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휴가 시작되는 오늘, 날씨가 매우 좋았다. 아뿔사! 나는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계획해 두지 못했다. '오늘은 무얼 하지?' 하는 생각을 하느라 20~30분을 보냈다. 계획되지 않은 시간은 자신의 약점으로 흘러가기 십상이라지만, 나는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했다.

 

이른 아침부터 사무실을 정돈했다. 오후엔 교보문고에 잠시 들렀다가 투썸 플레이스로 가서 (와우팀원에게 보내는) 중요한 메일을 하나 썼다. 시간관리에 대한 신간을 읽었는데 새로운 통찰은 없었다. 새롭지 않더라도 얼마간의 활력이 생겼다. 동기부여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살다보면 시들해지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곤 하니까.

 

오전 내내 몸을 움직인 것, 점심식사 후라는 사실, 아주 흥미로운 책은 아니라는 점, 세 가지가 적절히 혼합하여 내게 졸음을 보냈다. 카페에서 흉하게 자는 것은 싫어서 이리저리 적당한 자세를 잡아 그나마 곱게 졸았다.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아무튼 잠시 잠들었다. 

 

2.

카페에서, 『이방인』을 읽었다. 카페에서, 길거리에서, 차 안에서, 이렇게 장소를 바꿔가며 1부 그러니까 책의 약 60%를 읽었다. (전체 150페이지인 짧은 소설이다.) "2014년 5월 3일은 『이방인』을 읽은 날"로 만든다는 생각에 신이 났고(읽는 속도가 느려 결국 내일까지 읽게 되겠지만), 책 자체도 흥미로운 내용이다.

 

『이방인』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의 초기 소설이다. 나는 작품 속의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는 편인데, 오늘도 그랬다. 감정이입의 근원은 작품마다 다르다. 『이방인』의 경우는 주인공이 나와 두 가지 점에서 비슷하다는 점이 도움을 주었다.

 

뫼르소. 주인공의 이름이다. 1) 카뮈는 그가 "가난하고 가식이 없는 인간이라 말했다.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이라고도 표현했다. 죽음을 마다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그와 비슷하다. 2)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읽는 동안 자주 내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을 떠올렸다.

 

『이방인』은 사실대로 말하는 사람, 그래서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런저런 특징을 잘 포착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몇몇 와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거짓말을 조금 덜 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는 이들, 거짓말을 자주 하여 자신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일을 떠맡는 이들.

 

뫼르소에게 거짓말이란, "단순히 있지 않은 일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일, 자신이 느낀 것 이상을 말하는 일을 포함한다. 이건 삶을 좀 간단하게 살기 위하여 우리들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삶을 간단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3.

귀가하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렀다. 오후에 봐 두었던 갑인공방 출판사의 책들을 구입했다. 로마와 중국의 황제를 다룬 역사서였다. 마침 50% 할인을 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샀다. 한동안 책 구입 안 하기에 성공하고 있는데, 어제 오늘  과도한 지출을 했다. 다시 책 구입 절제로! ('책 구입 절제'는 아마도 평생 다짐하고 깨뜨리고를 반복하리라.)

 

구입한 책들은 저자들도 권위자이고, 옮긴이들의 책 소개도 알찼다. 한 권을 꼼꼼히 살펴 마음에 드니, 시리즈는 안심하고 사게 된다. 고대 그리스에 관한 공부는 문학과 철학이 중점이고, 고대 로마는 역사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어 좋은 책들을 꾸준히 읽어갈 생각이다. 오늘 고대 로마사를 이해할 좋은 책을 구입해서 기분이 좋다.

 

(* 고대 로마사에 대한 책을 정리하여 포스팅을 하나 올려야겠다.)

 

Posted by 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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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umpkin 2014.05.04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그래도 읽으면서 어떤 책들을 사셨기에..
    이리 흐뭇해하셨을까 궁금했는데...
    고대 로마사에 대한 책들 리스트를 올려주신다는 말씀에 '얏호~!!"했습니다..^^

    오늘 아는 동생을 만나서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얼마나 흥분했는지...
    짧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 잘난척하며 떠들고 나니...
    정말 내가 그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구나...싶더군요...
    그 짧은 지식이 왜려 마중물이 되어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망이 되었거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첫사랑이 그리스 남자였던 것도 아니고,
    선조 중에 그리스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이리도 그리스와 로마에 흥분하고 열광하는지...
    특히, 그리스에 말이지요...

    암튼,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를 침튀기며 떠들어대고나니..
    배가 고플지경이었다는요..^^

    그리스는 다시한번 꼭 가보고 싶은 나라지요...
    그때는 좀 더 찬찬히 그곳 문화를 느끼며 다녀보고 싶어요...
    그들의 일상도 느껴보구 싶구요...
    노천까페에 앉아 커피도 마셔가면서 말이지요...^^

    만약 가게된다면...
    크레타섬을 가장 먼저 가게되지 않을까 싶어요...
    상상만으로도 즐겁네요..^^

    혹시 제가 전생에 그리스 아지메가 아녔을까...
    웃기는 짬뽕같은 생각을 하면서 또 좋아라하고 있습니다..호호호~ ^^;;

    • 보보 2014.05.12 18: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리스라는 나라가 펌킨님의 자기 이해에도 도움이 되고
      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하나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그리스가 어떤 나라입니까?
      모든 학문의 근원을 인류에 제공한 나라이고
      그리스 로마 신화로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탐구한 나라입니다.
      민주주의를 창조하여 정치의 본질을 밝혀 주기도 했고요.

      그리스라고 모든 면에서 탁월하기만 하겠습니까?
      실용적인 면에서는 로마에 크게 못 미치지요.
      (효율적인 법과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한 로마의 위대함!)

      하지만 분명 그리스는 매력적인 여행지 그 이상의
      것들을 갖춘 매혹적인 나라입니다.
      이미 앙드레 보나르의 책에 매혹되셨으니
      이 점에 대해선 두말하면 입이 아프지죠. ^^

  2. 수애 2014.05.07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방인』에 관한 글귀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거짓말의 정의가 새롭게 읽혔고,
    주인공 뫼르소와 선생님의 닮은 점을 적어 둔 문장에는
    저절로 집중이 되었답니다. 아마도 제가 선생님께 관심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닮고 싶은 점이 많은 분에게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일 테구요.

    "가난하고 가식이 없는 인간"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인간"

    가식이 없고, 진실을 사랑하는 면모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가난은 처음 알았어요. 책을 너무 많이 사신 것 아니셔요? ^ ^
    배를 곯을 정도로 궁핍하다는 뜻이 아니라
    사치스러울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리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가난"이란 낱말을 굴려보고, 만져도 봅니다.

    • 보보 2014.05.18 1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닮고 싶은 사람이기엔 부족한 점이 참으로 많지만,
      누군가를 사숙하는 것은 배움의 비결 중 하나이기에
      그 마음을 받아들이고, 도움 될 만한 글도 자주 쓰겠습니다.

  3. 2014.05.08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보보 2014.05.10 1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먼저 그리 부를 리가 있나요? ^^
      이름을 지어놓고 다른 이를 부르는 건...
      뭐랄까 상도(?)에 좀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욱, 하셨다는 마음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다시 친근하게 지냅시다. ^^
      저는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