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정신적 전환에 대한 단상

카잔 2013. 9. 12. 21:19


1. 

나는 글을 빨리 쓰는 편입니다. 타자가 빠른 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주요한 원인은 아니지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 안에 두 개의 자아를 잘 키워두어야 합니다. 예술적 자아와 비평적 자아가 그것입니다. 


예술적 자아는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돕습니다. 내면 속에 건강한 예술적 자아를 품고 있는 작가는 자기다운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지요. 비평적 자아는 자신이 쓴 글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살피어 비평하고 고쳐 쓰도록 돕습니다. 비평적 자아를 잘 키워 둔 작가는 좋은 구성, 명료한 문장, 가독성이 높은 글을 써냅니다. 


초고는 가슴으로 쓰고 퇴고는 머리로 하라.


예술적 자아와 비평적 자아를 멋지게 풀이한 말인데,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쯤에서 글쓰기에 대한 설교는 마치렵니다. 글쓰기에 대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빨리 쓰다가 생긴 헤프닝을 말하기 위한 포스팅이거든요. 이상의 주저리주저리는... 요컨대, 나는 글을 빨리 슈루룩 쓴다는 말입니다. (예술적 자아 덕분예요.)


글을 쓰고 한 번 더 읽지 않으면 오타가 난무합니다. 

이를 테면, 어제는 이런 문장들이 나왔지요.

 - 매우 고문적인 일이었다. 

 -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첫째 조건은 공갈력이다. 


'고무적인'과 '공감력'의 오타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받침 하나 차이인데 의미는 너무나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는 '공감'과 공포를 느끼도록 윽박지르는 '공갈'의 차이를. 힘이 나도록 용기를 복돋우는 '고무'라는 단어와 육체를 고통을 주어 심문하는 '고문은 또 어떻습니까. 


2.

오타의 수정은 간단합니다. 세심한 눈길 한 번 주어 오타를 발견하고 나서, 키보드 몇 번 두드리면 문자의 전환에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꿈꿉니다. 부정적 감정이나 우울한 기운에 휩싸일 때에도 간단히 긍정적이고 유쾌한 기분으로의 정신적 전환에 성공할 수 있기를 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신적 전환은 오타 수정보다는 훨씬 덜 간단하겠지요. 


정신적 전환은 중요합니다. 삶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니까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된 류현진은 정신적 전환을 할 줄 알더군요.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실력의 근원으로 경기 운영 능력과 마인드 컨트롤을 꼽습니다. 투수로서 잘 던지는 것은 일단 기본이고요. 자신의 실수든 동료의 실수든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위기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최고 수준의 정신력이 무엇인지 보여 줍니다. 


오늘(9월 11일) 경기를 보면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위태위태하면서도 결국 6회까지 일급 선발투수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은 그의 훌륭한 경기운영 능력을 또 한번 보여 주었는데, 류현진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그럭저럭 '인생운영 능력'이 괜찮은 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위기가 와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하니까요.


힘듦과 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드는 법을 어느 샌가 터득했나 봅니다. (자화자찬이군요. 하하.) 얼마전 수치스러운 일을 했지만, 잘 넘기어가는 중입니다.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는 교훈은 깊이 새기고, 잘못 들어선 길에서는 돌아섰거든요. 기억해야 할 교훈까지 떠넘겨버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고요. 


3.

공감과 공갈은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그 뜻은 완전히 다릅니다. 고문과 고무도 마찬가지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작은 차이'란 것이 있을까? 작은 차이는 머잖아 큰 차이로 확산되기 십상이고, 작은 차이로 인해 얻은 기회가 점점 더 큰 격차를 만들기도 하잖아요. 전문가는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고, 매니아는 작은 차이도 알아차리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작은 차이'야말로 차별화의 핵심이요, 경쟁력의 근원은 아닐까요?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면, 그 이유는 작은 차이가 인생 속에 유기체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진공 상태가 아닙니다. 인생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곧 주변의 상황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요. '작은 차이' 역시 스스로 커지고 사람들에게 미세한 혹은 거대한 영향을 줍니다. 나비의 날개짓이 바다 건너 무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도 '작은 것'가 결코 작은 것으로만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인지도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가졌다면 즉시 정신적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겁니다. 


아무리 작더라도 작은 것 그대로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영향을 줄 겁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죄라도 그것은 사단의 훌륭한 도구가 된다.' '작은 차이'와 '정신적 전환'의 관계가 우리에게 경고성의 메시지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 역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결국 삶은, 우리에게 달린 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