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나는 가을을 타는 남자입니다

카잔 2011. 10. 30. 10:18

나는 가을 남자입니다. 가을이 되면 마음이 들뜨고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일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집중해서 일을 하는 시간이 다른 달보다 현격히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산으로 들로 자주 여행을 떠나기 때문입니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2박 3일 여행 한 번, 1박 2일 여행 두 번, 당일치기 여행을 세 번 다녀왔습니다. 안면도의 꽃지 해수욕장, 충남 예산의 예당저수지와 추사고택, 충남 홍성의 용봉산 그리고 가평과 강원도 홍천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북한산, 계룡산, 남한산성에 올라 한나절 동안 단풍을 즐기기도 했지요.

여러 곳을 여행했지만, 여전히 나는 떠나고 싶습니다. 1박 2일 일정으로 남이섬과 아침고요수목원에 다녀오고 싶고, 경북 봉화의 백천계곡으로 올해의 마지막 단풍여행을 다녀오고도 싶습니다. 기차를 타고 내장산으로 떠나고 싶고,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에서 펼쳐지는 가을 축제에 빠져들고도 싶습니다. 가을은 이렇게 나를 '내가 사는 이곳'이 아닌 '가고 싶은 그곳'으로 떠밉니다. 내 일을 사랑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나는 떠남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행복이지만, 노는 것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가을의 단풍 여행 뿐만이 아닙니다. 전시회나 공연의 매혹적인 유혹이 많은 시절도 바로 가을입니다. 올해는 파주 출판도시에 가서 '노벨문학상 110주년 특별전'을 관람했고, 뮤지컬 '맘마미아'를 본 것이 고작이지만, 매년 이 맘 때면 전시회나 공연을 보러 다닙니다. 왜 공연을 보러 다니냐고 물으면, '폼나는 인생'을 살고 싶은 열망 때문이라고 말이 먼저 나옵니다. 다른 이유도 물론 있지만 '폼 나니까' 라는 이유는 중요한 동기입니다. 나는 내 삶에 낭만과 여유를 불어넣고 싶으니까요.

여행이나 전시회는, 즐기는 것만으로도 좋지만(폼 나니까), 나는 그것들이 주는 부수적인 유익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니 조금이라도 덜 시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제가 독서를 하고, 여행을 즐기는 까닭은 열심히 일을 하는 이유와 똑같습니다. 지속적으로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겁니다. 책을 읽거나 여행을 다녀오면, 생각이 성장하고 삶의 진보가 일어납니다. 나는 독서와 여행이 내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열광합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그 책을 읽기 전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됩니다. 여행을 다녀 온 후의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이유입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사실 가을에는 사람들의 독서량이 줄어듭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가을엔 국민들의 독서량이 떨어진다는 통계는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가을은 책에 파고들기보다 나들이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니까요. 그러니 저도 대세를 따라 가을만큼은 독서와 일 대신 여행과 문화 생활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가을엔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열립니다. 나는 가을 야구에도 열광합니다. 매년 가을마다 단풍과 문화생활, 그리고 프로야구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들이 모두 가을의 아이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나간 여름을 아쉬워하거나 다가올 겨울을 염려하느라 가을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염려는 오늘을 앗아가는 2인조 강도이기에, 나는 오늘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단풍을 즐기지 않는다면, 2011년의 가을을 놓치는 것입니다. 

가을은 내년에도 오지 않냐구요? 하지만 그 가을은 올해의 가을이 아니지요. 저에게 내년이란, 다른 세계입니다. 그 땐 이미 2011년이 아니고, 지금의 내 나이가 아닙니다. 또한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들도 달라질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많은 것을 기약하고 싶진 않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한 세계니까요. 내일보다는 오늘, 내달보다는 이달 그리고 내년보다는 올해라는 확실한 세계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름이면 울리히 슈나벨의 『휴식』을 읽으며 제대로 쉬기 위해 노력하고, 가을이 되면 가을만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기려고 애씁니다.

머지 않아 겨울이 오면, 긴 긴 밤을 책과 함께 보낼 것입니다. 약동하는 계절 봄이 오면, 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것입니다. 여름이 되면 재충전과 쉼에 투자하고, 다시 가을이 오면 가을 타는 남자가 될 것입니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만끽할 것입니다. 순간마다 '내 인생의 오늘'을 사는 것이 목적입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쓰듯, 나는 시간이 주는 순간의 선물들을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사계절이 스쳐지나가지 않도록 노력하렵니다. 나는 가을 타는 남자일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책 읽는 남자, 봄마다 도전하는 남자, 여름이면 열심히 일하고 제대로 쉬는 남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리더십/ 자기경영전문가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컨설트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