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거북이의 자기경영

리더십의 종합예술, 위임

카잔 2015. 2. 15. 07:52

H는 유능한 일꾼이다. 그녀는 감정 기복이 없는 편이라 항상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낸다. 일처리가 빠르고 정확하며 마감을 놓치는 일도 드물다. H의 약점은 부하 직원이 생기면서부터 드러났다. 부하직원이 해낸 일이 그녀 마음에 흡족했던 적은 드물었다. H는 종종 부하를 혼냈고, 부하에게 시킬 일도 자신이 떠맡곤 했다. 어차피 부하에게 맡겨도 자신이 새롭게 해야 했으니, 혼자 일하는 것이 시간절약이라고 느꼈다.

 

H는 높은 책임감과 업무수행력으로 인해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녀에게도 고민이 있다. 점점 더 많아지는 일들과 직원과의 갈등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H는 탁월한 업무수행자였지만, 훌륭한 리더는 아니었다.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고, 그렇기에 그들을 성장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랬다. 위임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그녀의 일감바구니는 더욱 넘쳐날 것이다. 위임이라는 키워드로 그녀의 리더십을 진단해 본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영향력의 근원은 신뢰다. 신뢰를 얻어야 영향력이 생기고, 영향력이 발휘되어야 비로소 리더다. 신뢰는 주고받는 것이다. 내가 불신하는 이에게서 신뢰를 기대하는 일은 어리석다. 상대를 이해하고 신뢰할 때에야 상대의 나를 향한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 H가 리더십을 갖기 위해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직원을 향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신뢰하지 않는 직원에게 위임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신뢰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최소한 세 가지의 시선 전환이 이뤄져야 신뢰의 마음이 싹틀 것이다. 부하직원의 약점에서 강점으로, 오늘의 모습에서 내일의 가능성으로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시선 전환은 ‘업무’에서 ‘사람’으로 관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위임의 핵심이다. 위임의 목표는 탁월한 업무 처리가 아니다. 위임은 조직의 활성화를 그리고 부하직원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함이다.

 

탁월한 업무수행자들은 자신처럼 해내는 부하직원을 만나기가 어렵다. 미덥지 않기에 위임을 못한다.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나만큼 해낼까? 이것은 리더십 궁극의 목표일 순 있지만, 부하를 성장시키는 질문은 아니다. 위임해야 할지의 여부를 묻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 일은 그에게 성장의 기회일까? 그렇다면 위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성장의 기회가 될 터이기에 현재보다 훨씬 많은 일을 위임해야 할 리더들이 많다.

 

H는 이제 한가해지는 것인가?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위임이 리더들의 위대한 임무인 만큼, 부하직원이 어느 정도 성장하기까지는 혼자 일하는 것보다 더욱 많은 손과 시간을 요구할 것이다. 위임을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성장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위임할 때, 세 가지를 제공해야 한다. 결과물, 자원, 중간점검이 그것이다. 기대성과 제시 - 필요한 자원 제공 - 중간 피드백은 위임의 3단계다.

 

최종 결과물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주면, 직원은 스스로 자신의 결과물을 측정하며 일할 수 있다. 일처리에 필요한 자원(참고할 자료, 도움을 구할 인물 등)을 적절하게 알려주어야 자원 부족으로 인한 미숙한 일처리를 예방한다. 중간 점검(피드백)을 통해 최종 결과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도와야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30개 슬라이드로 PPT 제안서를 만드는 일이라면, 최종 결과물이 어떠한지 선례를 보여 주거나 결과물이 어떠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 자체로도 좋은 푯대가 되지만, 이 일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간단하게라도 설명하면 동기부여는 더욱 강화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다. “슬라이드를 3장을 만들면 제게 보여주세요.” 중간점검을 통한 피드백이 업무 처리의 디테일을 높여주고 30장을 모두 새롭게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게 만든다.

 

내가 위임을 리더십의 핵심 역량이라고 보는 이유는 위임의 3단계 외에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위임할 대상자를 잘 선정해야 한다. 일 맡기기 좋은 직원에게만 일을 주는 것은 위임이 아니다. 능력, 경험, 적합성을 고려하여 위임할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능력이 없다면 경험과 지식을 제공하여 위임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중간 피드백을 놓치지 말아야 하고, 일이 완료되면 최종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칭찬, 인정, 보상)은 필수다.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고려사항은 실수에 대한 반응이다. 실수와 실패를 허용해야 한다. 위임은 탁월한 업무 결과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임을 기억하자.

 

탁월한 위임은 드물다.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위임의 절차에서 실패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위임 자체를 실패한다. 위임은 드물어서가 아니라, 리더십 전수의 핵심 역량이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위임은 일 하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키우고 있느냐 문제다. 위임이 제대로 이뤄질 때마다 리더로서의 핵심 임무를 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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