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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자기계발 메시지의 5가지 조건 (4)

카잔 2011. 2. 19. 12:06


자기계발 강사들은 불성실하다. 불성실이란 5가지 유형을 말한다. 첫째는 자신도 성공해보지 못한 메시지를 효과만점이라고 말하는 경우다. 둘째는 실제로 시도해 보지 않은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다. 셋째는 삶의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Tip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다. 넷째는 인간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다. 다섯째는 자신의 성공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경우다. 이번 호의 주제는 훌륭한 자기계발 메시지의 5번째 인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중년 부인과의 대화

 

몇 달 전, 어느 강연에서 청중이었던 K를 알게 되었다. 50대 중반의 K,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책 한 권이 될 만한 분량의 초고를 완료한 후, 이리저리 손을 대어 글을 매만지던 중이었다. 우리는 동행 한 명과 함께 편안하게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동행했던 L이 있었지만, K의 고민을 알고서 우리가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K는 외향적인 성격의 주도적인 사람이었다. 그녀에게서는 긍정적인 기운이 넘쳤고, 국내외 여행을 즐기며 삶의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며 살아갔다. K는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살아왔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으로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느새, 주제는 책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K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글쓰기에서만큼은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글쓰기 선생님이 K에게 적합하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의 생각으로는 K는 가볍고 통통 튀는 글, 긍정적인 기운을 담은 글을 써야 신이 나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선생은 그에게, 당신의 글은 너무 가볍다고, 삶이 어찌 마냥 즐거울 수 있냐고, 그러니 내면을 들여다보며 더 깊이가 있는 글을 쓰라는 조언을 하셨다고 한다. K도 처음에는 선생의 말을 쫓아 자신의 내면을 부지런히 탐색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감과 에너지가 사라졌다고 했다. K는 점점 시들고 있었다. 글쓰기에서만큼은 그녀 고유의 생생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생기를 회복하려면 자기다움으로 승부해야 했다.

 

K의 선생은 글을 잘 쓰는 분이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에 매우 능숙한 내향형으로, 글의 깊이가 있는 작가였다.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런 선생에게 K는 가볍고 깊이가 없이 보인 것은 당연하다. K가 자주 외부 활동을 즐기며 삶의 에너지를 채워가는 성향이라면, 선생이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는 성향이었다. 이것은 낮과 밤이 다른 것처럼 분명한 차이다. 물론, 외향적인 사람에게도 차분한 사색이 필요하고, 내향적인 사람에게도 외부 활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에게 결여될 수 밖에 없는 영역이 채워진다. 그렇지 않으면 외향적인 사람은 점점 피상적이고 깊이가 없는 사람이 되고, 내향적인 사람은 관념적이고 실용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K에게 내향적으로 살아가라는 조언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외향적으로 살되, 내향적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유익이 있는지를 이해하여 조금씩 보완하면 된다. 자기다움은 인생의 전 영역에서 우리에게 에너지를 준다. 나는 K에게 말했다.

 

당신은 긍정적이고 밝은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에너지가 넘쳐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깊이에 부담 갖지 마십시오. 당신이 타고난 긍정성과 살아온 방식이 드러나는 글을 쓰십시오. 세상의 절반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글을 필요로 하는 독자가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가진 재능으로 승부하세요. 만약 매우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당신의 글에 깊이를 더하면 좋을 것입니다. ‘나도 고민이 있을 때에는 거기에 대해서만 생각한느데요?’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당신께서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많은 시간을 생각하기에 빠져 있지요. 당신께서 살아오신 방식과 타고난 기질이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거나 깊이 있게 사색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그들에 비교할 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자기다운 글을 추구하고서, 그런 다음에 내 기질이 갖지 못한 것을 반대 기질로 보완한다는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균형과 성장을 위해서라면, K가 자주 관념의 세계에 머물며 차분하게 내면 세계를 사색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게 글을 쓸 수도 없다. 필요한 일이지만, K는 활동의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 K의 선생에게도 활동의 세계로 나가 자주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그의 주된 삶의 방식이 그것이 될 순 없다. 주된 방식대로 살되, 결여된 것을 적절한 비율로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전편의 주제인 적합성의 문제와 연결되는 이야기다.)

