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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지성의 3가지 특징

카잔 2015. 7. 28. 09:51

 

1. 지성이 얄팍한 사람들은 책을 많이 산다. 책을 많이 읽으면 깊어지리라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여러 가지 시시한 책들을 읽느라 훌륭한 책을 진득하게 파고들 시간이 없다. 시간을 들이지 못해 사유하는 힘을 키우지 못한다. 사유의 힘이 느슨하니 고전의 단단한 지성 세계로 침투해 들어가지 못한다. 결국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타협한다. 빈약한 지적 생활의 악순환이다. 반면 깊은 지성을 갖춘 사람들은 소수의 고전을 독파하면서 최고의 인식을 만난다.

 

2. 지성이 얄팍한 사람들은 자주 안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같은 주제의 강연을 두 번 듣지 않고, 중요한 텍스트도 두 번 읽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자신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읽고서, 이 지적인 에세이를 어느 정도는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시간이 흐르고서야, 절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더러는 오독했음을 깨달았다. 깊은 지성을 갖춘 사람들은 자신의 인식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성마저도 의심한다.

 

3. 지성이 얄팍한 사람들은 모르는 내용을 만나면 넘어간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찾아보고 고민하려니 귀찮아서인 경우가 많다. 사전과 다른 책을 뒤적이면 해결되는 일이 많고 요즘엔 인터넷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만, 그냥 슬쩍 넘어가는 것보다는 귀찮은 일이다. 나는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두 번째 읽으며, 내가 이해한 부분에만 밑줄을 긋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더욱 중요한데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밑줄이 없었다. 깊은 지성을 갖춘 사람들은 모르는 대목을 철저히 탐구한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깊지 못하다. 깊이를 다룰 자격이 없지는 않으리라. 깊이는 얕음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얕음을 서술함으로 깊이를 간접적으로 헤아릴 수 있으니까. 얄팍한 나를 들여다보니 위와 같은 특징들이 드러났다. 당신이 나와 비슷한 모습이라면, 당신도 깊은 지성의 소유자는 아닐 것이다. 이 글은 당신과 나를 괴롭히는 글인가? 그렇지 않다. 인식이 진보의 첫걸음이니까. 깊이를 지향한다면, 깊이 없음의 정체와 원인부터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