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강연 Follow-up

나의 사랑 나의 오뒷세우스

카잔 2016. 3. 12. 13:27

부제 : <황금빛 아테네> 3주차 수업을 고대하며

 

2월 16일에는 작은 독서모임의 초대를 받아 카프카의 『변신』 강독회를 진행했었다. 아주 열렬한 반응이었고, 나는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 강연이 잘된 날이다. 『변신』 강독회의 흥분은 강사와 청중의 합작품이었다. 전율로 반응했던 그들 덕분에 나는 내 안의 강점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내가 찬미하는 책을 소개하는 강연은 나를 들뜨게 만든다. 지난 해 '그리스 비극'이 그랬고, '수잔 손택' 강독회도 즐거웠다.

 

2015년 12월, 또 다른 독서모임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했을 때에도 나는 신바람이 났었다. 이 소설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던 분들이 "소설이 새롭게 보인다",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고 말씀하실 때에는 복합적인 감동을 느낀다. 말의 향연(강연)이 때로는 실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 나의 애장 소설이 누군가에게 환영받는다는 동질감, 청중들에게 보람된 시간을 제공했다는 안도감으로 말이다.

 

<황금빛 아테네> 수업이 드디어 3주차로 접어든다. 3주차, 4주차에는 '강독회'로 진행된다.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아가멤논」을 함께 읽을 것이다. 『오뒷세이아』는 나를 매혹시킨 책이다. 24권으로 이뤄진 이 책의 1권만으로도 독자로서의 환희와 저자에게의 탄성이 잔뜩 느끼게 만든다. 호메로스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몇 문장으로 단박에, 명료하게 전달한다. 내용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역동적이다. 

 

이번 수업이 내가 사랑하는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설레고 떨리고 흥분된다. 『오뒷세이아』 1권에서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나'는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오뒷세우스의 보호와 인도를 요청한다. 제우스는 자신의 딸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내 어찌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를 잊었겠느냐? 그는 지혜에서 인간들을 능가할 뿐 아니라 하늘에 사는 불사신들에게 누구보다도 많은 제물을 바쳤느니라." (1권 65행)

 

뛰어난 지혜와 충성스러운 믿음을 지닌 오뒷세우스를 제우스만 아낀 것은 아니었다. "모든 신들이 그를 불쌍히 여겼"(18행)다. (오직 바다의 신 포세이돈 만이 오뒷세우스의 귀향을 가로 막았다.(19행)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위대한 전사의 귀향 이야기요, 바다를 헤쳐 나아가는 모험 이야기다. 또한 전사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성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려진 성장소설이다.)

 

내 어찌 신과 같은 오뒷세우스를 잊었겠느냐. 이 말은 곧 나의 고백이기도 하다. 나는 오뒷세우스를 사랑하고 동경한다. 제우스의 말은 소수의 문학 고전을 향한 나의 오마주가 된다. 오뒷세우스 대신 위대한 작가들, 이를 테면 카프카, 괴테, 김영하를 넣을 수도 있겠다. '살면서 내 어찌 카프카를 잊겠는가.' 다음 주, 오뒷세우스를 소개할 시간은 단 2시간이다. 무얼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이다.

(기쁨이 공유된다면, 언젠가『오뒷세이아』전체 강독회를 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