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으로 서른 일곱이 되기 며칠 전의 어머니

 

다시 태어난다면...

 

어머니의 사랑을 오랫동안 듬뿍 받으며 살고 싶다.

사랑만으로 삶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음은 이번 생을 통해 체험했으니, 내세를 산다면 쪼들르지 않은 정도의 경제 형편이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료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삶, 주말에 함께 공원에라도 산책할 여유가 있는 삶.

 

다른 어머니가 아니라 사진 속의 저 어머니 뱃 속에서 태어나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머니와 둘이서 외식한 적도 없으니(근사한 곳이 아니라 시장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라도 함께 먹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함께 영화관에 가거나 백화점 나들이 같은 것도 상상도 못했다.

 

힘겨울 땐 어머니의 손을 잡아도 보고, 기쁠 땐 가장 먼저 전화도 드려보고 싶다.

어머니의 가장 큰 기쁨에 내 책의 출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매년 출간을 위해 노력해보고도 싶다. 막상 어머니랑 곁에 있는 삶을 살면 지금 마음이 옅어질 수도 있으니, 다시 태어나게 될 때 이 글을 가슴 속에 새겨 두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 오랫동안 인생을 살며 당신을 알아가고도 싶다.

스물 두해 전에 세상을 떠나신 지라, 게다가 당시 내가 열 다섯에 불과했던 지라 어머니를 어머니로서 알았을 뿐, 한 사람으로서는 알지 못했다. 다시 생을 살 수 있다면, 어머니께서 맛나게 드시는 음식과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 자주 그것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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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man 2014.01.19 2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이네요^^

  2. 2014.01.19 2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14.01.19 2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의 저 역시 사진 속의 어머니 나이랑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저 사진을 보면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3. 베르텔 2014.01.25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저려요.
    '다시 태어나게 될 때 이 글을 가슴 속에 새겨두고 싶다.'에서 울컥해버렸습니다. ㅠㅠ

    어머니가 영화 <변호인>을 한 번 더 보고싶다고 엊그제 이야기 하셨는데 설 연휴때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생이 한 번 더 있다면. 꼭 보보님이 저 사진 속 어머니 뱃 속에서 태어나기를 제 마음도 보태어 기려봅니다.

    • 보보 2014.01.29 1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묘한 기분을 느껴요.

      '어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나는 효자일까?'
      아닐 거란 생각에 글을 쓰기가 부끄러워지거나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좋아하는 글일까?'
      왠지 아닐 것 같아 빨리 다른 글로 밀어내고 싶거든요.
      아니라기보다는 자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글일 것 같은 느낌. ^^

      하지만 제 블로그의 정체성은
      '자기경영'과 '명랑인생'이라는 키워드이고
      자신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도
      인생의 비극까지도 의연히 받아들이는 것도
      키워드에 맞당아 있으니 안 쓸 수도 없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