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인생의 책을 만나는 법

카잔 2016. 8. 1. 20:12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소유하고 싶은 물건의 등장은 인생살이의 평범한 일면인데, 이번엔 좀 특별하다. 몇 해 전부터 이것만큼은 꼭 가지고 싶었다. 답변은 새삼스럽다. '책'이니까. 하지만 보통의 책은 아니다. 거듭 읽고, 깊이 읽어 "이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말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책 몇 권을 갖고 싶다. 이것이 소유인지, 경험인지 모르겠지만(아마 소유와 경험의 합작품이리라), '열 번 이상 읽은 책' 한 권 정도는 소유하고 싶다.


평생을 사는 동안, 홀딱 반해서 빠져들게 된 책 한 권을 갖는 일! 이것이야말로 고상한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동시에 진정한 독서가로 거듭나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일본의 문학연구가 시노다 하지메의 이 말이,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


『문학의 역사』의 저자 존 서덜랜드는 "무인도에 살아야 한다면, 가장 가져가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새커리의 <허영의 시장>을 고르겠다. 나는 이 책을 최소한 100번은 읽었을 것이다." 와! 무려 100번이다! 많이 읽되, 많은 책을 읽지 말라는 격언을 실천하는 대표주자로 삼을 만한 횟수다. 나는 네 번 이상 읽은 책들이 없지만, 반복적인 독서에 대한 존의 찬양(?)에 십분 동의한다.


"다시 읽기는 문학이 제공하는 커다란 즐거움 중 하나다. 위대한 작품의 감동은 고갈되지 않으며, 사실 문학작품은 그런 불멸의 요소들로 인해 위대해진다. 아무리 여러 번, 자주 읽는다 해도,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법이다." - 존 서덜랜드


나는 거듭하여 읽은 책이 많지 않다.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은 책은 『포트폴리오 인생』과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정도에 불과하다(두 권 모두 세 번씩 읽었다. 앞의 책은 끝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두 번씩 읽은 책들은 여러 권이나 세 번 읽은 책들은 두 권이 전부다. 콤플렉스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외모 뿐만 아니라 학습 태도에서도! 한 가지 주제에 깊이 천착하지 못하는 모습은 나의 공부 콤플렉스다.


문학비평가 모린 코리건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50회 이상 읽고서 책을 한 권 썼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라는 책인데, 서문에서 이런 말을 썼다. "나는 피츠제럴드를 사랑했고, 이 책을 쓰면서 더욱 사랑하게 됐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로 떠나는 개인적인 여행이다." 코리건만큼 흠뻑 젖어들어본 책을 갖지 못한 나로서는, 동경하게 되는 말이다.


거듭하여 읽는 책이 꼭 문학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가슴을 치고 들어온 책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나 역시 『포트폴리오 인생』과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를 두 권의 책을 한 두 번씩 더 읽고 싶다. 동시에 내 안에 있는 문학을 향한 관심에도 애정을 주련다.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문학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기 마련"이라는 서덜랜드의 생각에 동의한다. 폼 잡으며 살고 싶은 나지만, 문학 사랑은 폼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문학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정신"(서덜랜드)이다. 문학은 우리에게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된장찌개 속에 파, 두부, 된장이 송송 담겨 있듯이 문학 속엔 일상, 인간의 실존, 삶의 단면이 숨쉬고 있다. 게다가 문학은 삶을 단순화하거나 파편화하지 않는다. 단정 짓지도 않는다. 문학은 지성과 감수성을 장착한 채로 독자들이 삶의 복합성과 불가해성에 다가서도록 돕는다.


결국, 열 번 이상 읽은 문학 작품을 갖고 싶다는 말은 내게 가장 자주 벌어지는 삶의 모습을 넓고, 깊게, 이해하고 싶다는 말이다. 현상을 걷어 본질을, 외양을 벗겨 속살을, 무지를 넘어 지성을 맛보고 싶다는 포부다. 오늘 나는 반복하여 읽게 될 후보작 몇 권을 책상 앞에 올려 두었다. 발췌하여 읽은 『몽테뉴 수상록』을 제외하면 한 번씩 읽은 책들이다. 이들 중 내 인생의 책을 만날까? 설레는 질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