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강연 Follow-up

손택 두번째 강독회 후기

카잔 2015. 6. 4. 22:27

1.

강독회 둘째 시간에는 <열정의 정신> 열 페이지를 읽었다. 강의실 앞에 선 선생으로서 내가 할 일은 중용의 도를 찾아가는 일이다. 진도를 나가야 한다는 압박으로 설명 없이 읽어나갈 수는 없고, 너무 많은 설명으로 진도가 지나치게 느려서도 안 된다. 설명이 부실하면 강독회에 참석하는 의미가 희석될 테고, 진도나 너무 느리면 자칫 지칠 수가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감수성과 목표의식! 청중이 고개를 갸우뚱 한다 싶으면 쉽게 설명하고 모두들 이해한다 싶으면 머릿속에 설명이 떠올라도 생략하는 감수성과 수많은 지식과 정보 중 우리 텍스트의 이해를 돕는 지식에 집중하는 목표의식, 이 두 가지를 항상 염두하자.

 

2.

강독회는 즐겁다. 이미 읽었던 텍스트인데, 강독회에서 읽으면 미리 생각하지 못했고 준비하지도 않았던 설명들이 떠오른다. 집중해서 읽은 탓일까,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과 함께 할 때에 사고 작용이 더 활발해진 걸까,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그게 궁금했다. 수업 때 떠오르는 내용들을 마냥 반갑게 맞을 수만은 없다. 대개 직관적으로 떠오른 것이기에 말을 하면서도 이것이 논리에 맞는지 따지면서 말한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정확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사실대로 고한다. 그러면서도 기대한다. 나의 단상이 청중들에게 새로운 착상, 이해, 도전의 시발점이 되기를.

 

3.

나는 강독회에 참석한 청중 중 삶과 지식의 조화를 꿈꾸는 분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읽고 있는 지적인 텍스트에서 실천적으로 적용할 만한 것이 있다면 그걸 강조해서 설명하려고 했다. 이번 수업에서는 두 가지가 삶의 경영에 실천할 만한 내용으로 준비했었다.

 

- “자기 나이에 대한 고귀한 적대자”(146)가 된다는 것 : 나이 드는 게 싫다는 감정적인 거부나 구체적 실천이 결여된 다짐은 어설픈 적대자의 모습이다. 고귀한 적대자가 되려면 정직한 현실 진단과 구체적 실천이 결합되어야 한다. (사실 카네티는 고귀한 적대자에 가깝지는 못했다. 나이듦을 강박에 가깝게 싫어했고, 종종 쫓기듯이 살았다.)

 

- “정신의 수도에 관하여 : 카네티의 정신 지도에는 영국, 스위스 로잔, 취리히, 베를린 등이 포함되고 비엔나가 카네티의 정신 수도였다. 우리는 환경을 뛰어넘고 주도할 수 있는 존재지만, 환경의 영향을 크고 작게 받으며 살아간다. 자기 이해를 위해 자신이 살아온 공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까닭이다. 당신의 정신 지도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정신 지도가 국제적일 필요는 없다. 지역적인 곳들도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니까.)

 

4.

기억하고 싶고, 생각하고 싶고, 더 탐구하고 싶은 문장들은 청중과 함께 음미하고 싶었다. 원문과 대조하고, 청중끼리 생각도 교류하고 싶은 문장들은 아래와 같다. 국역 문장은 모두 홍한별 씨의 번역문이다.

 

* 145. (Such) a tribute creates the terms of a succession.

찬사는 계승 관계를 만들어낸다.

 

* 146. He is preoccupied with being someone he can admire.

그는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는 것에 사로잡혀 있다.

 

* 148. Knowing many languages is a way of claiming many places as one's territory.

많은 언어를 아는 것은 많은 장소를 자신의 영역으로 주장하는 방식이다.

 

* 153. “Literature is always an impatience on the part of knowledge."

문학은 언제나 지식의 성급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