 때, 자기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본다. 우리는 아파서 병원에 누워서야 깨닫는다.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평온한 일상은 결코 당연한 것도 아니고, 우연한 것도 아니다.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 신의 은총 덕분 혹은 열심히 살아온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 주 초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을 많이 하지 못하고 일찍 잠들곤 했었다. 인상 깊었던 기억은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맘스비전아카데미>에서의 강연이다. 30~50대의 어머니들의 배움을 향한 열정을 보았다. 그런 참가자들을 만나는 것은 강사의 축복이요 기쁨이다. 내년에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와 함께 뜻깊은 기획 강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리가 멀어서 실행 여부는 미지수지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자고 생각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수요일에는 Y를 만났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만나야 할 만큼 소중한 이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감정을 잘 컨트롤하여 시종일관 조용한 만남이었지만 번개를 맞은 듯한 만남이었다. 진솔함이 담긴 이야기였기에 서로의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의 이야기였다. 격렬한 감정과 열정을 동반한 시작이 멀리 가지 못하고 금방 시들해지는 경우가 있다면, 차분하고 조용하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에너지가 강해져서 끝맺음을 잘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날의 이야기가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나는 Y의 삶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 일이 잘 진행된다면, 폭포처럼 콸콸 진행되기보다는 흐르는 강물처럼 순조롭게 나아가는 모습일 것이다. (Y의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표현이 모호해졌다. ^^)

26일에는 오랜만에 독서특강을 했다. 2시간 50분 동안 진행되었고, 만족스러웠다. 강연이 깔끔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어서 기뻤다. 듣고 싶어하는 말인 까닭은, 보통 때에는 깔끔한 강연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나, 이번 강연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고, 하나 하나의 주제를 맺고 끊음이 잘 되었고, 그러면서도 연속적인 흐름과 논리가 있었다. 강연 주제에 대하여 얼마든지 풍성하게 강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진행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강연이 끝난 후에 즐거웠고, 뿌듯했다. 강연 때마다 이럴 수 있기를!

주말에는 와우친친 수업을 했다. 11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진행된 수업의 주제는 MBTI였다. 모두들 진지했고, 장시간 동안의 수업에 열심을 내어 주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진행자인 내가 분위기 환기를 위해 가벼운 게임도 하면서 집중력 높은 수업을 이끌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일도 하지 않았다. 고작해야 90분 정도마다 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집중하여 잘 따라와 준 와우친친들에게 고맙다. 다음 번에는 중간에 체조라도 잠깐 하는 게 좋겠다. ^^

한 주 동안의 개인적인 생활은 어떠했나?  독서, 영화, 만남, 여행, 글쓰기, 운동을 들여다 본다. 정상적인 컨디션의 한 주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관대하게 들여다 볼 수 만은 없다. 지난 주에는 독서에서도 부진했다. 『성격의 재발견』과 『처음 읽는 터키사』를 합쳐 100여쪽 읽는 것이 전부다. 영화는 <초능력자>와 <소셜 네트워크>를 보아 이전 주에 보지 못했던 공백을 메꿨다. 사람들과의 만남에는 충실했고, 만날 때마다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덕분에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다. 글쓰기와 운동을 거른 날이 많았다. 여행도 한 주 쉰 것은 의도적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에 하루를 조용히 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 날 Y가 갑작스레 만나자고 해서 홀로 보내지는 못했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었다.

12월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글쓰기와 운동, 독서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홀로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니다. 꿈도 많고, 이런 저런 할 일도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회사 다니는 것처럼, 나도 하루의 5~6시간을 업무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늘 외부 활동이 많아진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책을 덮게 되고, 쓰던 글을 멈추고 달려 나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없이 분주하게 보내는 것은 아니다. 여유롭게 지내려고 노력하지만, 할 일이 없어 한가한 날도 없다. 타고난 성정으로 인해, 할 일이 많고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 마찬가지로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 달라는 이에게 마음이 간다.

어제는 내게 '큰' 돈을 빌려 달라는 이가 있었다. 수백만원 단위가 아니니 내게는 큰 돈이었다. 수중에 돈이 없으니 거절해야 할지도 모르는 부탁이지만, 상황이 쉽게 거절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꼭 도와 주고 싶은 가족같은 동생이다. 이것은 분명히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시작을 그렇게 거창하게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다. 이것은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게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 그래서 뭔가 비약적으로 얘기한 걸지도 몰라, 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는 삼촌께 상의라도 해야 하는가? 돈 빌려 주는 건으로 인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하게 될 한 주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달 벌어 그 달을 사는, 마음만 부유한 1인기업가인데 어찌 종종 돈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을까? 다른 사람들은 돈을 잘 빌려주지 않아서일까? 삼십 대 중반이면 그 정도의 돈은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보다는 가능성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나로서는 항상 상황을 관대하게 혹은 순진하게 해석하는 편이리라. 에고야. 돈을 빌려달라는 그의 말로 인해, 평온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고민이기도 하고, 갈등이기도 한 파문이.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가 떠오른다. 이 노래, 참 좋다.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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