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아름다운 명랑인생

목포, 첫날은 유유자적하게

카잔 2013. 12. 3. 10:23

 

1.

오전은 카페에서 보냈다. 마음편지(두 사람을 사랑하려고 목포에 왔다)를 쓰는 것이 카페에 머문 중요한 이유였고, 1박 2일 목포 여행의 동선을 거칠게라도 그리는 게 다른 목적이었다. 나를 목포로 이끈 건 목포문학관 내의 김현 전시관이지만, 온 김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머물 숙소 예약도 오전 카페에서 완료했다.

 

일상의 일들은 어떻게든 오전에 끝내두자는 생각이었다. 오늘 꼭 보내야 하는 회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을 마치니 열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마음편지를 포함하여 2시간 20여분 걸린 셈. (시간측정은 내 오랜 습관이다. 나는 홀로 있을 때에는 시와 분을 아껴 일한다. 불처럼 타올라 열정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수돗물을 틀어놓듯이 시간을 넘치도록 흘러보내려고 노력하다. 생산성과 효과성을 향한 내 불 같은 열정은 물로 꺼 버린 상태로!) 나는 물불을 가리며 시간을 관리한다.

 

2.

업무하기에 편안한 카페였다. 우선 객실료와 차값으로 자릿세를 충분히 치렀기에 마음이 편안했다. 카페는 한쪽 벽면을 통유리로 된 창을 만들어 햇살을 흠뻑 받아들였다. 봄날처럼 따뜻한 기운이 카페 내에 만연했고, 기분줗은 밝음이 실내를 가득 채워 혼자여도 적막하지 않았다. 잔잔히 흐르는 올드 팝도 함께 실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채웠다. 그 모든 햇살, 음악, 긍정의 기운들이 모여 공기가 된 것처럼 실내에 가득했다. 나는 종합비타민과 같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겁게 일했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작은 호텔 로비의 아담하고 조용한 카페를 나섰다. 일상의 짐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하면서. (일상의 '짐'이라 표현했지만, 그것을 회피하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일상이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그저 먹고 쉬고 노는 것보다는 다소 무게감을 주는 묵직한 일이라 여길 뿐이다. 세수나 면도를 하기 위해 손을 놀려야 하듯, 살아가기 위해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써야 하는 필연적인 수고들.)

 

3.

점심식사는 전남도청 앞에 있는 카페 <레몬 테이블>에서, 저녁식사는 평화공원에 소재한 낙지 & 바지락 전문점 <해촌>에서 먹기로 결정했다. 아! 이것마저 오전에 카페에서 결정했으니, 카페에서 보낸 시간은 퍽 유익했다. 행동하기에 앞서 생각하고 조사하여 계획해 두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불필요한 일(헤맨다거나 잘못 들어선다거나 등의 일)을 줄인다.

 

하지만 인생살이는 간단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때로는 일단 행동하고 나서, 결과를 보면서 조정하고 조사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도 많으니까. 요컨대, 생각과 행동의 조화가 중요하다. 생각과 행동은 두 다리다. 어느 발걸음부터 내딛을 것인지는 그때그때 다르다. 외발로 계속 걸을 순 없다는 것만이라도 명심해야 하리라. 나는 아마도 생각이라는 발걸음을 먼저 내딛는 쪽인 것 같다. 그러니 늘 의식한다. 다른 쪽 발을 빨리 내딛어야 전진한다고!

 

<레몬테이블>에서는 『청년 김현과 한국문학』을, 일정을 모두 마친 후에 들른 스타벅스에서는 김현의 『분석과 해석』을 읽었다. 김현 전시관을 관광객처럼 구경하며 지나치고 싶지 않기에 읽은 책들이다. 언젠가 연구원 후배가 내게 이리 말했다. "오빤, 여행이 공부 같아요. 즐거운 공부!" 그래, 내게 여행은 즐거운 공부다. 공부를 위한 여행, 여행을 위한 공부! 인생, 여행, 공부는 셋이 아니라 하나다. 생유학일체(生遊學一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