 

효과적인 자기계발 메시지의 마지막 조건은 인과 관계를 잘 살피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일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하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결과에도, 여러 가지의 원인이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K의 기질을 기억하면서, 다시 그녀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이야기는 K가 시어머니의 병을 극진히 보살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어머니는 생의 마지막 2년 동안, 중병을 앓으셨는데, K는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사랑으로 보살폈다. K는 힘들기보다는 종종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며 그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일이 있었단다. 친구들은 나중에 K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 집에서 냄새가 나. 똥 냄새가 심하더라, .” 당시 K는 친구의 말에 놀랐단다. 기분 나빠서가 아니라, 자신은 별다른 냄새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K는 그 원인을 이렇게 해석했다. “제가 어머니를 많이 좋아했나 봐요.”

 

, 이제 K의 일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원인과 결과를 파악해보자는 말이다. “K가 집안의 고약한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하나의 결과만 다뤄 보자. K는 친구들이 맡았던 냄새를 맡지 못했을까? 이미 K의 말에서 결정적인 원인 하나가 나왔다. 시어머니를 섬기는 그녀의 마음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매우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K의 시어머니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의 주요한 원인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K는 힘겨운 일이 발생하면 그것에 집착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것을 빨리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몸을 움직이면서 힘겨운 일을 털어내는 성격이다. 이것이 시어머니를 돌보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K는 맞는 얘기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런 K의 기질은 냄새 뿐만 아니라, 병 수발의 크고 작은 어려움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었을 것이다. 자신의 힘겨운 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이어가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말자. 그런 사람 꽤 많으니까.

 

2. K는 직관형의 사람이다. 직관형의 사람들은 오감에 둔하다. 그들은 맛에 민감하지 못해 아주 맛없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맛있다고 말하는 편이다. 후각이나 청각도 예민하지 않아 잠을 잘 때 작은 소리에 깬다거나, 어디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도 코를 움켜 잡는 일이 드물다. 사물을 볼 때, 그것의 모양새를 예리하게 살피기 보다는 의미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는 편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서도 그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K가 시어머니를 사랑했기 때문에 냄새에 덜 민감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직관형이었기에 냄새에 둔감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반대 유형인 감각형이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냄새가 나긴 했지요.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애정이 냄새가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요.”

 

(직관형의 사람들이 오감을 인식하는 감각 자체가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인식은 하지만 직관에 관한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감각적인 것들은 무시하는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직관형의 오감과 관련된 것에 덜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눈이 있어도 눈이 아니고, 코가 있어도 코가 아닌 듯이 설명하였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다. 반면, 이들의 강점도 대단하다. 직관형들은 가능성을 제시하여 현실의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사람들이 과거의 경험에 매여 현실의 돌파구를 찾지 못할 때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3. K의 어머니가 중병과 노환을 동시에 앓았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표현이 송구하지만, K의 보살핌은 끝이 보이는 일이었다. 수십 년이 아니라, 수년이라는 상황이 섬김을 보다 수월하게 만들었다. 어머니의 연세가 꽤 많았다는 요인 역시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적인 조건이나 환경도 인과 관계에 영향을 준다.

 

4. K의 나이와 가정 내의 상황도 있다. K의 시어머니가 아팠을 때는, 아이들이 대학생 이상의 나이로 철이 들었을 때였다. 만약 K 30대의 유치원생을 둔 어머니였다면,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기가 좀 더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냄새 난다고 코를 쥐어 막으면, 아이를 쥐어박든지, 냄새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 이런 상황적인 요인이 K의 섬김을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 비중이 크지 않을지라도.

