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장서 관리, 지적 생활의 기본

카잔 2011. 11. 19. 22:50

"책이 아무리 많더라도 제대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장서의 효용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 반면 그 수는 적더라도 완벽하게 정리해 둔 장서는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장서에 비유로 하여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했지만, 저는 '장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가려 합니다. 14년 동안 책을 읽어 오며 장서 관리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적 능력을 향상해 가는 기본이 장서입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제 강연을 깊이 있다고 평가해 준다면, 그것은 꾸준히 책을 사들여 구비한 장서 덕분일 것입니다. 

1. 잘 갖추어진 장서는 지적 능력의 기반입니다.
"좋은 책을 구비해 가는 것은 정보력과 지적 생산성을 드높이는 비결입니다."

수년 동안 자신의 키워드에 따라 책을 구입해 왔다면, 그 주제에 대해서 점점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된 정보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책은 절판되어 시간이 흐르면 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만화책을 포함하여 4만 291종의 신간을 발행하였습니다. 평균 판매부수는 2,639부입니다. 1쇄를 2천부 정도 찍는다는 감안하면, 1쇄 남짓한 분량이 책의 수명입니다.

좋은 책은 오래 가겠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오늘도 저는, 마르크스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기술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사야 벌린의 걸작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을 구입하려 했지만, '절판'임을 확인해야 했죠. 1인 기업가들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다니엘 핑크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도 절판되었습니다. 이 책은 2001년 출간 그리고 절판, 2004년 복간 다시 절판되었지요.

장서를 갖추기 시작한 세월이 쌓일수록 지적 생산의 기반이 든든해지고, 남다른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자기 분야의 장서를 갖추기 위해 한 달에 한 두 번은 서점에 가서 관련 책과 잡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여 양서를 골라내어 돈을 아끼지 말고 사들여야 합니다. 요즘의 저는, 한 달에 20만원, 그리고 10시간 이상을 서점 나들이에 투자합니다.

장서가 지적 능력의 기반이 되는 이유는, 차별화된 정보력 외에 하나 더 있습니다. 장서는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 줍니다. 오랜 세월, 자신의 키워드를 쫓아 장서를 구비해 왔다면 관련 지식이 필요할 때, 효과가 드러납니다. 별다른 조사를 할 필요도 없고 도서관에 달려갈 일도 없이 자신의 장서를 읽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교양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서가 없더라도 젊을 때에는 자신의 기동성과 시간으로 만회할 수 있지만, 시간도 활력도 무한한 자원이 아니니 중년 이후엔 점점 장서의 위력이 드러납니다. 20~30년 동안 전문적인 주제에 대해 장서를 갖추어 왔다면 그 책과 자료 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그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책쓰기에는 더욱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겠지요.  

지적 성장이나 책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훌륭한 장서를 갖추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2. 장서 관리는 주요한 지적 생활입니다.
"집 안에 책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됩니다."

물건이 집 안에 있더라도 어디에 두었는지 알지 못하면, 필요한 순간에 꺼내 쓸 수 없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 두는 것이 보관의 관건입니다. 이 때,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쓰임에 따라 보관 장소가 달라지니까요. 주방도구는 당연히 주방에 있어야 합니다. 어디에 쓰이는지는 눈으로 척 보면 압니다. 국자와 망치를 보면 한 눈에 쓰임이 파악되죠.

그런데 책은 조금 복잡해집니다. 제목 만으로도 어떠한 책인지 가늠할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책을 보관하는 일에 신경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손 쉽다고 해서, 책을 가나다 순, 혹은 출판사 순으로 보관하는 것은 판매를 위한 서점에서는 편리할지 모르지만, 활용하는 독서가 입장에서는 유용하지 않습니다.

책을 가나다 순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면, 실제적인 쓰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이 수십 권이라면 어떻게 두어도 한 눈에 찾을 수 있겠지지만, 수백 권을 넘어가는 경우라면 자신만의 정리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활용하기를 추천합니다. 일반적인 분류법에 따라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키워드에 걸리는 책들은 따로 보관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듀이십진분류표'를 변형하여 사용합니다. 도서를 분류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저는 듀이십진분류표가 편합니다. 대학시절, 나의 모교 도서관이 이에 따라 구분했기에 제게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듀이십진분류표는 도서관에 가시면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아래와 같이 분류된 번호 팻말이 책장 서고마다 눈에 띄니까요. (적다 보니, 대학시절 도서관이 그리워지네요. ^^ )
 
  • 000 – 컴퓨터 과학, 정보, 총류 (Computer science, information & general works)
  • 100 – 철학, 심리학 (Philosophy & psychology)
  • 200 – 종교 (Religion)
  • 300 – 사회 과학 (Social sciences)
  • 400 – 언어 (Language)
  • 500 – 과학 (Science)
  • 600 – 기술 (Technology)
  • 700 – 예술, 레크리에이션 (Arts & recreation)
  • 800 – 문학 (Literature)
  • 900 – 역사, 지리 (History & geography)

  • 이렇게까지 구분할 정도로 장서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과학(경제, 경영, 정치, 교육, 법 등)/ 자연과학(물리, 수학, 의학, 천문, 생물 등)/ 문학예술(소설, 시, 음악, 미술 등)/ 인문학(역사, 철학, 종교, 심리 등) 정도로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요. 저도 처음엔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예술, 인문학으로 구분하다가, 책이 2천 권을 넘어서면서부터 듀이 십진분류표처럼 세분화하여 보관하고 있지요.

    이것은 전체 장서를 보관하기 위함이고, 자신의 현재 주요 관심사를 별도로 정리하여 관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나만의 키워드에 걸린 책들, 현재의 업무에 필요한 책들은 따로 구분하는 겁니다. 저의 경우, 앞선 분류법보다 우선하는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리더십, 1인 기업, 시간관리, 명랑정신, 실용주의, 자기다움 등은 분야를 막론하여 보관상의 최우선 키워드들입니다.

    예를 들어, '1인 기업'이란 키워드에는 1인 기업가의 조건을 다룬 실용서가 있는가 하면, 1인 기업가가 탄생한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분석한 사회과학 서적도 있습니다. 1인 기업에 관한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다 보면 거시적인 관점에서부터 구체적인 노하우까지 알아가게 됩니다. 시간관리의 키워드 칸에는 시간관리에 관한 실용서부터 시간을 다룬 인문학, 자연과학 그리고 소설이 있습니다.

    장서 보관시, 쓰임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제목만 보고 대충 예상하는 것은 지적 게으름입니다. 제목과 표지에 책 소개, 저자 서문과 번역서인 경우엔 옮긴이의 글을 읽으며 어떤 책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한 두개의 챕터를 읽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을 어떤 키워드에 포함시킬 것인지를 파악해야 자기 키워드의 깊이를 더해갈 수 있습니다.

    장서는 지적 생활의 키워드입니다.
    끊임없이 책을 사고 읽는 일상이 지적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