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당신 없인 못 살 것 같애"

카잔 2012. 5. 9. 09:15

 

"잘 가래이. 내는 겁쟁이 아이가. 당신 없인 못살것 같애. 그러니까 내 손 꼭 잡아 알았째? 우리 다음 생에 또 만나재이~"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한 장면입니다. 장군봉(송재호 분) 할아버지는 미닫이 방문을 닫고 테이프로 방문 사이 사이의 틈을 막습니다. 그리고 이미 잠들어 있는 아내(김수미 분) 곁에 곱게 눕습니다. 치매에 걸린 아내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노부부는 한날 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납니다.

 

 

"여보 봐봐.. 당신이 배아파서 낳은 자식들이야. 참 많제?" (자식들 앉혀놓고 아내에게)

 

할아버지는 며칠 전 자식들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마쳐 두었지요. 손자들까지 모두 불러놓고서 말이죠. 영문을 모르는 자식들의 모습은 안타까웠지만, 나도 다를 바 없겠지요. 장군봉 할아버지의 혼잣말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우린 다시 부부가 됐다. 한때 '가족'이었는데 이제 '부부'가 됐다." 둘이 된 노부부는 영원한 둘로 남습니다. 한날 한시에 같은 여행을 떠났으니까요.

 

참 많이 울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아도 바로 그 장면에서 한없이 울 것 같네요. 부부의 사랑 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지지만, 할아버지는 자식들을 향한 사랑까지 보여 줍니다. 친구 김만석에게 편지를 남겼는데, 자신들의 죽음을 사고사로 알려 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자식들에게 곤란한 일을 남기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말이죠.

 

세상과 자식들은 모릅니다. 부모의 사랑을. 사람들은 호상이라 말합니다. 그때, 친구 김만석 할아버지가 호통을 칩니다. "호상! 호상! 하지 말어 이것들아! 뭐가 잘 죽었다는 거야? 노인네가 오래살다 죽으면 호상이야! 살만큼 살았으니 죽어야 한다 이거야! 니미, 호상은 무슨 호상! 군봉아, 사람들이 너보고 호상이란다 호상. 너보고 잘 죽었단다. 썩을 놈들!"

 

젊어서야 죽고 싶어도 자식들 때문에 죽지 못하는 부모님들입니다. 자식도 손 안에 자식이라고, 자녀들이 다 크고 나면 사정은 달라지나 봅니다. 자식들 걱정보다 아내를 더욱 걱정하나 봅니다. 어느 젊은 날 둘이 되었다가 셋, 넷이 되고 노년이 되면 다시 둘이 되는 인생. 그 즈음이면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었던 부부야말로 가장 귀한 동반자가 되나 봅니다.

 

"기나긴 세월 아내하고 나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혼자 남는게 두려웠다네. 그래서 아내와 함께 가기로 했네. 긴 세월 우리는 늘 함께였으니까." (친구 만석에게 남긴 편지 中)

 

수십 년을 함께 해로하는 것, 큰 행복입니다. 그런 인생의 동반자와 헤어진다는 것,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입니다. 장군봉 할아버지가 겁쟁이인 것은 맞을지도 모릅니다. 아내 없는 삶을 감당할 용기도, 살아갈 희망도 갖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해되는 겁쟁이입니다. 아마 나도, 장군봉 할아버지의 상황에 처한다면, 같은 선택을 할 것만 같아서요.

 

그때 그 선택을 하더라도, 지금의 나는 현재의 삶에 집중해야겠지요. 나는 노년이 아닌 젊은 날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노부부의 사랑에 감동했지만,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상기해야겠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으니, 외할머니가 곧 나의 어머니입니다. 어버이날에 고향으로 내려가 뵙고 온 것, 힘들게 낸 시간이었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더욱 자주 시간을 내야겠습니다. 부모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이 참 얄밉습니다.

 

"우리는 말로만 다시 뵙는 사람이 됐다." (다 큰 자식들을 생각하며, 장군봉 할아버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기경영지식인 이희석 유니크컨설팅 대표 ceo@youni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