5. 상황적인 요인이 좋았던 점은 하나 더 있다. K의 남편이 그녀를 많이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을 하자, K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L이 크게 동의했다. 이야기하는 내내, 남편 분은 K의 생각과 활동을 지지해 주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L도 같은 느낌을 받았나 보다. 남편이,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현명한 역할을 해 주어야 가정의 평화를 이루기가 수월해진다. 남편의 역할은 냄새의 완화를 위한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지만, K의 정신적인 지지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원인 중에 무엇이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K도 정확히 모를 수 있다. 만약, 그가 신앙인이라면 신앙의 힘도 추가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어떤 행동에 영향을 미친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어렵다. 하나의 결과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들이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고 착각한다면,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하나의 결과에 하나의 원인만이 있는 경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하나의 원인을 찾으면 곧장 그것이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해 버린 채, 더 이상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잘 돌아보지도 않고, 다른 원인이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지도 않는 것이다. 다르게 인식하고 생각하는 능력은 이미 습득된 지식보다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대해 이렇게 따지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자기계발 강사가 성공과 행복의 비결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에는 인과 관계를 열심히 살펴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엉뚱한 사다리를 전하게 되어, 그의 도약을 제대로 돕지 못하게 된다.)

 

 

인과 관계의 복합성 : 사다리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도약은 뛰어오르는 것이다. 두 다리로 훌쩍 뛰어오를 수 있는 높이라면 한 번 힘껏 발을 구르면 되지만,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의 도약은 크고 작은 도약이 지속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도약하는 훌륭한 방법이나 원인을 제시하는 것이 자기계발 강사들이 하려는 일이다. 그 훌륭한 방법이나 원인을 사다리라고 하자. 비범함은 결과요, 사다리는 그 결과를 만든 원인을 말한다. 비유하자면, 자기계발 강연은 일종의 사다리 건네주기다. 하지만, 사다리 파악하기에 실패하면, 사다리 건네주기도 실패할 것이다. 사다리를 파악한다는 것은,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의 도약에서 일어난 인과 관계를 제대로 파악해 본다는 의미다.

 

사다리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인과 관계가 매우 복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의 원인이 얽혀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말이다. 원인은 크게 5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우리의 성공을 돕는 5가지 범주의 사다리인 셈이다.

 

- 개인의 기질 (외향성/ 내향성, 직관형/ 감각형, 사고형/ 감정형, 판단형/ 인식형)

- 환경적인 요인 (자연적 조건, 사회 구조, 다른 사람들의 영향, 어떤 특수한 조건)

- 상황적인 요인 (개인의 상황, 즉 연령, 성별 혹은 개인이 처한 상황)

- 개인의 의지 (위의 모든 문제를 컨트롤하는 태도와 마인드의 성숙도)

- 운과 섭리 (위의 네 가지와 전혀 별개로 움직이는 강력한 원인)

 

K의 사례에서 1번과 2번이 개인의 기질에 관련된 요인이었고 3번은 환경적인 요인이었다. 4번과 5번은 개인의 상황적인 요인을 설명한 것이고, 이러한 다섯 가지의 원인 설명마다 K의 성숙된 태도와 마인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K의 사례에서는 운과 섭리가 작용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모든 성공의 원인을 다룰 때, 운의 요소를 무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사례에서 다루지 못한 이라는 성공 요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설명해 보자. 『지하철과 코코넛』은 훌륭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한 유명 저자들의 찬사를 보라. “놀라울 정도로 깊은 통찰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 행운아가 될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려 하면서도 더 나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에게 주는 선물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니틴 노리아 교수의 말이다. 한국에서도 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설득의 심리학』을 쓴 로버트 치알디니도 찬탄을 거듭한다. “유쾌한 발레 공연을 펼치듯 참신한 통찰들을 멋지게 제시한다. 브라보! 앙코르!” 『블랙 스완』의 저자는 또 어떤가? “이 책은 우리가 개인적인 삶이나 직업과 관련한 여러 영역에서 범하는 주요 오류들을 다룬 탁월한 개론서다. ‘통제감의 착각과 명확한 해답을 얻으려는 욕구를 다스려서 현실 세계를 헤쳐나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 책은 진정한 전문가들이 쓴 유익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여러 전문가들이 적극 추천한 『지하철과 코코넛』은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인가? 책의 부제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부제는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운의 비밀이다. 책은 어떻게 하면 환경을 지배하려는 통제감을 내려놓고, 인생의 불확실성과 함께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다뤘다. 책은 운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밝혀냄으로 자신의 주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득에 성공했다. 운을 다룬 또 한 권의 책을 살펴 보자.

