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Story/즐거운 지식경영

규율이 빚어낸 자유의 기쁨

카잔 2016. 9. 7. 13:58

<"나는 3가지 원칙으로 책을 산다(클릭)"에 이어지는 포스팅입니다.>


1.

'오예~! 기쁨이 몰려온다. 나는 자유다. 의무를 완수했을 때의 이 기쁨! 규율이 빚어내는 자유의 이 달콤함!' 나는 책 구입의 자유를 얻었다. 거저 주어진 자유가 아니기에 기쁨이 진했다. 9월 2일 오전, 카뮈의 『이방인』 서평을 쓰고 난 후,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황홀경을 누렸다. 최선의 성실함으로 보낸 날들 후에 만끽하는 휴가처럼, 혹독한 훈련 뒤에 맛보는 휴식 시간처럼, 짜릿한 성취감과 달콤한 자유를 맛보았다.




2.

한 달 동안 여섯 편의 서평을 썼다. 지난 달에 구입했던 책값 6만원에 값하는 독서적립금을 모두 쌓았다. 이로써 새로운 책을 구입할 자격을 얻었다. 기쁨이다. 잠시 읽은 책들을 돌아본다. 문학을 읽는 즐거움이 컸다. 전영애 교수님을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만난 울림도 컸다. 카뮈는 여전히 나를 위로하고 나아갈 비전을 제시한다. (부조리 인간이 되자! 반항하는 인간을 향해 성장하자!)  




3.

유혹은 도처에 널려 있다. 헤세는 『데미안』의 첫 챕터 '두 세계'에서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가 뒤섞여 있음을 기가 막히게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서 이렇게 썼다. "가장 이상한 일은 두 세계가 나란히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두 세계는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었던가!"(안인희 역) 적립금을 지키고자 하는 나의 열망을 무너뜨리려는 유혹은 어디에나 있다. 매혹적인 신간은 매주 쏟아지고, 서점에는 읽고 싶은 텍스트(책과 잡지)들이 넘쳐난다. 오늘은 인터넷 서점에서 '열린책들 창립 30주년 기념 세트' 소식을 전해왔다.




강력한 유혹이다. 지난 주에는 <씨네21>을 사 들고 계산대 앞에까지 갔다가 단돈 4천원일지라도, 잡지일지라도 규율을 어길 수 없다며 나를 다독이며 돌아섰다. 열린책들 30주년 기념세트는 족히 10분은 갈등하게 만들었다. 12권 모두 12만원에 불과하고(다른 판본의 정가 대비 52% 할인된 금액), 30주년인 만큼 기념 표지와 특별한 제본으로 만들었다. 


'이걸 구입하면 앞으로 12편의 서평을 더 써야 한다'라는 생각과 '아!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들이구나' 하는 열망 사이에서 갈망했다. 어제 도착한 6만원어치의 책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결국 구입하더라도 6편의 서평을 쓰고 난 후의 일로 결정했다. 그 전에 1만권이 모두 팔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번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독서적립금의 규율을 잘 지켜가고 있다.