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독서, 짧은 소설 & 5.18

카잔 2015. 5. 19. 08:37

1.

어제는 5월 18일 35주년 기념일이었다. 나는 궁금하다. 매년 5월 18일이 되면, 그 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호기심이기도 하고, 역사의식의 발로이기도 하다.) 대학생이었을 때에는 매년 이 날을 기념했다. 5월 18일 전날부터 덩어리 시간을 내어 5.18 자료를 찾기도 했고, 관련 영상을 보기도 했다. (기억이 맞다면) 강준만 선생의 『리영희』에서 기술된 설명이 내가 읽은 가장 충격적인 묘사들이었다. 언젠가부터 5월 18일이 되어도 나는 다른 일들로 바빴다. 홀로 묵념하는 것으로 간.단.히. 지나치고 만다.

 

이것이 나만의 모습이면 좋겠다. 지금도 여전히 대학생들과 시민적 지식인들은 이 나라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불러들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전파하는 일을 계속해 주기를, 말로만 이렇게 부끄럽게, 바란다. (부끄러운 글이라 지우려다가, 수년 동안 이 정도의 인식만 해 온 나였기에, 지난 4.19 기념일도 이런 식으로 지나왔기에, 나를 기록해둔다는 의미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 포스팅한다. 이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나는 더욱 망각할 것이고, 기록해 둔 것들을 유실할지도 모르니까.)

 

2.

수잔 손택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의 『어머니의 죽음』은 내게 두 사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열 다섯 나이의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신 나의 어머니 그리고 췌장암으로 투병하다가 서른 일곱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나의 친구. 나는 책을 펼쳐 그곳으로 풍덩 뛰어들어 텍스트를 읽을 수 밖에 없다.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암 투병하는 모습과 환자와 가족의 당황스러움이 눈에 선했다. 수시로 나의 소중한 두 사람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부담스럽게 하는 질문이 줄곧 나를 따라다니고 있다.

 

나는 왜 어머니에 관한 글을 쓰지 않는가, (또는 못하는가)

친구에 관한 글을 쓰면 치유에 도움이 될까. (유실한 투병 기록, 아쉽다.)

 

3.

어제 쓴 글은, 짧은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하나 얻었다는 점에서 꽤 흡족했다. (카프카를 읽은 영향이 컸다.) 짧은 소설이지만 10분 동안 쓰고 90분 가까이 매만졌다. 흡족한 수준으로 저런 글 100편을 써서 출간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두 번째 책이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원고 유실 후부터 시작된 방황을 끝나게 해 줄 주인공은 아무래도 『인문주의를 권함』이 되어야 할 텐데...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이 놈을 어서 세상에 내보내어야 다음 집필 계획에 힘차게 착수할 터인데....

 

5월 2일 이후 예전의 열정을 회복하여 살고 있으니,

조만간 나를 읽어주는 고마운 독자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으리라.

블로그 포스팅으로도, 출간 소식으로도.

 

4.

요즘 많은 책을 탐독하는 중이고, 엄청나게 책을 사들이고 있다. 나를 뛰어넘으려고는 결심도 당차게 했다. 내가 뛰어넘어야 하는 산은 '아직은 모른다'는 완벽주의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하나 써 두었는데 요지는 이렇다. <요즘 나는 글을 못 쓰고 있다. 서평조차도 힘들어졌다. '한 권을 읽으면, 아직은 깊이 알지 못하니 한 권 더 읽고 쓰자'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한 권을 더 읽고 나서도 같은 생각에 붙잡히고 만다.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강박관념이다.>

 

블로그에 선언이라도 해 버리자. 최근 읽은 책들을! 

이 목록은 관련 포스팅을 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이다.  

 

수잔 손택 『우울한 열정』

데이비드 리프 『어머니의 죽음』

프란츠 카프카 『변신, 시골의사』

구스타프 야누흐 『카프카와의 대화』

몸메 브로더젠 『발터 벤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