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기쁘게 돌아볼 수 있을 만큼만

카잔 2012. 10. 1. 11:42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다. 아니 며칠이 지나갔다. 그렇게 후다닥 보내고 싶진 않았는데, 시간이 어디 내 말에 콧방귀라도 끼던가. 그 녀석은 무심하다. 내 마음 따위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냉정하다.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떼를 써도 어림없다.

 

하지만 시간은 공평하다. 바쁨의 절정을 달리고 있을 싸이에게도, 한량인 내게도,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준다. 녀석은 한결같다. 아침에 내가 눈을 뜨기만 한다면, 시간은 하루도 빠짐없이 내게 24시간을 준다. 난, 시간의 공평하고 한결같음이 좋다.

 

어디 다른 자원이야 공평한가. 돈? 날 때마다 다르게 타고난다. 꿈을 안고 독립하여 10년을 열심히 살았는데... 고작 자산이 5,500만원에 불과하다. 1억원이 훌쩍 넘는 책값을 1/3 값으로도 되팔 수 있다면, 1억원은 될 텐데. 그럼 쪽팔리지나 않을 테데.

 

나는 이 모양인데, 누군가는 스스로도 후회할 만큼 20대를 허망하게 보냈는데, 부모님이 2억원짜리 집을 사 주셨다네. (허허허)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를 비롯한 돈많은 이들을 존경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건강? 이것 역시 각자 다르게 타고난다. 신체부터 다르지 않은가. 날때부터 병약하게 태어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며칠 전, 만난 지인은 이제 겨우 네 살인 아들이 벌써 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돈이든, 건강이든 타고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관리하는 부분도 있다. 타고난 영역이나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말하자면, 건강은 이제 관리하는 것이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출발선은 불공평해도 결승선은 열려 있다.

 

건강관리든 재정관리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시간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없다. 시간이 곧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시간이 공평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이 나는 참 감사하다. 희망적이기도 하다. 나만 시작한다면 달라질 이 세상이고, 무언가 새로 시작할 시간은 항상 날마다 내게 주어지니까. 물론, 매여 있는 일도 많지만 그것 역시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다.

 

시간을 관리하자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간은 관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다. 시간부족 역시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관리의 문제다.

 

월말, 월초가 되면 나 스스로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한 지난 달을 아쉬워하고 새로운 달에는 달라져보자고 다짐을 하게 된다. 월례의식의 효과가 월말까지 가지 못함을 알고 있음에도 매월 반복하는 게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다.

 

이번에는 명절 연휴와 월말이 겹쳐 세월이 더욱 요상하게 지나갔다. 피치못할 일도 있었고, 사무실 정리정돈에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짧은 연휴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 날은 10월 1일, 새로운 달의 첫째 날이기도 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도, 할 일이 많아도, 사무실 정리정돈을 끝내지 못했어도 나는 잠시 시간을 내어 9월을 돌아보고 10월을 내다봐야겠다. 서울 하늘이 청명하니, 서둘러 한적한 카페로 떠나야겠다. 책도 읽고, 플래너를 정리하다 보면 에너지가 충전될 것이다.

 

나의 실행력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을 닮아 항상 성실하고 꾸준했으면 좋겠다. 그렇지가 못하니, 나는 스스로를 조금은 관리해 주어야 한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는 것이 노력의 시작이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노력의 마무리다.

 

10월의 첫째 날, 오전시간이 이제 막 지나가고 있다. 나는 현재를 살았나, 에너지와 시간을 중요한 일에 집중했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제 할 일은 식사를 즐기는 것과 오후를 알차게 보내는 것이다. 오늘 밤, 흐뭇하게 하루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만,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