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나는 후회가 많은 사람

카잔 2014. 10. 28. 22:14

  

1.

감정이 생생할 때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노트북은 여전히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다.) 고통과 슬픔과 화해해가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살이의 지혜 중 하나인데... (나는 그 과정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한 달을 그저 생각 없이 살았다.) 이 상황을 지금보다는 잘 대처하고 싶은데... (마음뿐이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얼른 예전의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데... (삶의 연속성이 사라졌다. 나는 지금까지의 살아오던 방식과는 다르게 사는 중이다. 소비 지향적 삶을 살았고 무계획적으로 지냈다.)

 

 

2.

쓰다 보니 후회투성이다. 후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내게 어울리는 단어다. 후회가 많은 사람이니까. 조금 더 잘 해 주었어야 했는데, 이기심을 좀 더 내려놓았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한다. 사람들에 대한 후회다. 조금만 더 성실했더라면 해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도 있다. 미루지 않고 미리 움직였더라면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도 잦다. 일처리 태도와 인생살이 방식에 대한 후회들이다.

 

후회는 종종 한심스럽거나 답답하게 비쳐진다. 후회와 '부족한 자신감'이 만나면 한심스러워보이고, 후회와 '빈약한 실천력'과 만나면 답답하게 보인다. 내가 한심스럽거나 답답한 사람이 아닐까, 되돌아본다. 그랬던 것 같아 후회한다. 이것 보시라. 또 후회다. 다행하게도 나는 자신감은 가졌다. 최근 들어 많이 흔들렸지만 허물어진 것은 아니다. 자신감 빈곤은 일시적 현상이리라.

 

후회에도 미덕이 있다. 후회가 성찰을 이끈다는 점이다. (물론 후회가 자기비하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후회를 건설적 성찰로 승화시키려면, 자존감과 긍정적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자기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것이 성찰이다. 성찰은 반성과 계획이라는 두 요소로 이뤄지고, 정직이라는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나는 감정적 후회를 이성적 성찰로 전환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다행이다.

 

 

3.

10월 20일부터 시작하려고 사슴 문양이 그려진 잿빛 노트를 하나 샀는데, 여태 쓰지 못했다. 준비가 안 되면 그런대로 시작하면 되는데, 내 완벽주의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나를 꼬드겼다. 나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노트를 시작하고 싶었다. 유혹에 넘어간 나는, 또 다시 일주일을 훌쩍 보냈다. 오늘은 꼬옥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헤이리 예술마을에 왔는데, 아직 손을 대지 못했다. 이제야 쓰려고 꺼내 들었는데, 카페가 영업 종료 분위기다. 얼른 자리를 비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든다. 오늘도 꽝이다.

 

 

4.

영화 <박하사탕>이 떠오르는 날이다. 종종 생각나는 영화다. 주인공 영호는 철도레일 위에 위태롭게 서서 달려오는 기차를 온 몸으로 맞으며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내 인생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나 자신이 몹시도 못마땅할 때,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리고 영호에게 공감한다. 돌아가고 싶다. 사랑하던 때로, 우정을 나누던 때로, 엄마의 사랑을 받던 때로. 그럴 수는 없기에 감상에 젖을 뿐이다. 그들과 함께 했던 날들을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