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나름대로 예술만끽

얌전해진 졸리 + 수수한 조니 뎁 = 어중간한 영화

카잔 2010. 12. 15. 23:49



투어리스트

★★


얌전해진 졸리 + 어수룩한 조니 뎁 = 어중간한 영화

모두들 섹시하다고 말하는 안젤리나 졸리인데, 나는 그녀가 예쁜 줄 모르겠다. 내 눈에는 그저 평범한 외모 아니, 오히려 날이 선 얼굴선이 다소 부담스럽다. 송윤아나 소녀시대의 서현처럼 부드러운 인상을 좋아하는 까닭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투어리스트>에서 볼거리는 오직 그녀뿐 이라는데, 그렇다면 나에겐 이 영화는 볼거리가 없는 영화다. 별 두 개를 준 것은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어리스트>는 예고편을 두 번 보았다. 배를 타고 쫓고 쫓기는 스릴 넘치는 추격신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액션영화인 줄 예상하면 실망할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액션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적응력이 뛰어난 이들은 영화의 흐름을 얼른 쫓아가며 자신의 관람 모드를 로맨틱 드라마로 재설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실망할 것이다. 로맨틱 드라마치고는 아기자기만 사건이나 섬세한 감정의 터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반전을 위해 영화 전체를 짜 맞춘 느낌마저 들어, 반전의 효과가 감한 것도 영화에 대한 마지막 호감도를 떨어뜨린다.

영화는 두 흐름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어느 수학교사(조니 뎁)가 기차에서 만난 여인(안젤리나 졸리)을 좋아하게 되어 그녀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것이 하나의 흐름이고, 갱 두목의 돈을 훔쳐 달아난 '알렉산더 피어스'라는 대범한 인물을 경찰과 갱이 함께 쫓는 것이 다른 흐름이다. 두 줄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나 하나의 큰 강을 이뤄야 하는데, (과장을 보내어 표현하자면) 영화에서는 물과 기름처럼 두 흐름이 서로 섞이지 못했다. 내가 수학교사 프랭크에게도, 피어스에게도 몰입하지 못한 이유다.

극장을 빠져나오며 오락영화는 즐기는 마음으로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웃고 즐기자고 만든 영화라면, 오락 영화임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이 엉뚱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홍보해야 한다. 융통성이 없는 관객들은 자기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난을 하기도 하니까. 나처럼 액션영화나 스릴영화로 인식한 관객들이 있었던 것 같다. 융통성이 충만한 이들이 오락물이라는 한껏 감안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그들 역시 비난할 것이다. 그러니 <투어리스트>는 이런 저런 이들에게 악평을 받을 것 같다. 이런 영화인 줄 몰랐다는 이유로, 엉성하거나 재미없다는 이유로.

나는 베니스의 풍광을 감상한 것과 졸리의 대사 하나에 만족하련다. "어머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야누스처럼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모두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사랑한다는 것은 두 가지의 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거래요." 그 사람의 장점과 함께 단점까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스물 한 살 때 깨달았지만, 서른이 넘어서야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 사랑의 진리다. 이 진리를 내 삶에서 한껏 실현한다면 영화비 정도는 아깝지 않은 투자가 될 것이다.

[덧1]
<투어리스트>의 감독, 플로리언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이름 참 어렵네)가 <타인의 삶>이라는 작품성 뛰어난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은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타인의 삶>은 전세계 21개의 상을 수상한 수작이었다. 검색하니 주요 수상목록이 나왔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외국영화상 (2007)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외국영화상 (2008)

뉴욕 비평가 협회상 최우수 외국영화상 (2007)

LA 비평가 협회상 외국어영화상 (2006)

런던 비평가 협회상 외국어영화상 (2008)

그런데 왜? 감독은 두 번째 영화를 이렇게 찍었을까? 나만 별로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할리우드에 영혼을 팔았다"는 첩보도 있다. (첩보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말한다.) 영혼을 판 것은 사실인지, 팔았다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진다. 영혼을 판 것이 아니라면, 전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영화가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조만간 <타인의 삶>을 보아야겠다.

<주의 : 두 번째 덧말에는 스포일러 있음>

[덧2] 묘하게 프랭크(조니 뎁)가 갱에게 쫓겨 지붕 위를 달려 도망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장면도 아니고, 멋진 장면도 아닌데 말이다. 잠옷을 입고 어설프게 도망가는 모습이 참 엉성했다. 그렇다고 유머러스하여 관객을 웃기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니 어중간한 장면이었다. 영화에 대한 나의 느낌을 표현한 장면이어서 떠오른 걸까? 프랭크도 결국 갱 단원인데 도망가는 모습이 왜 저리도 어수룩한가? 그 절박한 순간에 일부러 어수룩하게 보이려고 노력한 것인가? 아니면 원래 어설픈 갱이었는가? 이것은 졸리가 기차에서 알렉산더와 가장 비슷한 인물로 프랭크를 찍은 장면의 어설픔과도 연결된다. 가장 비슷한 인물을 결국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니! 이렇듯 앞뒤의 아귀가 맞지 않는 점이 서사를 헤치는 대목들이다. 반전과 즐거움을 위한 짜맞추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이희석 와우스토리연구소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