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카잔 2016. 9. 27. 18:36

부제 : 접붙임을 위한 독서


나에게 독서란, 이해되지 못했는데도 머리를 굴리기 싫어서 계속 책장을 넘기거나 또는 주의가 산만해져 의식하지 못한 채로 몇 줄을 눈으로만 읽었는데도,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고 자위하는 기만적 행위가 아니다. 독서를 진지하게 대한다고 해서, 반드시 마지막 장까지 끝내야 하는 의무도 아니다. 독서가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위한 성취는 더더욱 아니다.


삶은 때때로 고되고 힘겹다. 그러니 자신만의 유희를 창조하면 좋다. 내게 독서는 즐거운 유희다. 또한 독서는 지적 생활이다.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책 속에 거주한다. 나는 지혜를 찾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쳐 시간을 투자한다. 독서는 실용적인 유익도 제공한다. 자녀를 낳았지만 교육이 걱정인 이들에게, 리더가 되었지만 리더십이 없는 이들에게, 사회에 첫 발을 딛었지만 처세의 감각이 없는 이들에게 책은 벗이었고, 교사였다.


나 역시 '더 나은 삶의 창조'를 꿈꾸며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창조하려면, 지금 손에 든 책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야 하고, 저자와 정신의 대결을 펼쳐야 하고, 책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일상으로 책의 내용을 불러들여야 한다.


나는 접붙임을 하는 원예사처럼 책을 읽어왔다. 책을 읽을 때마다 나의 시시한 삶을 원대한 책의 세계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은 아래 세 가지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면, 당신이 이해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일상을 바꿀 실천을 시작하고, 책이 유혹하는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자!


1) 저자의 관점에 공감하기!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해해야 한다. 이해가 곧 동의는 아니기에 반대하는 주장에 전염될 염려는 없다. 오히려 명확한 이해만이 자기 인식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자기 인식의 경계를 명확하게 그어 준다. 최고의 학습자만이 ‘타자화’에 이른다. 타자화란, 그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실천대로 삶을 살아보는 사유이자 행위다. 이해만이 타자화를 돕는다. 타자화에 성공할수록 관점이 넓어지고 지성이 깊어진다. 새로운 세계를 이해할수록 우리의 도약이 높아지고, 변화가 가속화된다. 
 
2) 자신의 일상을 변혁하기! 삶을 바꾸는 첫걸음은 오늘을 다르게 사는 것이다. 일상을 재편해야 삶이 달라진다. 실천이 존재를 바꾼다. 실천의 편식을 지양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것, 자신이 이해한 것만을 실천한다. 이미 충분한 성공과 지혜를 누리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까지 얻었던 것들이 시시했다면 실천의 폭과 질이 달라져야 한다.


때로는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실천해야 한다. 실천이 이해를 돕기 때문이고, 우리의 이해 너머에 있는 지혜도 많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비밀 목적지를 가지고 있다.” 마르틴 부버의 말이다. 현명한 여행자는 삶이라는 오딧세이를 겸손하게 항해한다.


3) 새로운 세계로 여행하기! 공간은 생각의 산파다. 새로운 공간에 당도하면, 정신도 새로운 사유에 이른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이 이끄는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노력한다. 저 먼 나라도 좋고, 집 앞 공원도 좋다. 새로운 정신과의 조우가 있는 떠남이라면 훌륭한 여행이다. 독서가 추동하는 여행을 감행하고 즐기다 보면, 어느 새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누리고 있는 나를 만난다.


『데미안』을 읽었다면 헤세의 고향 ‘칼프’로 가야 할까? 그러면 좋겠지만 대안은 많다. 자신만의 ‘데미안(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안내인)’이 있었다면, 그와 함께 만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도서관에 가서 헤세의 관한 자료와 책을 더 찾아보는 건 어떤가?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나만의 성소’를 찾아가거나 파주 출판도시의 북카페 <헤세>로 가서 『데미안』을 읽은 소감을 정리해도 좋겠다. 우리나라 작가의 책이라면 선택의 폭이 늘어날 것이다.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한다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