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tory/끼적끼적 일상나눔

삼백 육십 오일이 지나도

카잔 2015. 7. 6. 17:01

 

친구가 세상을 떠난 지 삼백 육십 오일이 지났다. 친구 형님께도, 친구 아내에게도 전화 한 통 없이 오늘을 보냈다. 형님이 괜찮냐고 물으면 나는 "네 괜찮아요."라고 대답할 수가 없다. 괜찮지 않으니까. 형님은 어떻게 오늘을 보내셨을까. 제수씨는 무얼 하며 지냈을까. 음력 기일을 지내는지 만이라도 물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지금 나에게는 '꼭 한 번 만'이라는 말이 절절하다. 식사 한 번 하고 싶다. 단 한 시간 만이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마음이 아무리 절절해도 그럴 수가 없다. 절대로 그럴 수 없으니, 소원은 목 메는 애통함이 되고 만다. 눈물이 흐른다. 요즘 내내 몸무게가 조금씩 늘어나던 참인데, 어제 오늘 1kg이 줄었다.

 

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죽은 이들 저마다에게는 절친한 친구가 있을까? 그렇다면, 날마다 친구의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도 수많은 셈이 된다. 아마도 사별한 직후로 삼일 동안은 빈소를 지키고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가족을 돕는라 '일을 치르듯' 사무적으로 보낼 것이다. 그때가 좋았는지도 모른다.

 

일상으로 돌아간 후면, 세수하다가 문득 울음이 터지고, 친구랑 대화하다가 불현듯이 찾아온 그리움에 사로잡힐 것이다. 아직 지우지 못한 카톡과 문자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읽거나, 의식적으로 거부하다가도 핸드폰을 매만지다가 불쑥 옛 메시지를 만날 수도 있겠지. 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나아지는 사람들, 여전한 사람들... 나는 어느 쪽인가.

 

직면하기 힘이 들어서, 나는 아직 애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애도하는 방법을 알기나 하는지, 내가 잘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이 내게 어떤 날인지를 아는 와우들 몇이 안부를 물어온다. 고마운 그들... 이렇게나 따뜻한 면이 있는 삶인데... 또 한편으로는 어찌나 가혹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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