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에 대하여

카잔 2014. 3. 14. 10:36

 

1.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에 걸려 항상 준비만 하느라 시도하지 못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공식 병명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기 일쑤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자신이 마치 200년이라도 사는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야 진작에 실행했어야 함을, 실력은 준비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시행착오의 여정에서도 쌓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증상은 후천적이기보다는 기질로 타고나는 성향이다.)

 

나도 저 고약한 증후군을 36년 동안 달고 살았다. 요즘엔 조금씩 기질적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한다. 비평 에세이를 쓰고 싶은 것이 내 바람 중 하나인데, 지금까지는 이런 식이었다. '공부를 좀 더 해야지.'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실행을 뒤로 미룬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다면, 자신의 삶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내게 다른 방식이라 함은, 지금 당장 비평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갑자기 생겨난 관심도 아니고, 내 안에 쓸 만한 것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실행으로 옮길 생각들>

- 김영하의 단편 <십자가 드라이버>를 첫번째 소재로 삼아 4월 10일까지 글쓰기.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변호인>에 대한 영화비평 작성하기.

-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문학을 비교하는 비평에 도전하기. (2014년)

 

덧.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는 것이 무조건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항상 행동부터 앞서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일의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실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준비와 실행의 조화가 중요하다. 그들에겐 준비하고 행동하는 것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 되는 셈이다. 진정한 실력을 갖추려면 '충실한 준비'와 '과감한 도전'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모두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2.

허허.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언젠가 준비가 되면 시도하려고 했던 일들이.

하하하. 호쾌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하나 둘씩 도전하여 성장을 이루어내야지.

실패해도 좋다. 실패는 살아있음의 표징이니까.

내가 두려운 것은 도전할 줄 모르는 비겁한 삶이다.

 

3.

아드리아해를 여행하던 중 조금은 무모한 도전을 했던 적이 있다. 바닷가에서 일행들과 노닐다가 바다 깊숙한 곳으로 헤엄을 쳤다. 저 멀리 떠 있는 부표까지 다녀오고 싶었던 것! 400미터 내외로 어림되어지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함께 가던 이는 도중에 되돌아갔지만 나는 끝까지 가고 싶었다. 무서웠던 만큼 짜리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헤엄치는 자세를 바꾸어 가며 물살을 갈랐다. 부표에 도착했을 때 기뻤던 감정과 동시에 돌아가야 하는 길이 아득하게 보였다.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힘이 빠지기도 했겠지만, 오는 내내 무리하지 않았다. 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빠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파도의 방향이었다. 파도는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향했다. 나는 바닷가를 떠나올 때보다 훨씬 힘들게 헤엄쳐야 했다. 마인드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힘이 빠지지 않도록 속도가 느리더라도 조금씩 전진하면 결국엔 닿을 테니까.' 나는 해냈다. 해변가는 평화로웠다. 일행 한 명이 어디갔었냐며 내 몫의 햄버거를 건넸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파도를 거스르는 일의 힘겨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강물을 거슬러 헤엄치는 자들은 강물의 세기를 안다. 자기를 뛰어넘으려는 자들만이 극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고 극기야말로 탁월함으로 가는 필수코스임을 안다. 자기를 뛰어넘는 극기, 이것에 도전하는 이들은 아름답고 위대한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기질을 타고난다. 모든 기질은 고유한 강점과 약점을 지닌다. (이를테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사교성에서 뛰어나지만 피상적이고 감성적인 사람들은 감성이 풍부하나 종종 감상주의에 빠지는 식이다.) 단점은 곧 균형이 결여된 장점인 셈이다. 자기 기질의 단점을 뛰어넘는 것, 그것은 훌륭한 극기다. 이것이 '아직은 아니야 증후군'을 벗어나려는 내 노력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의미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