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문득, 다른 삶을 그리다

카잔 2014. 1. 19. 16:59

 

 

만으로 서른 일곱이 되기 며칠 전의 어머니

 

다시 태어난다면...

 

어머니의 사랑을 오랫동안 듬뿍 받으며 살고 싶다.

사랑만으로 삶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음은 이번 생을 통해 체험했으니, 내세를 산다면 쪼들르지 않은 정도의 경제 형편이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날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료 배달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삶, 주말에 함께 공원에라도 산책할 여유가 있는 삶.

 

다른 어머니가 아니라 사진 속의 저 어머니 뱃 속에서 태어나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어머니와 둘이서 외식한 적도 없으니(근사한 곳이 아니라 시장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라도 함께 먹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함께 영화관에 가거나 백화점 나들이 같은 것도 상상도 못했다.

 

힘겨울 땐 어머니의 손을 잡아도 보고, 기쁠 땐 가장 먼저 전화도 드려보고 싶다.

어머니의 가장 큰 기쁨에 내 책의 출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매년 출간을 위해 노력해보고도 싶다. 막상 어머니랑 곁에 있는 삶을 살면 지금 마음이 옅어질 수도 있으니, 다시 태어나게 될 때 이 글을 가슴 속에 새겨 두고 싶다.

 

어머니와 함께 오랫동안 인생을 살며 당신을 알아가고도 싶다.

스물 두해 전에 세상을 떠나신 지라, 게다가 당시 내가 열 다섯에 불과했던 지라 어머니를 어머니로서 알았을 뿐, 한 사람으로서는 알지 못했다. 다시 생을 살 수 있다면, 어머니께서 맛나게 드시는 음식과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 자주 그것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