 

『행운에 속지 마라』라는 책을 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확률, 불확실성, 행운, 지식의 문제에 몰두해 있는 철학자, 수학자이며 월가의 투자 자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성공에 기여하는 운의 역할을 강조했다. 투자에 대한 진리를 외치는 저서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해 내는 방법 하나를 제시한 것이다. 인과 관계를 들여다볼 때에는 기질, 환경, 상황, 의지 뿐만 아니라  도 검토해야 하는 요인이다. ‘만사가 운에 좌우된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운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핵심은 다음과 같다. 인과 관계는 매우 복잡하며 그것을 모조리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이사야 벌린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인과관계의 사슬을 모두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행복한무지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를 너무나도 분명히 안다면 우리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한 무지덕분에 무지 행복한삶을 영위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자기계발 강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다루는가?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서점가는 자기계발서와 경영서의 시대였다. 독자들이 자기계발서를 집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21세기가 되면서 조직이 개인을 보호해 주지 않으니,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강점 위에 커리어를 구축하라는 드러커의 말이나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구본형의 메시지는, 직장을 축으로 인생을 꾸려가던 삶이 막을 내리고, 개인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커리어를 구축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사람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어야 했다. 그리고 차별화와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다. 요컨대, 독자들은 변화된 시대와 환경 속에서도 성공하기 위해, 행복해지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자기계발 강사와 저자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성공과 행복을 해석한다. 하지만, 그들의 해석이 인과 관계의 매우 일부분만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인과 관계의 복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한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하며 이것이야말로 성공의 요소라고 말한다. 그들이 성공을 해석하는 도구는 돋보기와 확성기다. 어느 한 부분을 크게 확대 해석하여 사람들에게 과장하여 전한다. 하지만, 그들이 진리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진지하고 정직한 강사나 저자들은 현미경과 망원경을 번갈아 사용하여 성공을 섬세하면서도 거시적인 관점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메시지가 진리라고 주장하면서도 깊이가 결여된 메시지를 전하는 강사에게 거부감을 느낀 독자들을 다시 불러오려면 자신이 주장한 진리가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나도 자기계발 강사다. 독자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싶은 자기계발서 작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선언한다. 나의 메시지는 진리가 아니라, 나름의 해석이요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고. 하지만, 좋은 해석자가 되기 위해, 독자에게 진짜 사다리를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좋은 해석자가 아니어도, 자신의 성공 일화를 덧붙이며 확신 있게 주장하면 그럴 듯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신 있는 태도와 성공 일화도 성공 요인의 타당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그가 성공을 경험했느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인과 관계를 들여다보는 그의 사고력이 깊고 정교하냐에 달렸다.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올라선 성공의 경험이 있더라도, 자신이 어떤 사다리를 타고 올랐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힘이 없으면, 그의 제안은 진짜 성공 요인이 아닐 수 있다. 성공한 이들에게서 배울 것은 그들이 말하는 논리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삶에 대한 열정이다. 물론 성공한 이들이 자신이 올라온 사다리를 제대로 파악한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을 성공시킨 요인이 무엇인지 모른 채 책을 쓰고, 강연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성공 스토리를 전하는 자기계발 강사들의 강연에는 성공에 대한 진리가 없을 수도 있다. 해석만 있을 뿐이다.

