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2억 6천만원짜리 여행상품을 보며

카잔 2014. 1. 13. 10:22

 

2억 6천만원짜리 여행상품이라! 그것도 고작 2시간짜리 여행이라는데, 이런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이 있을까요? 세상엔 부자들이 많네요. 예약자가 600명이 넘습니다. 인류 최초의 여행 상품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우주 관광선을 타고 대기권 끝까지 날아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며 아름다운 지구를 관람하는 여행이거든요. 올해 8월에 첫 여행을 떠난다는 이 놀라운 비행은 2014년을 우주 여행의 원년으로 만들 역사적인 장면이 되겠지요.

 

 

이 상품을 내놓은 회사는 영국의 '버진 갤러틱'입니다. 어떤 회사인지 눈치 채셨나요? 회사의 대표는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는 말로도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입니다. 그의 우주 관광에 대한 상상이 현실화되는 장면을 목격하면, (아니 뉴스를 통해 접하면), 기술의 진보를 온 몸으로 체감하는 사건이 될 것 같습니다. 우주여행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상상'과 '기술발전'의 합작품일 테니까요. 상상하면 '기술이 발전하고' 결국 현실이 된다!

 

기술은 이제 실용성과 유용성에 막대한 공헌을 한 것도 모자라,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의 놀이영역을 지구 밖으로까지 넓히네요. 참으로 놀라운 기술입니다. 나는 종종 핸드폰을 신기하게 바라보곤 합니다. 자그마한 기계 속에서 지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는데, 요즘에는 그 기계가 온갖 음악과 영상을 보여주고 길찾기도 도와줍니다. 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기계를 다루는 수완이 미흡하나, 기술의 힘을 찬양하는 편입니다.

 

루이스 멈퍼드라는 학자는 문명사적 관점에서 기술과 기계의 발전 과정을 기술하여 『기술과 문명』을 썼습니다. "전통적인 기술 경시에 반기"를 들기 위해 쓰인 책입니다. 사회를 보는 눈이 예리하다면 그 책을 읽지 않더라도 기술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보기술(의 대표주자인 인터넷)이 사회에 미친 영향, 과학기술이 열어젖히는 삶의 변화, 의학기술이 우리에게 허락한 삶의 질 향상 등 기술이 보여준 힘이 대단하니까요.

 

멈퍼드는 기술발전을 높이 평가합니다. (정확하게는 19세기까지의 기술은 혹평하나, 20세기에 등장한 신기술을 긍정하고 희망합니다.) 1934년에 출간된 『기술과 문명』에서부터 21세기의 벽두에 세상을 떠난 스티븐 잡스까지 기술예찬론자들은 많고, 그들의 주장은 귀기울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기술이 문명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쳐왔으니까요. 허나, 인간 삶의 발전이 오직 기술에만 달렸겠습니까. 인간의 정신적인 힘도 인류의 진보를 이끕니다. 

 

<설국열차>는 기술문명을 고찰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지구는 빙하기에 접어듭니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고 생존자들을 태운 설국열차만이 끊임없이 지구를 순환합니다. 열차 안의 사람들은 계급별로 나뉜 열차 안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그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있는 것은 열차의 엔진입니다. 영화의 주제의식은 복합적이나, 인간의 생존여부가 기술에 달려있다는 설정에서는 기술과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발전이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듯, 인간의 생존을 기술이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올지는 의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조화겠지요. 기술(기계)과 인간(유기체)의 조화! 기술은 도처에 존재하지만 항상 인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종종 과소평가됩니다. 기술의 영향을 제대로 평가해야 기술발전이 불러오는 변화를 제대로 직시할 겁니다. 멈퍼드의 주장처럼, 기술이 정신에 치미는 영향이 기술이 불러온 물리적인 변화보다 중요합니다. 

 

말년의 멈퍼드는 기술에 대한 확신의 일부를 회의로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멈퍼드의 일생이 보인 것처럼, 찬양과 회의를 양극단으로 하는 스펙트럼에서 건강한 중간지대를 찾는 겁니다. 돈에 선악이 있는게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에게 선악이 있듯이, 기술의 미래 역시 기술에게 달린 게 아니라 그것을 발전시키고 활용할 인간에게 달렸을 겁니다. 인류의 번영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에게 달렸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환경의 차이를 차치한다면, 우리네 삶의 번영도 우리 개개인에게 달렸겠지요. 새로운 기술을 무서워하거나 폄하하지 말고 누릴 수 있는 편의를 만끽하는 것은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특권입니다. 컬러TV가 나왔는데, 흑백TV를 시청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우주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여유가 없겠지만, 우주여행의 가격이 점점 저렴(?)해질 가능성에 대해 궁금함 정도는 가질 수도 있을 테고요.

 

컬러TV를 처음 만든 회사는 삼성도 금성사도 아닌 아남전자였는데, 당시 20인치 컬러TV의 가격은 현재시세로 따지면 500만원에 달했습니다. 현재는 1/20 정도의 가격입니다. 1974년도에 첫 생산을 했으니 40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우주여행의 비용도 떨어지지 않을까요? 분명한 것은 모든 기술발전을 맛봐야만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주 관광선을 제쳐놓고, 일상의 곳곳을 살펴도 발전된 기술과 놀라운 기계들이  많으니까요.

 

나는 새로 구입한 핸드폰부터 제대로 활용해 보렵니다.

여러분도 주변을 둘러보세요. 맛보고 누려볼 만한 기술과 기계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