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영혼에 각인된 노래는 추억을 선물한다!

카잔 2008. 1. 7. 00:18

라디오를 즐겨 듣던 10대의 어느 날...
좋아하던 노래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아직 내 영혼이 순수하였을 때, 그 때의 떨림은 영혼에 각인되곤 했다.
그런 떨림은 종종 음악이 주곤 하였다.

이십 대 이후, 그런 떨림의 횟수는 줄어들었다.
순수함을 잃어버려서인지, 떨림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인지 모르겠다.
분명 순수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죄도 참 많이 지었고, 못된 짓도 참 많이 했다.
또한 떨림의 기회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다.
아무 할 일 없이 편안히 라디오를 들어본 것이 언제였던가?

사람들은 어쩌면,
십대 시절 그 떨림을 준 몇 곡의 음악을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영혼에 각인된 노래를 들으면 온갖 회상에 잠기게 된다.
그런 노래들은 당시의 상황을 함께 갖고 온다.
내 머릿 속은 고스란히 당시의 상황으로 상상에 잠기고
내 마음 속은 아즈라히 절절한 그리움으로 회상에 빠져든다.

초등학생 때 사촌 형이 들려 주었던
(정확히 말하면 그가 혼자 듣던 음악이 무심결에 들렸던)
이선희의 '영' 을 들으면 어렸을 적 우리 집이 생각난다.
그 때, 우리 집에 살았던 사촌 형의 안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그 집에 살아(!) 계셨던 엄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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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 천안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속버스 안에서
처음 들었던 변진섭의 '숙녀에게'
그리고, 그 즈음에 알게 된 '로라'와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이 곡들을 들으면 초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난다.
지금은 시집을 간 짝꿍이었던 유경이, 공부 잘 했던 진희,
소공자 분위기의 상헌이.. 이들과 함께 떠났던 여름 캠프가 아련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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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었을 때, 이승환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그의 발라드가 좋았다.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가 좋았다.
3집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은 참 인연이 깊은 곡이다.
난 이 곡을 참 좋아했고, 이 곡을 컬러링으로 가졌던 여인을 사귀었다.
그 후로 8집 '사랑하나요'까지 발라드 곡은 대부분 좋아했다.
'사랑하나요'는 옛 애인에게 불러주곤 했던 곡이다.

다시 중학교로...
서태지의 노래를 참 많이도 들었었다.
그의 모든 것이 좋았다. 춤이 좋았고, 노래가 좋았고, 그의 실험 정신이 좋았다.
서태지의 노래를 들으면 중학생 시절이 함께 떠오른다.
처음 서태지의 음반을 보여준 친구 지홍이... (교실 뒤에서 처음 1집 앨범을 보았다.)
함께 2집 노래를 들으며 화투를 쳤던 친구 기수...
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90년 중반에는 김민종의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고등학교 친구들이 떠오른다.
독서실에서 김민종 노래를 들으며 공부하곤 했다.
노래방에 가면 남학생들은 곧잘 김민종 노래를 불렀다.
여학생들은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알 길이 없지. 같이 가지를 못했으니...
김민종의 노래륻 들으면 친구 종국이가 생각나고 수범이와 준규가 떠오른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나는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절절해진다.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때로는 살짝 진지해지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소설가 정이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듣는 이를 압도하려 들지 않는다.
그의 노래에는 틈이 많다.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여백 속에서
스스로를 반추하게 만든다는 데에
김광석 노래의 진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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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상하게도 김광석의 노래는 내 영혼에 쉽게 각인된다.
그의 곡에서 아픔이... 사랑이... 그리움이 묻어난다.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서 그가 곧잘 했던 말은 "행복하세요"라는 말이다.
그도 지금 행복하기를 명복을 빈다.

마지막으로...
난 이승철의 노래가 좋다. 참 좋다.
'희야' 때부터 '긴 하루' '소리쳐'까지...
최근 앨범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이승철의 노래를 들으면 사랑이 그리워진다.
여인이 그리워지고, 그녀와의 키스가 그리워진다.

*

김광석 노래를 찾다가 어느 중년의 블로그에 들어갔다.
이선희의 노래가 있고, 김광석의 노래가 있고, 조용필의 노래가 있었다.
아.. 조용필의 '추억 속의 재회'라는 곡을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많이 듣곤 했던 여러 곡들...
조정현의 '슬픈 바다'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이상은의 '담다디'와 그 이후에 발표된 '언젠가는'..
이 모든 곡들이 당시의 추억과 함께 다시 나에게 밀려든다.

영혼에 각인된 음악들은 이렇게 추억을 선물한다.
추억이 아련한 회상에 잠기는 것 뿐이라면 그것은 기억에 가까워지고 그리움에 머문다.

하지만 추억은 아름다운 옛날을 그리워하다가 결국은 오늘을 살아갈 힘을 내게 쥐어준다.
내 인생의 순수했던 그 날을 그리며,
다시 한 번 순수하게 살아가기를 다짐하게 한다.
그래서, 아무 것 하지 못한 채 추억 속에 잠긴 어느 날의 밤도 나에겐 소중하다.
이 밤도 눈부실 만큼 아름답고 소중하다. 내 인생이니까...

(지금의 10대들이 중년이 되면,
내가 이선희와 변진섭을, 그리고 김광석을 그리워하듯
FT 아일랜드와 HOT, 그리고 원더걸스를 그리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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