 

여기, 성공에 대한 진리를 담았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고, 하나의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고 하자. 어느 책이 훌륭할 것 같은가? 얼핏 보면, 전자가 좋은 책인 것 같지만, 나는 후자의 책을 권한다. 진리를 담은 책이 되려면, 어떤 하나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한 관점이 수없이 모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점이란 앞선 5가지 중의 하나를 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자기계발서들은 이런 과정 없이 성공에 대한 진리를 남발해 왔다. 최근 들어 하나의 관점을 제대로 전해 준 『아웃라이어』와 『스위치』 같은 책들이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자기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천성을 이해하여 그에 맞춤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2010년 출간된 『스위치』는 훈련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스위치』의 저자 칩 히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제 책이나 수업은 '천성(nature)'이 아니라 '훈련(nurture)'에 관한 책입니다. 클리닉에 다녀 병을 치료하듯이,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연습하면 얼마든지 평범한 사람도 훌륭한 메시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다른 요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한 권의 책에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담기 위한 선택과 배제였다. 훈련은 자기경영에서 중요한 키워드이고, 『스위치』는 이 키워드를 매우 훌륭히 다룬 책이다. 책은 이것이 진리이니 나를 따르라고 선동하는 대신에 확실한 논리와 매우 다양한 근거와 그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비유와 이야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매우 설득력이 높고 인과 관계가 명쾌하게 제시되어 책이 제시한 노하우를 따르고 싶어진다. 자기계발서를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은, 진리라고 주장하는 책을 멀리 하고, 하나의 관점을 훌륭히 다룬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다리 파악하기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거듭 말하지만, 사다리 파악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가지의 원인 덕분에 발생한 결과를 분석할 때, 우리는 그 원인들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경우에도 자신이 파악한 원인만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다리 파악하기는 중요하다. 말콤 글래드웰, 칩 허스는 사다리 파악하기에 성공하여 탁월한 책을 썼다. 사다리 파악하기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두 가지의 길을 제안한다. 하나는 보다 정확한 인과 관계 파악을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고, 다른 하나는 사다리 파악의 한계를 알고 그것에 대해 겸손해짐으로 사람들에게 돕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는 자신의 지식에 깊이를 더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인격에 깊이를 더하는 길이다.

 

1. 사다리 파악하기의 대가로부터 배우기

복합적인 인과 관계를 100%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보다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것은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는 데에도,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스위치』나 『아웃라이어』를 읽어 보면, 정확한 인과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스위치』는, 사람들의저항으로 보이는 것이 종종 명확성 결핍의 문제임을 밝힌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바뀌길 원한다면, 그들에게더 건강하게 살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다음에 마트 유제품 코너에 가거든 일반 우유 말고 1퍼센트 우유를 집어라와 같은 식으로 말해야 한다. 건강을 개선하라, 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여 동기부여에 성공하더라도, 그들에게 명확한 노하우를 제시하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실천하는 대목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일단 여기를 떠나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로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마음에 느낀 바가 있어 어딘가로 움직이려고 하다가도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모호하여 어디로도 이동하지 못하는 경우다. 물론 사람들의 저항 때문일 때도 있지만, 종종 메시지의 명확성 결여 때문이라는 사실을, 『스위치』가 제대로 짚어낸 것이다. “저항으로 보이는 것이 종종 명확성 결핍의 문제임을 깨달은 어느 대안학교 교사는 이렇게 썼다.

