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인생은 우리의 계획을 초월한다

카잔 2014. 10. 29. 13:17

 

1.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이별이라 슬픔에 잠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런 떠남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슬펐다. 그리고 화가 났다. 인생에도 너무 많은 괴로움과 슬픔을 만나야 하는 것 같아서다. 무섭기도 했다.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슬픔을 겪고, 얼마나 많은 아픔을 만날 것인가. 우리는 인생길을 걷는 여행자! 기회와 더불어 ‘위기’가 가득한 모험 정도라면 무섭지 않을 텐데,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니, 두렵다.

 

장애물 달리기 선수처럼,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허들을 만날 수 밖에 없는 존재란 말인가. 허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허들을 넘을 때마다 우리가 조금씩 강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걸까. 부모님이나 소중한 친구와의 사별, 사랑의 상실, 사업 실패, 이혼, 친구의 배신, 끔찍한 교통사고, 심각한 질병 등 인생의 어두운 사건들을 만날 때 어떻게 내 인생에 지혜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2.

인생은 우리의 계획을 초월한다. 우리는 인생의 불확실성과 불가해성(이해하기 힘듦)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존재일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방법을 모른 채로 노력해야 할 때도 있다. 길이 보이지 않으면 잠시 멈춰 사위를 둘러보고, 마음의 소리가 들리면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삶을 살아야 하는 때. 성찰은 괴롭고 계획 수립마저 버겁다. 그래도 믿음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결국엔 해낼 거라는 믿음 그리고 인생의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는 희망.

 

 

3.

어제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헤이리 카페 아다마스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급하게 쓰느라 글씨가 엉망이다. 집에 돌아와 첫 장을 찢어버리고 곱게 다시 썼다. (몹쓸 완벽주의 성향이다. 일단 시작하면 중간에 찢는 일은 없지만, 처음엔 이렇게 너무 유난을 떤다. 결국 완벽주의 때문에 노트북 자료는 보다 완벽하게 날렸다는 사실이 떠올라 씁쓸하다.) 노트 첫 장에는 최근에 세운 버킷리스트를 옮겨 적었다. 노트 첫 장만큼은 희망과 소원으로 채우고 싶어서.

 

 

4.

단풍이 한창이다. 매년 10월이면 들떠서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났을 텐데, 올해는 까맣게 잊고 지냈다. 며칠 친구를 만나려고 하계역 지하철역을 오르던 중이었다. 계단이 얼마나 남았나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출입문 밖에서 은행나무에 매달린 노오란 단풍잎들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아! 가을이구나.’ 가을은 이미 산천 곳곳을 찾아들고 있었지만, 나는 그제야 비로소 가을을 보았다. 모든 것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아야 비로소 보인다. 계절도, 배우자도, 자기 인생도.

 

 

5.

내일은 가족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여행 노하우와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많은 편이라 여행 준비와 추진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가족과의 여행은 이리저리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여든 넷이라는 고령의 할머니 뿐만 아니라 여행 취향이 서로 다른 식구들이기도 하고, 내가 준비한 만큼 은근한 부담도 있었다. 무얼 해도 가족들이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가볍게 했다. 숙고를 거듭한 여행지인데... 지금까지 다녀온 가족 여행 중 최고의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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