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신사의 품격, 나도 그들처럼!

카잔 2012. 8. 12. 12:02

 


오늘부로 <신사의 품격>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한 와우연구원의 추천도 있었고, 내일 나의 친구 '주댕이'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녀석과 이런 카톡 문자를 나눈 적이 있거든요.

 

신품 봤냐?

신품이 뭐야?

자식이 요즘 인기 있는 신품을 모르네.

영화냐?

아니 드라마. 신사의 품격.

아하.

 

신사의 품격이라! 물론 드라마를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말 줄임을 금방 알아듣지 못한 게지요. 친구와의 대화 소재 하나를 늘리기 위해 <신사의 품격> 제1회를 보았습니다. 대화 소재를 걱정해야 할 만큼 어색한 친구는 아니니까, 신품을 보기 시작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말하기 좀 부끄럽습니다만, 나도 신사의 품격을 갖춰 볼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죠.

 

잘 나가는 남자들의 우정을 다뤘다는 것, 감각적이고 세련된 공간이 등장한다는 것, 주인공들의 패션 스타일 또한 볼만하다는 것 정도가 제가 신품에 대해 알고 있던 전부였고, 이러한 사실들이 신품을 봐야겠다고 생각해왔던 이유였습니다. 다만, 내일 주댕이를 만나니까 그 시기가 오늘이 된 것이지요. 1편까지 본 소감은 단순합니다.

 

저 남자들, 멋있네.

 

장동건이야 말할 것도 없고, 김민종과 김수로도 멋있더군요. 이종혁 역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멋진 패션 감각도 빛났고요. 제1회의 첫 장면, 네 남자가 장례식에 참여한 바로 다음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네 남자가 나란히 서서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 모습 말입니다.

 

 

그들은 삼성역에서 봉은사로 향하는 영동대로를 위풍당당하게 걸었습니다. 뒤로 보이는 글라스타워가 장면을 빛내 주었고, 코엑스 동문 앞의 넓은 대로가 저들의 인생을 말해 주는 것 같더군요. 무엇보다 저들의 외모와 옷맵시, 그리고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가 멋져 보였습니다. 나도 저렇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불혹이란 언제든지 지인을 떠나보낼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 불혹이란 그 어떠한 일에도 의연하게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나이다."

 

품격이 불혹의 남자들만이 것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외출 준비를 했습니다. 세련되게 차려 입고 한적하게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찾아 휴일의 오후를 나 홀로 즐겨 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1) 우선 세련되게 차려 입는 것부터 힘들었습니다. 옷을 입어도 마음에 들지 않고 바꿔 입어도 도무지 폼이 안 납니다. 세련된 의상 연출을 하기에는 나에게는 감각이 없었습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인정해야 했습니다.

 

2) 전신거울로 나의 몸을 들여다보고서야 내가 왜 세련됨과 거리가 먼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연출 감각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가슴은 밋밋하고 배는 볼록 나온 ET 형의 내 몸매가 문제의 근본임을 깨닫게 되었거든요.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3) 땀을 흘려 세수를 하러 욕실에 갔다가 또 하나의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욕실 거울 속에는 장동건이나 김민종이 아닌 삼십 대 중반의 못난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TV 의 드라마를 볼 때에는 '내가 저들보다 다섯 살이나 젊지'라고 생각했지만, 거울을 보고 나니 '저들과 나는 다르지'라는 자각이 일어났습니다.

 

품격은 잘 생긴 사람들만의 것일까요? 품성과 인격을 줄인 말이 품격이라면, 누구나 품격을 가질 수 있을 터인데, 왜 나와는 먼 단어처럼 느껴질까요? 그 이유를 탐구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저 품격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뿐입니다.

 

사실 품격은 외양이 아닌 태도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최고의 자리로 이끄는가'라는 부제를 단『품격』이란 책을 쓴 이시형 박사도 자존감과 자기긍정감을 품격의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품격을 드높이는 7가지 덕목(절제, 포용, 배려, 정직, 신의, 배움, 글로벌 마인드)를 제시했는데, 모두 태도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품격이 아니라 세련된 모습을 원하고 있네요. 품격은 외양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에게는 이시형 선생의 책이 아니라 스타일리스트의 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즐겨보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면서도 외양에 투자하는 돈(옷값 등)을 아까워하니 딜레마입니다.

 

꽃중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해 보렵니다. 아직 불혹까지는 4~5년이 남았으니까요. 우선 옷맵시가 날 만한 체형 가꾸기부터 시작해야지요. 무슨 옷을 입어도 작품이 되는 장동건이 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옷을 입어도 맵시가 나지 않는 체형에서는 벗어나야겠습니다. 최소한의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뒤태라도 멋진 사람이 되자!'

 

<신사의 품격>을 시청하며 네 남자의 스타일을 눈여겨보아야겠습니다. 1회에서 나왔던 보정동 카페거리에도 가 볼 요량입니다. 패션을 보는 안목이 생겨야 스타일이 나아질 테니까요. 돈도 좀 벌어야겠습니다. 안목은 생겼는데, 그 안목으로 고른 것을 살 돈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나는 이제 운동하러 갑니다. 인내심이 없어 고작 10~20분에 그치겠지만, 꾸준히 이어가 보렵니다. 여러분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인생은, 늦더라도 시작하는 이들의 것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지금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

 

나는 지금 멋진 스타일을 원합니다. (목사님께 죄송한 말입니다만) 이제 더 이상 나의 옷차림을 보고 "목사님 같으세요" 라는 말하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허허. 잘 될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도 노력하는 과정에서의 희열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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