 

아이들이 과제를 하지 않고 꾸준히 미뤄온 까닭은 그 아이들이 천성적으로 게으르거나 불성실해서가 아니다.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극히 일부일 것이다. 저자의 제안대로 사고해보자면, 아이들의 불성실로 보여지는 저항은 명확성 결핍의 문제다. 내가 수업 설계를 할 때 본 수업이 갖는 목적에 대해서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고, 아이들이 과제를 할 때 참고할 수 있을만한 틀을 제공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는 믿었다.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나는 그 과제를 하는 방법을 잘 안다. 아이들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항으로 보이는 것은 종종 명확성 결핍의 문제임을 깨달은 후, 교사의 원인 분석이 보다 정교해졌다. 이처럼 하나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 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교한 지식 하나를 갖게 된다. 앞서 제시한 5가지 범주의 사다리를 다시 기억해 보자. 각각의 사다리를 훌륭하게 파악한 책들을 읽으면 우리는 인과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나은 해석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여기저기서 소개한 책들을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들은 하나의 좋은 관점을 다룬 책들이다. 이 책들을 읽으며, 우리는 인과 관계의 어느 한 영역을 제대로 배우게 된다.

 

앞으로 소개할 몇 사람은 하나의 사다리를 파헤친 것이 아니지만, 인과 관계의 복합성을 기본 전제로 하여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다. 어떤 현상을 단일한 원인으로 단정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읽기가 불편한 책들일지도 모른다. 조금 어려운 『고슴도치와 여우』, 그리고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오빠가 돌아왔다』, 이렇게 두 권을 소개한다.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는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다룬 책이다. 책에는 "여우는 많은 것을 두루 알지만, 고슴도치는 한 가지 큰 것을 안다"는 그리스 격언이 등장하는데, 이 비유의 의미를 이해하면, 자신이 인과 관계의 복합성을 따지기를 좋아해서 끊임없이 지식을 받아들이는 여우형의 사람인지, 아니면 하나의 확실한 것을 제대로 알고 싶어서 빨리 결정하고 싶어하는 고슴도치형의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문학이나 비평에 관심이 있다면 매우 재밌게 읽을 테지만) 책은 지루하거나 어려운 책일 것이다. 그러니, 서점에서 10페이지 정도만 읽어보아도 좋다. 책의 서두에 나오는 고슴도치형 작가와 여우형 작가의 구분만을 살펴 보는 것도 도움 될 것이다. 여우형 작가들이 인과 관계의 복합성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다. 흥미가 생기면(!) 『고슴도치와 여우』를 끝까지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앞서 말한, ‘행복한 무지에 대한 개념도 이 책에 등장한다.

 

인과 관계의 복합성이란 말을 쓰지는 않지만, 김영하는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다. 특히,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를 권한다. 작가는 세상과 사람을 세밀하게 관찰하되, 관찰 결과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거나, 쉽게 이해할 있는 명제나 이론을 정리하지는 않는다. 그저 세상사를 정확하게 이야기로 옮겨 놓았다. 김영하는 인생살이의 단면을 이론화하고 도식화하는 순간, 이야기가 진짜 삶으로부터의 괴리된다고 믿는지도 모른다.

 

2. ‘애정 어린 침묵의 힘을 깨닫기

사다리를 명료하게 파악하여 정확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지면 보다 훌륭한 강사와 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적확한 지식만이 삶의 변화를 돕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사가 지닌 열정이나 어떠한 태도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도 있다. 자기경영 메시지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과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독자의 변화를 돕는 것이다. 독자의 변화를 돕는 것이 지식만이 아님을 이해할 때, 우리는 변화의 실체에 대해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때로는 침묵이 독자를 돕는다. 불평으로 가득한 침묵이 아니라, 인과 관계의 복합성 앞에 겸손한 침묵 그리고 상대방을 향한 깊은 관심을 가진 침묵 말이다. 애정 어린 침묵이 어떻게 한 영혼을 돕는지 들여다 보자. 사다리 파악하기에 관심이 있다면, ‘애정 린 침묵에 관한 이야기들이 좋은 푯대가 될 것이다.

 

『할아버지의 기도』라는 훌륭한 책으로 많은 영혼을 어루만져 준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이야기다. 그녀는 47년 동안이나 크론병을 앓았다. 별 문제가 없다가 1981년 갑자기 여러 가지 두려운 증세가 나타났다. 체온이 39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피곤이 몰려왔고, 완전한 탈진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다고 나왔지만, 분명 건강 상태는 나빴다. 여러 달 동안, 증세가 잦아졌고, 더 깊어졌다. 레이첼은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났다. 그들이 구체적인 도움을 주어서가 아니라,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증세를 개선할 도움될 만한 조언은 없었다. 그녀는 몸에서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꼈고,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일련의 사건들 앞에 더욱 불안해져서,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한 외과 의사 닥터 스미스에게 진료 예약을 했다.

종합 병원의 외과 과장인 스미스와의 면담 시간은 불과 15분이었다. 그것이 그 병원의 시스템이었다. 그녀는 면담 시간을 기다리는 대기실에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며 약속한 것을 후회했다. 그녀의 주치의가 몇 시간씩 검사해도 소용없었는데, 불과 15분 동안 만나서 무슨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스미스는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닥터 스미스가 들어왔다.
 

그는 레이첼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몇 분 동안 그녀의 진료 기록지를 읽고서 부드럽게 말했다. “어떤 일로 오셨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레이첼은 그의 얼굴에서 자신을 향한 깊은 관심을 느꼈다. 그녀는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증세에서부터 방향 감각을 잃어 집에 오는 길을 찾지 못했던 일 등 모두 말했다. 다른 의사에게 말하지 않았던 증세까지도 말했다. 맨 처음 자신을 진단한 의사가 크론병이라고 말하면서 40세 이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여러 가지 합병증을 보이는 어머니를 잘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과 친구가 나를 저버렸을 때 느꼈던 외로움까지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울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 10분 정도가 지났다. 그는 레이첼의 말을 끊지 않고 귀기울여 들었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녀는 그 질문을 통해 스미스가 자신의 말을 잘 들었으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레이첼의 고통을 이해했고, 깊은 관심을 보였다. 레이첼의 손을 잡아 주며 힘겨움을 공감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군요.”

그리고, 진료 기록지를 보면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만약 어떤 안 좋은 일이 일어나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기가 해주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 함께 기다려 봅시다.”

 

이 일화는 레이첼의 저서 『할아버지의 기도』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녀는 이야기의 제목을 누군가를 알게 될 때라고 달았다. 어떤 누군가를 알게 될 때, 우리는 삶의 눈을 뜨기도 하고, 깊은 위로를 받아 새로운 힘을 얻기도 한다. 레이첼은, 자신이 만난 닥터 스미스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녀는 이야기를 이렇게 맺었다.

 

다른 의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도 특별한 처방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가 보여준 것은 깊은 관심과 동료애, 앞으로 나쁜 일이 일어나면 도와주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15분 동안의 짧은 만남에서 그는 내가 느끼는 소외와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것이 나를 변화시켰다. 누군가 나를 알고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받아들일 용기를 지니게 되었다. 몇 달 후 아랫배 깊숙이 숨어 있던 큰 농양이 엑스레이 상에 나타났다. 약속대로 닥터 스미스가 수술을 해 주었다.”

 

닥터 스미스는 레이첼에게 위대한 일을 했다. 절망하고 두려워하는 영혼에게 안식과 평안을 안겨다 주었던 것이다. 그가 어떤 명쾌한 처방을 내린 것은 아니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군요.” 분명, 그는 (레이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의학적 지식 몇 가지를 늘어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 사람의 회복이 매우 복합적인 인과 관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식만큼이나 마음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처방에 대해서는 침묵했고, 위로하는 마음을 전했다. 애정 어린 침묵이 레이첼을 도왔다. 사람들의 성공과 행복을 돕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변화를 돕는 실체가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사다리 파악하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사다리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실현전문가/ 와우스토리연구소 리더 이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